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뇌물로 사랑받는 명품시계, 이유는?

2016-01-11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뇌물리스트에 명품시계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영화 <부당거래>에서는 돈 봉투 옆으로, 명품시계가 든 아담한 상자가 전달되는 등 뇌물의 단골소재로도 표현된다.
명품 시계가 ‘뇌물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격대가 다양하다는 게 첫 번째로 꼽힌다. 수백만 원에서 시작하는 명품 시계 브랜드는 가격대를 위로 올리면 수억 원에 달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620개가 넘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엑스칼리버 더블플라잉 투르비용 스켈리턴’이라는 시계는 4억 원에 달하는 것도 있다.

명품 시계는 생산량이 한정돼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된다. 파텍 필립이나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명품들은 생산량이 워낙 적어 세월이 지나도 값어치가 변하지 않는다. 상속과 증여가 자유롭다는 것도 특징이다. 게다가 매일 착용하는 시계를 볼 때마다 선물을 준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명품시계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는 받는 사람의 격에 맞출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고위층 사이에서 비밀스럽게 거래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 재계는 물론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유용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선고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06년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30만 달러(약 3억3500만 원)를 뇌물로 주면서 4200만 원 상당의 ‘프랭크 뮬러’ 시계도 함께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회장은 허병익 당시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에게도 2700만 원 상당의 프랭크 뮬러 시계를 건넨 바 있다. 

 2011년 저축은행 비리 당시 금감원 간부도, 이국철 전 SLS 회장이 로비한 이상득 전 의원 보좌관도 초고가 시계를 챙겼다.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박 의원 가족들이 분양대행업자로부터 받은 명품 시계는 모두 9개. ‘해리윈스턴’ ‘위블로’ ‘브라이틀링’ 등 개당 3000만~4000만 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들을 받아 챙겼다.

‘FIFA(국제축구연맹) 비리’에선 영국 축구협회장이 3000만 원짜리 시계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고, 카타르 왕족이 남미 축구계 거물들에게 황금 시계를 뿌렸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