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화·HDC신라면세점’ 직접 가보니…

미완성 매장 “명품 브랜드 왜 안 보이지?”

2016-01-04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각종 화제를 모은 서울시내 면세점이 문을 열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개장했다. 한화의 갤러리아면세점 63도 12월 28일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샤넬이나 루이비통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입점이 완료되지 않아 ‘졸속 개장’이란 비판도 나온다. 조기 오픈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또 면세점 제도에 관한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화제 비해 한산한 분위기…졸속 개장 비판
조기 오픈 무리였나…제도 문제 개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며 각종 화제를 모은 서울시내 면세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요서울]이 지난해 12월 28일 찾아간 HDC신라면세점의 모습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자리한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HDC신라면세점은 지난달 24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화제를 모았던 것에 비해 방문객의 번잡함은 찾기 어려웠고, 브랜드 입점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느 한 층은 아직 통째로 비어 있었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위치한 한화 갤러리아면세점 역시 분위기가 다르지 않았다.

또 곳곳에 입점을 예고하는 알림말을 써놓은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가벽 안쪽은 아직 공사 자재들과 공터 모습으로 미완성된 면세점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두 현장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방문 고객의 수를 이야기하기엔 이제 막 시작한 시점이다”면서도 “해외에서 온 단체 관광객 팀 말고 내국인 방문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내국인 방문객은 “딸이 곧 출국이라 함께 와봤는데 화제만큼 실속이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 “명품 브랜드 매장도 거의 안 보여서 흔히들 말하는 ‘면세 찬스’를 사용할 만큼의 제품 구매 욕구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면세점은 현재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라 불리는 매장 이 제대로 들어와 있지 않다. 또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MCM과 유명 시계 브랜드 다수도 아직 입점이 완료되지 않아 매장 크기가 상대적으로 협소하게 느껴진다.

갤러리아면세점의 경우 같은 브랜드가 다른 층에서 이중으로 운영되는 광경도 포착됐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헤라, 후, 라네즈, 아이오페 등 브랜드 중 일부는 다른 층에서도 운영되고 있었다. 스타일난다의 3CE 역시 여러 층에서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조기 오픈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독촉으로 개점을 앞당기다 보니 전체의 40% 정도가 아직 공사 중인 상태에서 문을 열어 ‘졸속 개장’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우려가 현실로

HDC신라면세점은 오는 3월에 정식 개장을 할 예정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달 24일 HDC신라면세점 개장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양창훈, 이길한 공동대표와 내부 관계자들이 모여 간단한 기념촬영을 했다.

정몽규 회장은 개장식 종료 직후인 국산품 전용관으로 준비된 6층 매장을 둘러보며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말을 남겼다.

갤러리아면세점은 오는 7월 1일 정식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프리 오픈 행사에는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를 비롯한 한화 임직원, 면세협회 등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게다가 신규 면세점만 5곳에 이르다 보니 해외 유명 브랜드는 조건을 따져가며 면세점을 고르는 상황이다. 여러 업체가 모두 유치하려고 달려들고 있다 보니 매장 위치나 수수료 등의 문제에 대한 요구도 늘어난 것이다.

면세점 제도에 대한 비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면세점 운영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이에 따라 사업권을 잃은 곳들에서 벌어지는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용 승계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폐점을 앞둔 곳의 직원들이 사업권을 획득한 곳으로의 100% 고용 승계가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호간에 협의는 하고 있지만 잉여 인력 발생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 선정에 실패한 SK네트웍스와 롯데 월드타워점에 고용된 인력들의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5년 특허만료 제도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커졌다. 개선이 없다면 면세점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고용불안 등을 야기하는 문제들이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유명 명품 업체들의 미입점도 5년 단위의 면세점 특허 기간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5년 단위의 기간이 입점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로 5년 재허가 방안이 도입된 만큼 면세점 사업 진입 장벽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대기업만의 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다만, 손익계산에 치밀한 대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이 같은 문제를 감수할 만큼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과도한 우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5년인 특허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과 면세점 신규 특허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또 HDC신라면세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직접 파리를 방문해 루이뷔통과 디올, 지방시, 태그호이어 등을 거느린 베르나르 아르노 LVMH(루이뷔통 모에 헤네시)그룹 총괄회장을 직접 만나는 등 명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도 명품 브랜드들의 면세점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는 3월에서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명품 브랜드 유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