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해결 못한 최대 음란사이트, 이번엔 근절될까?
‘소라넷’ 자체 폐쇄 결정 했지만…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 11월 23일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안전행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은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국내 최대의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요구했다. 이에 강 경찰청장은 ‘미국 측과 협의해 사이트 자체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해외에 서버 두고 IP 도주 반복
유사 사이트로 재등장할 가능성도
몰래카메라 촬영(몰카), 음란 동영상 등 일반 여성들을 피해로 몰았던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이 사이트에선 불법음란물 유통 외에도 성매매 정보 등이 공유되고 있어 숱한 논란을 만들어왔다. 그간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했던 만큼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됐지만, 미국에 서버가 있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았다. 국내에 IP를 둔 다른 사이트와 달리, 소라넷은 해외에 서버를 둔 데다 감시망이 시작되면 수시로 서버를 바꾸는 등의 수법으로 법망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워터파크 몰카 사건 등 음란 사진 및 동영상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온라인에서 ‘소라넷을 폐쇄해 달라’는 서명 운동이 일어났다. 이에 참여한 이들만 11월 기준으로 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지난 11월 진 의원이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소라넷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고 있는 몰카 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폐쇄조치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
11월 당시 강 청장은 “수사에 착수하였고, 이번에는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 (서버가 있는)미국 측과 협의해 사이트 자체 폐쇄를 검토하고 있으며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사이트가 폐쇄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미국 측과 원칙적인 합의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련의 폐쇄 결정에 이르기까지 네티즌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다는 평가다.
현재 소라넷 사이트는 자체 폐쇄 및 변경한 상태다. 지난 11월30일 소라넷 운영자는 게시판을 통해 ▲ 모든 카페 서비스를 컨텐츠 백업 및 개별 회원들에게 폐쇄를 통보할 수 있는 유예 기간 이후 12월30일자로 폐지하고 ▲ 12월1일자로 무비 섹션 폐지 ▲ 같은 날로 랭킹 섹션 폐지 등 소라넷의 서비스를 폐지하는 내용을 올린 바 있다.
여전히 ‘현재진행형’
물론 사이트 자체폐쇄만으로 수사의 끝은 아니다. 현재 경찰은 소라넷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소라넷 사이트의 폐쇄 요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번 자체폐쇄 조치를 두고 불법 음란 사이트가 근절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서 사이트 폐쇄 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이 음란 사이트는 16년간에 걸쳐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200번에 걸쳐 폐쇄조치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사이트에 대한 문제인식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소라넷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폐쇄 결정도 효과가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체 폐쇄 전 기준으로 소라넷은 회원 수 100만 명 이상을 자랑했던 만큼, 이번 폐쇄 등의 조치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그 이유로 해외에서 수시로 서버를 옮겼던 전력을 든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도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 문제와 관련해 “서버를 자주 옮기고, 해외에 서버를 두면 한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와 달리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소라넷 운영자가 공식 입장을 통해 문제가 있는 일부 게시판을 자체적으로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알렸다.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경찰청장까지 나서 소라넷 폐쇄를 언급하자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는 평이다.
하지만 진 의원은 블로그에 ‘소라넷이 소설만 남기고 관련 게시글이 다 삭제되었다’며 ‘성매매방지법을 통해 결국 성매매가 음지화 되었듯, 소라넷도 결국 같은 원리인 풍선효과’라고 지적했다. 카페 횔동으로 불법 음란물을 올린 회원들이 음지로 숨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선 이런 시각에 동조하며 이번 소라넷 폐쇄가 오히려 ‘음란사이트의 음성화’를 가속화 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음란물 유통은 여전
이번 사안은 몰카 등 일상에서의 음란물이 만연해 피해를 입는 여성들이 증가한 데 따라 논란이 커졌다. 그간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지하철 내에서 몰카 근절 광고, 소라넷 폐쇄 청원 등의 노력이 있었다. 과거 소라넷 등 음란 사이트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을 때보다, 네티즌을 비롯한 일반인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있었던 것. 특히 음란 사이트 특성 상 늦은 시간에 게시물이 올라오기 때문에, 일부는 불침번을 서가며 불법에 해당되는 게시물을 수집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소라넷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자체 폐쇄 결정까지 이끌어냈지만, 이후 유사 사이트가 등장했는지 등의 여부 역시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해외에 서버를 두는 소라넷의 특성 상 언제든지 유사사이트 및 카페를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의 연장선이다.
특히 과거보다 SNS를 통해 음란물이 유통되는 경우도 증가해, 소라넷 역시 이런 경로를 이용해 음란물을 지속적으로 유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 블로그인 ‘텀블러’를 통해 음란물이 오가기도 한다. 일부 카페에선 여전히 일반 여성들의 음란 사진 및 영상이 회원 간에 오가고 있다.
해외 대표 포털 사이트인 구글의 경우 음란물 차단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역시 유사 사이트·카페의 등장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여러 동영상 사이트에선 여전히 일반 여성들의 음란한 영상이 검색 및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소라넷 폐쇄 이후 유사 사이트·카페의 등장 역시 관리 및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에 서버를 둔 포털 사이트 및 SNS도 불법 음란물의 주요 유통경로가 될 수 있어 국제적인 공조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