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추정인물이 칭다오서 조선족 여성과 맞선을?
‘조희팔을 찾아라’ 집중추적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58)의 최측근인 강태용(54)이 지난해 10월 11일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서 검거된 지 68일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강씨는 2004∼2008년 조희팔과 함께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투자자 4만여 명에게 약 4조 원을 받아 가로챈 조씨 조직의 2인자다. 누구보다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근접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붙잡힌 지 두 달이 넘도록 국내 송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핵심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은 그동안 조씨 일당의 가족, 측근 인물 등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를 벌였다고 했지만 똑 부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대구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된 강태용과 바로 다음 날 법정에 선 조희팔 아들 모두 “조희팔이 2011년 겨울에 죽었고, 직접 봤다”고 진술했지만, 최근까지도 조희팔을 봤다는 제보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은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인 것. 조희팔이 살아 있다는 의심이 더 큰 대목이다. 장례식 동영상 외에 죽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18년간 알고 지내며 사기 행각을 함께 벌이고 중국으로 나란히 도피한 탓에 강씨가 조씨의 생사를 밝힐 단서를 갖고 있는 것으로 검찰을 보고 있다.
강태용은
죽었다고 했지만…
금융 다단계 유사수신 사기를 벌였던 조희팔은 2008년 12월 9일 충남 안면도 마검포항에서 보트를 타고 중국으로 밀항(密航)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씨가 2011년 12월 중국 웨이하이(威海)에서 심근경색으로 급사해 장례식을 치렀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찰청은 조씨 가족 등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조씨의 사망진단서, 시신 화장증, 유족이 참관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른 동영상 등을 근거로 제시했지만, 사기 사건 피해자를 중심으로 조희팔의 죽음은 꾸며진 것이고 중국에서 숨어살고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유족이 찍었다는 동영상과 중국 당국이 발행한 사망진단서가 사망 근거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사망을 단정한 경위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경찰은 조씨 유족이 보관하던 뼛조각을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deoxyribonucleic acid) 조사를 의뢰했지만, 감식(鑑識)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검거된 직후 경찰청은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볼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며 한 발 물러났다. 경찰 수사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털어놓은 것이다.
김 대표는 “대한민국 경찰이 이런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모임은 현재 40여 명으로 추적단을 구성해 지금도 그를 쫓고 있다.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중국, 동남아 등에서 조씨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최근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 외곽의 한 농장에서 조선족 조직폭력배 10여명의 보호를 받으며 은신(隱身)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년간 조희팔을 추적해온 윤광제(42) 대한민국 정의구현 시민연합(정의연합) 상임대표는 최근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자동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한 현(縣)의 농촌마을 농장 안에 은거(隱居)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지난해 12월 칭다오 일대를 찾아가 조희팔로 추정되는 인물을 본 목격자를 확보했다”며 “특히 조희팔 추정 인물과 만난 중국인 여성의 신병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여성은 조선족으로 강태용이 잡히기 전인 지난해 9월 칭다오 인근 한족(漢族·중국 본토에서 예로부터 살아온 종족으로, 중국의 중심이 되는 민족) 카페에서 조희팔 추정 인물과 맞선 성격의 면접을 봤다”며 “조희팔 추정 인물이 농장 안의 가공공장과 부대시설의 집사 역할과 자신의 시중을 들며 같이 살 여성을 구한다고 해서 직접 면접을 봤는데 그가 조선족 건달들의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조희팔 추정 인물이 사는 마을에 찾아가 조희팔 사진을 보여줬더니 마을 주민 3명이 “이 사람이 우리 마을에 산다. 장날마다 공안복장 차림으로 다니는데 건달들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태용이 조희팔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위치에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희팔의 중국 도주(逃走) 생활에 조력자가 드러나면 이들도 처벌할 방침이다.
피해자모임 ‘바실련’
“조희팔 살아 있다” 주장
피해자 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는 조씨 유사수신 사건에 대한 전면 재수사를 촉구했다.
바실련은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대구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팔 수사가 진행될수록 가담자가 계속 밝혀지고 있다”며 “검찰의 성역없는 공명정대한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면 재수사로 관련자들을 색출하고, 범죄수익 은닉금을 철저히 분석해 조씨 사건 피해자들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피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제보 등을 종합해볼 때 조희팔은 지금도 살아있다”며 “검찰은 검거에 신속히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바실련 김상전 대표는 “지금까지 조희팔과 관련된 모든 사건은 비상식적으로 흘러갔다”며 “그동안의 수사에서는 새롭게 밝혀진 것이 없어 수사기관을 불신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되 비상식적으로 흘러가면 지금까지 우리가 쌓아왔던 자료 등을 총동원해 사법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실련은 이날 대구지검에 피해자 3천675명의 서명을 받은 ‘전면 재수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檢 조희팔 은닉자금
찾으려 계좌 700개 추적
한편, 검찰은 조희팔의 범죄수익금 은닉 규모 등을 파헤치려고 수백개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대구지검에 따르면 조희팔 사건 재수사 후 지금까지 추적한 조희팔 측근 등 계좌 수는 700개 정도에 이른다.
이중에는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하기 직전 제3자 명의로 개설한 차명계좌 30여개가 포함됐다. 대구지검은 대검찰청 계좌추적팀 지원을 받아 차명계좌 등에 나타난 돈 흐름을 정밀 추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수상한 자금 흐름 일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자금 세탁 및 은닉, 로비자금 제공 등에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강태용에게 적용한 200억 원대 회삿돈 횡령(橫領) 등 혐의를 입증하고, 추가 은닉재단 등을 밝히기 위해 강씨와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공범들 간 대질신문도 벌였다.
또 최근 조희팔과 강태용 주변 인물과 사무실, 집 등 5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사건 관련자 5명을 추가로 출국 금지했다. 이와 함께 대구 출신 ‘원로 주먹’인 조모(77)씨 등 연루 의혹을 받는 인물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단계적으로 할 방침이다.
계좌추적 과정에서 범죄 수익금 5억 원가량이 조씨 측에 흘러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희팔 사기사건 수사 속도가 더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은닉자금 및 비호세력 여부, 조희팔 사망 진위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낼 것이다”고 밝혔다.
‘조희팔 미스터리’…
이번에는 제대로 규명되나
조희팔 사건은 공식 집계된 사기 피해자와 피해금액이 무려 2만4천599명, 2조5천620억원이다. 고소를 포기한 피해자를 합치면 많게는 10만 명에 피해액은 8조∼10조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게다가 이 사건으로 자살한 피해자만 10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단군(檀君) 이래 최대의 사기사건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이 시간은 조씨의 중국 도피와 경찰의 사망발표 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의혹과 의문투성이다. 검찰과 경찰은 우선 조씨가 살아있는지부터 명확히 가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으로 사망 발표를 주도한 인물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박관천(50) 전 경정이다 보니 조씨의 사망 발표를 곧이듣는 사람도 많지 않다.
조씨의 정·관계 로비의혹도 철저히 파헤쳐야 할 부분이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통해 지금까지 드러난 뇌물은 총 34억5천500만 원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희팔 사건은 로비 장부나 리스트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더해지면서 잠재적으로 ‘조희팔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2008년 12월 조씨가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밀항할 당시 해양경찰에 제보까지 받고도 체포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의혹이 무성하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통해 풀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희팔 사건의 미스터리는 과연 풀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