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역전극 펼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23대 농협중앙회장 당선…‘농민 대통령’ 되다

2016-01-18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전 남평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역전승의 역사를 썼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당선이 된 것이다. 특히 삼수 끝에 이뤄낸 결과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또 최초의 호남 출신 당선자란 점도 이목을 끈다. 이처럼 8년 만에 농협중앙회장 수장이 바뀌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식 개혁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수 끝에 당선…첫 호남 출신 회장
개혁 성향 공약 이행 놓고 이목집중

일명 ‘농민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235만여 명의 농민 조합원과 약 400조 원의 자산, 31개 계열사의 거대 조직을 대표하는 자리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2일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제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결선투표 끝에 새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오는 3월 말 2015년 농협중앙회 결산총회 다음 날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농협중앙회에서 3억7000만 원, 농민신문사에서 3억5000만 원 등 총 7억2000만 원 연봉을 받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나주 남평농협에서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남평농협 조합장으로 3선을 지냈다.

이 밖에 농협중앙회 이사, 전국 무·배추협의회장, 전남도 농어촌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의원, 농식품부 양곡정책 심의회 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후보 6명이 출마한 1차 투표에서는 이성희 전 낙생농협 조합장이 290표 중 10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1차 투표에서는 91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가 진행됐고, 이 결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신임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농협중앙회장은 전체 유효 투표수 289표 중 56.4%인 163표를 얻었다. 당초 김 농협중앙회장은 지금껏 선출된 적이 없는 호남출신의 후보자로 유력 후보 중 가장 불리한 후보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역전승이 됐다.

앞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2007년과 2011년 선거에도 출마했다. 2007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해 당선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선에서 최원병 회장에 패했다. 2011년 선거에서도 최 회장에게 패했고, 최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 번째 도전에선 역전승을 보여주며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됐고, ‘최초의 호남 출신 회장’이란 타이틀도 달았다.

역대 농협중앙회장을 살펴보면 1988년 선출제로 전환된 후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호남출신이 당선된 적이 없다. 1대(14~15대) 한호선 회장은 강원, 2대(16~17대) 원철희 회장은 충남, 3대(18~20대) 정대근 회장은 경남, 4대(21~22대) 최원병 회장은 경북 출신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28년 만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됐다. 또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영호남 지역구도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는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4년 임기 최선 다할 것”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 후 NH농협금융지주의 대대적인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식 새판짜기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다. 농협중앙회장 자리는 비상근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인사와 정책 실행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권한을 손에 쥐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만큼,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조직 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시선이다.

특히 지난 8년간 농협중앙회를 이끈 최원병 전 회장의 색이 아닌, 김병원 신임 회장의 색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인사들이 영입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전 회장의 색을 지우고,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인사를 배치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미 지난해 인사가 모두 끝난 상태여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영향이 크게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조직개편과 더불어 임원인사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때문에 업계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과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과의 호흡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의 호흡에 따라 최대 수익원인 농협은행의 실적과 그룹 내 분위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원병 전 회장과 손발을 맞춘 임종룡 전 농협금융 회장은 우리투자증권 인수 등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반면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중앙회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다”며 2013년 회장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또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공약 이행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공약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격적이다. 농협법 개정이 필요한 ‘농협 경제지주 폐지’와 상호금융중앙은행(가칭)으로 독립 법인화하는 방안 등이다. 또 시·군지부장을 중앙회 직원으로 전환하는 안과, 조합당 평균 100억 원을 무이자 지원하는 안, 2020년까지 미곡종합처리장(RPC) 60개소 지분을 인수하는 공약이 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예민한 사안이 많은 만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식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중에는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공약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4년 임기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1년은 농협중앙회가 가진 잘못된 관행을 뜯어고치는 데 보내고, 또 1년은 회원농협의 균형발전을 위해 보낼 것”이라며 개혁을 예고했다.

또 “세계 속에 빛나는 한국 농협을 만들어 234만 농업인 조합원이 웃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협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복지 농촌을 건설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