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스타 항공’사고 이대로 괜찮나?

“무리한 가격 경쟁에 이용객 목숨 위험”

2016-01-11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저비용 항공사(LCC)의 안전문제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입문에 이상이 생겨 긴급회항하고, 압력조절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급강하하는 등 크고 작은 사고소식이 연일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저비용 항공사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일각에선 가격 경쟁으로 비용을 줄이려다 보니 승객의 안전은 뒷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무리한 가격 경쟁으로 이용객 목숨마저 위태롭다는 말을 과장으로만 볼 수 없는 모양새다.

잇따르는 항공 사고 대책 마련 시급…특별안전 점검 촉구
대형항공사 적자노선 변경 원인 지적…운항 차질 불만 커져

저비용항공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기내 서비스를 줄이고 항공기 유지관리비를 최소화하면서 요금을 낮춰왔다.
또 짧은 노선을 여러 차례 운항해 항공기 당 운항 횟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정비사 수가 적은데 대규모 정비는 자체 감당을 넘어서 해외 외주 업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비결항률도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보면 저비용 항공사들은 2006~2014년 사이 1만 회 운항 당 사고 발생 건수는 0.63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0.17건의 4배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사고 및 결항이 LCC의 급속한 양적 팽창에 따른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치열한 경쟁으로 ‘비용 절감’에만 치중했던 LCC가 승무원 교육과 안전 문제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국토부가 제주항공 사고를 조사한 결과 여압장치 고장은 발견되지 않아 조종사가 과실로 여압장치를 켜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돈벌이에 급급한 과열 경쟁으로 안전을 소홀히 했던 것은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다. 2013년 이스타항공은 승무원 승무 시간 제한을 어겼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티웨이항공은 2014년 비상구 쪽 좌석에 15세 미만의 승객을 배정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여기에 항공시장이 확대되면서 조종사 수요가 많아지자 ‘베테랑’ 조종사는 점점 구하기 어려워지고 최소 요건만 갖춘 조종사들이 LCC에 많이 투입된 점과 LCC가 노후 기종을 많이 쓰는 점도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저가항공사들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대형항공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과 부족한 안전관리·정비능력 때문”이라며 “계속 이런 사건들이 발생하면 소비자의 신뢰도 하락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것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생업체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과도한 가격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항공사들이 쏟아질 경우 무턱대고 투자를 늘렸던 일부 저가 항공사는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객 불만 급증

이렇다 보니 싼맛에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려다 여행 일정 자체를 망치거나 적잖은 곤욕을 치르는 승객들의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들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에 대한 소비자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4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증가했다. 정부는 뒤늦게 저가항공사의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 5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감독관 업무메뉴얼 개정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이직률·직원의 증감·항공기 보유 대수 변화 등을 꼼꼼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항공기 운항 지원 인력이 부족한 경우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나 감독 인력 등이 항공기 보유 댓수에 비해 지나치게 적거나 훈련 및 비행점검 지연 가능성도 점검 대상이다. 승무원의 과로에 따른 안전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승무원 비행·근무·휴식시간 보고제도를 운용하며 조종사 자격유지 조건 및 관리절차도 도입한다.
항공기 고장이나 결함 시 고장 발생 보고 여부 및 체계도 확인하는 한편 일반 정비사항 및 정비사의 직무, 정비 조직 등도 점검한다. 

자체적인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내부적으로 안전 조사를 수행하는지 감독한다.
또 위험물 훈련프로그램을 마련해 위험물에 대한 필수 교육내용과 위험물 접수·포장·보관·탑재 등의 처리 절차의 적절성도 점검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관련 지출 상황도 점검함으로써 항공 안전 감독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전도 저가였나”?

앞서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는 3일 새벽 1시(현지시각) 필리핀 세부 막단 공항에서 이륙한 지 약 1시간여 만에 왼쪽 앞부분 출입문에서 소음이 발생하자 긴급회항 조치했다.

항공사 측은 출입문은 이상이 없었고 단지 문이 꽉 닫히지 않아 소음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9시께 김해공항에서 제주로 출발하려던 에어부산 BX8105(A321-200, 195석)편이 기체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내부 유압계통에 문제가 확인돼 결항했다.

에어부산 측은 급히 대체 항공기를 물색했지만 기존 항공기의 195명이 모두 탈 수 있는 항공기를 찾지 못했다. 대신 규모가 작은 탑승 정원 162명의 항공기(A320-200)로 교체하는 바람에 승객 33명이 이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

앞서 제주항공 여객기는 여압장치 이상으로 상공에서 20분 동안 저공비행을 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주에서 김포를 오가는 여객기 10편과 제주에서 부산 노선 2편 등 모두 16편이 최대 1시간 20분 지연 운항했다. 이로 인해 승객 약 2500명이 불편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