아이유 운동화 ‘스베누’ 사기 의혹 풀스토리

땡처리·대금 미지급…무슨 일이?

2016-01-18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인기 아이돌 아이유, AOA, 배우 송재림 등을 모델로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스베누가 각종 잡음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스베누는 자금난은 물론 신발 제조공장, 가맹점주 등과의 소송전에 휘말려 있다. 이와 관련해 황효진 스베누 대표는 사기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로고 디자인과 제품 디자인 표절 의혹, 품질 논란 등 앞서 일어난 논란도 여전하다. 이에 [일요서울]은 스베누 사태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20대 청년 사업가에서 사기꾼 이미지로
얽히고설킨 소송…파장 어디까지 미쳤나

스베누는 2012년 ‘신발팜’이란 인터넷 쇼핑몰로 시작한  국내 토종 신발 브랜드다. 특히 1988년생 20대 젊은 청년 사업가가 창업한 브랜드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스베누를 창업한 황효진 대표는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TV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중계방송한 유명 BJ출신이다. 스베누는 황 대표의 BJ 활동명인 ‘소닉’의 ‘S’와 전설 속 불멸의 새인 ‘베누’의 합성어로 ‘영원불멸의 신발’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황효진 대표는 아이돌 아이유, AOA와 배우 송재림 등을 광고모델로 섭외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할리우드 스타인 클로이 모레츠도 지난해 방한 때 스베누 제품을 신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또 스베누는 TV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에도 협찬 공세를 펼치며 유명세를 탔고, 인기브랜드로 급부상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 세계적인 축구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밖에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LOL) 등 유명 e스포츠 리그도 후원했으며, 최근에는 의류 판매 등 사업 분야도 확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잇따르면서 스베누는 ‘영원불멸’이란 이름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스베누는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가맹점주들은 “스베누가 자금난을 겪으면서 판매대금 회수에 시간이 걸리는 가맹점 대신 현금으로 목돈을 받을 수 있는 땡처리 업체들에게 물건을 팔았다”고 주장한다. 스베누의 현금성 자산은 840만 원가량 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식 매장 근처에서 땡처리 업체를 운영한 것에 대한 파장이 크다. 또 온라인에서도 똑같은 상품을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이 때문에 전국 100여개에 달하는 스베누 가맹점 중 일부는 문을 닫는 상황도 벌어졌다.

뿐만 아니라 스베누의 가맹점과 납품 공장들 다수가 본사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도산 또는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 스베누의 협력업체 H사는 대금 미지급으로 황효진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H사는 “스베누로부터 200억 원에 달하는 신발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황효진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H업체는 지난해 4월까지 108억 원을 받지 못했으며, 그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추가로 92억여 원이 미지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 공장주는 스베누 본사를 찾아가 “내 돈 30억 원을 내놔라”며 자해행위를 하다 병원에 실려간 사건도 있다.

부산의 신발업체들은 ‘스베누 공장채권단’을 조성해 스베누와의 직접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지역 업체와 스베누를 연결하던 협력사 ‘하이키’도 황효진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 회복 여부는

잇따라 불거진 논란으로 스베누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업계는 스베누 사태의 원인을 지나친 공격적 마케팅과 브랜드 확장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현재의 논란들이 불거지기 전부터 로고와 제품 디자인 표절 의혹과 이염에 따른 품질 논란, 스베누 관계자의 막말 논란들이 불거진 바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베누는 미국 디자인 업체 ‘맥과이어’의 로고와 비슷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3년 2월부터 사용된 맥과이어의 로고를 스베누가 표절해 2014년 2월 특허청에 등록했다는 의혹이다.

또 스베누는 로고뿐만 아니라 제품도 유명 브랜드의 신발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밖에 세탁 시 염료가 빠지는 이염현상으로 유명 세탁업체가 공개적으로 “스베누 운동화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품질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으며, 스베누의 한 관계자가 스베누 제품을 평가한 소비자들을 향해 SNS에서 “안 어울리고, (신발을)못 신는 손님이 열폭한다”는 말을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는 황효진 대표에 대한 사기 혐의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스베누의 자금 흐름에 대한 서류와 재고 상태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스베누의 자금 담당자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의성 여부에 따라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측은 “단순히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대금을 못 준 것인지, 혹은 미필적 고의처럼 돈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납품을 받은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수사중이다”며 “여러 자료를 검토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도 “황씨가 72억 원을 갚지 않고 있다”는 스베누 가맹점주들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황효진 대표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업체를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일요서울]은 스베누의 구체적인 계획을 묻고자 연락을 했으나 스베누 본사로의 전화 연결이 어려웠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