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號…풍랑 헤쳐나갈 해법 무엇
북한 발·중국 발 위기 등 첩첩산중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한국 경제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하 경제부총리)이 이끄는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따라서 유 경제부총리의 숙제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우선 국제경제 발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중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북한의 핵실험, 유가급락 등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우려가 크다. 내부적으로는 소비절벽을 막을 내수시장 회복도 시급한 상황이다.
유 경제부총리 식 ‘수비형’ 처방 우려도
18개월 만에 한국 경제를 이끌 수장이 바뀌었다. 국회는 지난 1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청문회를 앞두고 부인의 채무 문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 등이 도마에 올랐다.
청문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유 경제부총리의 부인은 1996년 친인척 사업에 10억 원 규모의 연대 보증을 섰다가 빚이 생겼고, 연체 이자를 더한 빚이 40억 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그러나 유 경제부총리는 빚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재산 신고 내역에는 채무가 1억6000만 원으로 돼 있다.
청문회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인척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 못해 생긴 일”이라며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또 2005년 아파트 구입 당시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에 대해서는 “탈세 목적은 아니었지만 다운계약서는 맞다”고 사과했다.
이 같은 논란이 있었지만 국회는 “직무수행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고, 3기 경제팀도 출범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의 전망이 밝지 못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후퇴하고 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내외에 리스크가 계속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발 금융위기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중국의 사상 첫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거래 일시중지로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일정시간 주식매매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통해 시장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어 지난 7일에도 7%가 넘게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조기장마감까지 이뤄졌다. 폭락의 여파는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 약 5000조 원이 증발한 것으로 알려진다. 차이나 쇼크로 세계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진 것이다.
중국 발 쇼크가 일어나면서 한국 경제도 위기감이 고조됐다. 특히 수출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12개월째 마이너스 성장 중인 수출 상황에서 중국이 흔들리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를 걸기가 어렵다. 실제 지난해 12월 대중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6.7% 줄어들었다.
또 한국 증시도 중국과 함께 추락해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개장 첫날 코스피 지수는 2.17% 떨어졌고, 코스닥 지수도 0.67% 하락했다.
소비절벽·가계부채는?
이와 더불어 한국 경제는 지정학적 리스크란 악재도 겹쳤다.
북한은 지난 6일 ‘수소탄’이라고 발표한 4차 핵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지수는 북핵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0.26%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시장에서 각각 1086억 원, 799억 원을 순매도 했다. 다만 코스닥지수는 0.47% 올랐다.
뿐만 아니라 중동발 정세 불안과 중국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급락도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갈등 확대로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모두 11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저유가 기조는 내수에는 긍정적이지만 신흥국과 산유국의 경기부진과 재정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석유화학 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
이 밖에도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와, 내부적으로 소비절벽에 대한 우려가 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백화점,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각각 3.8%, 2.1% 줄었다.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나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의 일시적 부양조치도 종료돼 새로운 부양책이 나오기 어렵다. 때문에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가 동시에 일어난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심각한 부진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일호 경제부총리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치면서 전임 최경환 경제부총리때와는 세계 경제의 상황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스타일이 ‘수비형’에 가까워 이 같은 난제들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없이 3.1%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상고하저’의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경제부처를 장악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현재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취임 첫날부터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 쟁점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강조한다. 단기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처방에 무게를 두고,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경제부총리는 “노동·공공·금융·교육의 4대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썩은 살을 도려내는 게 끝은 아니다”며 “산업·인구·내수혁신을 골자로 한 포스트 구조개혁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소득을 확충해야 내수기반이 탄탄해진다”며 “가계소득 증대세제를 점검·보완해서 기업 성과가 가계로 흘러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과감히 바꾸고, 청년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해외 인재도 적극 유치해 ‘우리 인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