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점에?” 최태원 회장 이혼 의사 밝힌 속내

“고도의 전략이었나?”

2016-01-04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전격적인 이혼 의사를 밝혀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다른 여성과 사이에 아이까지 출산했다는 부끄러운 과거까지 고백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왜 이 시점에서 ‘부부 파경’과 ‘불륜 사실 및 혼외자식’이라는, 그룹 총수로서는 굉장히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런 사실을 스스로 털어놓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재계에 능통한 호사가는  “고도 전략이었다”고 전한다.

 의도치 않은 공론화로 입을 타격 최소화 노린 듯
“이혼해 달라”vs“가족 지킨다” 진흙탕 싸움 되나?


최 회장 부부가 별거하고 있다는 점이나 혼외 딸이 있다는 사실은 그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4~5년 전부터는 그룹 안팎에서 사실상 부부 사이가 파탄났다는 말이 돌았고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언론은 “두 사람이 2011년 9월부터 별거 상태”라며 “이혼 결심을 굳히고 이를 가까운 지인들에게 알렸다”고 했다.
실제로 최 회장은 과거 한 법무법인을 통해 노 관장과의 이혼 소장을 작성해 놓았으나 자신이 형사사건에 휘말리자 법원에 제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들어 구속된 최 회장이 생활하던 구치소를 노 관장이 자주 찾고 법정에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관계가 회복됐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신문을 통해 밝혀진 내용은 충격을 안겼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면서 노 관장과의 결혼생활이 순탄하지 못했고 오래전부터 별거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 6살 난 딸이 있다는 점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자 한다는 점을 토로했다.

의도된 발표?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갑작스럽게 공개적으로 이혼 의사를 밝힌 것을 두고 이혼 협의가 원만치 않아 공론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독교에 심취한 최 회장 입장에서 혼외자식인 딸이 성장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가정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고 사생활 소문이 확산되는 상황을 털고 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앞서 12월 중순께에는 유명 연예인 S와의 염문설이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또 혼외정사와 함께 혼외 자녀까지 두게 된 사실이 폭로성 기사로 공개될 경우 재벌 총수로서의 인격과 도덕성 등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혼외자의 존재를 굳이 감추다가 실각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가 반면교사가 됐을 수도 있다.
반대로 내연녀 쪽에서 최 회장에게 노 관장과의 별거상태를 이혼 관계로 정리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법적 해결에 맡기겠다고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내연녀는 회장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 전부터 교제사실을 온라인 상에서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최 회장과 내연녀의 교제 사실은 미국은 물론 국내에도 광범위하게 알려진 내용이었다”며 “내연녀가 교제사실을 인터넷에 알리며 어느 정도는 적극적으로 노출시켰다”고 말했다.

물론 최 회장이 편지에서 밝혔듯이 혼외의 두 모녀에 대한 애정을 시사하고 있어 단순히 협박성이 아니라 정당한 요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론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최 회장이 자신이 직접 나서 심경을 담은 편지를 공개하는 선제적 대응으로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려 보자고 시도했을 수 있다는 것.

최 회장이 혼외 딸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부정적으로 노출될까 우려해 나름 치밀한 각본을 짠 결과물 아니냐는 관측이다.

내연녀는 누구?

호사가들 사이에선 최 회장이 편지에서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고 지칭한 여인 A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A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40대 이혼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A씨를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둘 사이에 딸이 출생한 시점이 2010년인 점을 고려하면 2000년대 후반쯤부터 교제를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미블로거 안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A씨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안 씨가 입수했다고 밝힌 A씨의 이혼소송 판결문에는 1975년 11월생으로 나와 있고 2008년 6월 미국 뉴저지 주 패세익카운티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1월 이혼 판결을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빼어난 외모의 A씨는 여러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최 회장이 A씨에게 한남동 고급빌라를 사줬고 2011년에는 홍콩의 최고급 호텔에서 A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의 돌잔치를 열었다고 주장했다.

SK그룹 측은 이에 대해 “그 여인이 미국시민권자이고 이혼을 경험한 분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최 회장이 고급빌라를 사줬다거나 홍콩에서 돌잔치를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여러 언론사에서 최 회장의 가정사에 대해 취재를 해왔으나 사생활에 해당하는 부분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왔다”며 “세계일보에서 취재를 해 편지를 공개하게 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노소영 관장은 이혼을 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이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 사법부는 결혼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요구를 인정하지 않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장차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혼할 이유가 없다”며 “단순 재산 분할이나 지분 이상의 의미를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 측에서는 “아이들도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