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6년 만에 금호산업 되찾는 박삼구 회장

산은에 7228억 완납 “‘그룹 재건’ 마지막 퍼즐 맞췄다”

2016-01-04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이 지난달 29일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완납하고 인수를 마무리한다. 이로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2009년 금호산업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그룹을 재건하게 됐다.

다만 그룹 재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해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직원들은 박 회장이 빚을 내 그룹을 재건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져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파악한다.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2009년 기업개선작업…후계구도 완성은?
경영계획 일일이 점검 ‘제2 창업’ 고삐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 날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50%+1주) 인수를 위한 자금 7228억 원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완납했다. 산업은행은 자금 납입을 확인한 직후 채권단의 금호산업 보유지분을 박 회장이 최근 설립한 지주회사인 금호기업에 넘겼다.

금호산업을 되찾으면서 박 회장이 다시 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됐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금호사옥·금호리조트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을 장악하고 있어야 그룹을 지배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박 회장의 뚝심과 열정

금호산업이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박 회장의 그룹 재건을 위해 남다른 뚝심과 열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그룹 재건 성공에는 박 회장의 사재를 터는 ‘책임 경영’이 큰 몫을 차지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3300억 원의 사재를 출연해 250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며 무상감자,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쳤다.  지난 3월부터 9월 중순까지 7개월여간 계속된 금호그룹과 채권단 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팽팽했다.
연초부터 매각시장에 뛰어든 호반건설이 박 회장의 제시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인수전이 사실상 끝날 예정이었지만 시중에 나돌던 1조 원보다 턱없이 낮은 6007억 원을 써내며 또다시 박삼구 회장에게 기회가 돌아왔다.

이에 채권단은 고심끝에 지난 9월 7228억 원을 박 회장에게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박 회장이 이를 수용하며 인수전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호남지역의 여론과 지역 정치인·경제단체 등의 노력도 큰 역할을 했다. 재계도 인수 막바지에 상도의를 내세우며 ‘십시일반’으로 박 회장을 도왔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를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더 낮은 자세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힘이 될 수 있게 여생을 다 바치겠다”며 “금호산업 인수를 발판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사회적 책임과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아름다운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오는 8일 경기도 용인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에서 150여 명의 그룹 전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임원 전략경영세미나를 개최한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 계열사별로 내년 사업계획과 경영실적 전망을 보고받은 후 사실상 ‘비상경영'을 선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계열사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수년째 건설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금호산업 외에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의 경영실적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아시아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약진과 메르스 사태, 환율여건 악화 등으로 수익성이 곤두박질치고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 온 금호타이어의 사정도 좋지 않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3분기 매출이 15% 줄고 영업실적은 적자를 냈다. 워크아웃 돌입 직전인 2009년 4분기 이후 첫 적자다. 올 초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독자경영을 시작했지만 경쟁력이 약화되고 노조의 최장기 전면파업 등 악재가 겹친 탓이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아직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짓지 못하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금호아시아나는 내년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최종 확정 후 2월 1일자로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형제의 난'으로 등을 돌린 두 형제의 갈등은,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은 ‘서로 다른 기업 집단'이라는 판단을 내리며 일단락됐다.

금호아시아나, 금호석유화학 등은 금호라는 상호만 공유할 뿐, 전혀 다른 기업집단이 된 것이다. 이로써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8개 계열사들은 법적으로 완전 계열분리됐다. 대법원(특별3부, 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7월 공정위를 상대로 “금호석유화학 8개 계열사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인 금호아시아나의 소속 회사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금호석화의 분리·독립경영이 이뤄지는 것을 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영향력이 배제된 채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경영권 행사가 계속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0년부터 금호석화 등 8개사는 ▲신입사원 채용을 별도로 해온 점 ▲ ‘금호'라는 상호는 쓰지만 금호아시아나의 로고는 쓰지 않은 점 ▲사옥을 분리해 사용하는 점 ▲ 기업집단현황을 별도로 공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경영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결론지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계열사가 계열 분리돼 독립경영이 가능해졌다”며 “양사 모두 독자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상호협력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