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간 조련사”… 직원들은 개, 돼지?

몽고식품, 끝나지 않은 논란

2016-01-18     김현지 기자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회장님 갑질’이 다시 논란이다. 몽고식품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말 한 운전기사의 폭로에 의해 ‘회장님의 폭행 및 폭언’이 세간에 드러났고, 추가 폭로 등 현재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몽고식품은 1905년 설립된 장수 기업으로 현재까지 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어, 대중들은 현재 ‘몽고식품 불매운동’을 거론할 정도로 이번 사태에 공분하고 있다.

전 운전기사, 비서실장 등 직원들 폭로 잇따라 
법 위반 사항 다수 적발…부당한 보수도 논란

‘몽고식품 논란’은 지난달 23일 모 언론사 보도로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몽고식품 김만식(76)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A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정강이와 허벅지를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의 상습적 폭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약 4개월 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하는 동안 고성을 포함한 폭언은 물론, 폭행이 일상적이었다는 것. 이에 지난달 28일 모 단체가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의 폭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순엔 A씨는 김 전 회장 부인의 부탁을 받고 회사에 가 있었는데, 김 전 회장은 이를 두고 “왜 거기에 있느냐”는 등의 A씨에게 폭언을 했다. 이에 A씨는 서울의 김 전 회장 자택으로 돌아갔지만 그를 기다린 건 김 전 회장의 ‘구둣발’이었다. 김 전 회장에게 낭심이 차인 A씨는 일주일간 아랫배 통증을 견뎌야 했다.


A씨는 김 전 회장의 폭언도 폭로했다. 김 전 회장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에는 “X자식아”, “X발놈”, “싸가지 없는 새끼…문 올려라, 춥다”는 등의 욕설 섞인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비인간적인 폭언 및 폭행을 견디던 A씨의 노력은 권고사직되며 물거품이 됐다. 당시 A씨는 회사로부터 ‘회장 지시가 있어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법에 따르면, 근로자를 해고하기 전 사측은 해당 근로자에게 한 달 전에 통보해야 한다.


A씨는 "김 전 회장은 기분이 나쁘거나 하면 거의 습관처럼 폭행과 욕설을 했다.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며 "행선지로 가는 길이 자신이 알던 길과 다르거나 주차할 곳이 없으면 욕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지만 숱한 운전기사들이 (이런 대우를) 거의 다 겪었다고 들었다”며 “한 인격체를 모독한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해 김 전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에 지난달 28일 김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등 논란이 지속됐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에 대해 15일 한 지역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회피가 아니었다. 언론 질문을 받아서 말을 더 해봐야 꼬투리만 이어질까 봐 그랬다. 살이 많이 붙으면 끝이 없거든”이라고 말하며 해명했다.

전 직원들의 반란

A씨의 폭로 이후 전 관리부장 B씨의 추가 폭로도 화제가 됐다. B씨는 김 전 회장이 직원들에게 했던 폭언에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회사를 그만둔 상태인 B씨는 “김 전 회장이 직원들을 ‘돼지’, ‘병신’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며 “술을 마시면 기물을 던지거나 파손하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 비서실장, 3년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한 C씨 역시 A씨의 발언에 신빙성을 더한 폭로를 추가적으로 했다. 총 4명의 직원들이 김 전 회장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지난 10일 C씨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식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조련 당했다”고 주장했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2009년 8월부터 A씨가 일하기 직전까지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다. 그는 이어 A씨의 주장처럼, 김 전 회장이 자신에게도 똑같은 폭행 및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C씨는 “김 전 회장은 입버릇처럼 ‘내가 인간 조련사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며 엉덩이를 걷어차고 머리를 때리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다"고 덧붙여 몽고식품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진 상황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의 부당한 업무 지시도 도마에 올랐다. C씨의 폭로에 따르면, 그는 운전기사 업무 외에 김 전 회장의 정원 관리를 하는 등 계약한 업무 외의 일도 했다.


현재 경남 마산중부경찰서는 몽고식품 사태를 둘러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노동관련 법 위반사항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다수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위반한 내용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이다.

영업이익≒보수?

비인간적 폭언·폭행 외에 김 전 회장의 보수 역시 몽고식품 사태에 불을 지폈다. 지난 13일 김 전 회장과 가족이 받은 보수가 회사의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몽고식품 201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경영진이 받은 보수는 11억 원이 넘는다. 이들은 김 전 회장과 부인, 장남 김현승 대표이사, 둘째 및 셋째 아들 등 ‘김 전 회장의 가족들’이다. 몽고식품이 해당 연도에 전체 임직원 급여로 지출한 금액이 약 33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몽고식품 매출 약 470억 원 중 영업이익이 약 11억 원이기 때문. 주요 경영진이 한 해에 받은 보수가 회사의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직원들의 2014년 평균임금은 약 3천500만 원이었다.


특히 김 전 회장이 사내이사가 아님에도 보수를 꾸준히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 문제라는 지적이다. 2009년 김 전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사내이사로 취임했지만, 지난해 3월 사내이사 자리도 물러났다.
 

이에 대해 몽고식품 관계자는 “김현승 대표이사 부재 시 첫째 동생은 외부 업무를 담당했고 둘째 동생은 생산라인에 대한 업무를 챙겼다"며 “경영 고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보수를 지급했지만, 명예회장직에서 물러난 직후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15일 한 지역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너무 과장돼 알려졌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