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신데렐라’ 노미정 부회장, 공주 옷 벗을까?

2015-12-28     강휘호 기자

두 아들 내치고 물려준 영풍제지, 결국 남의 손으로…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47)이 대규모 지분 매각을 단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노미정 부회장은 이무진 영풍제지 회장(82)의 ‘35세 연하, 현대판 신데렐라 부인’으로 알려져 있어 그 파문은 더욱 비상하다. 특히 노미정 부회장이 이무진 회장의 두 아들을 대신해 지분 전량을 증여받은 적이 있고, 그동안 수십억 원대의 배당금을 수령한 뒤 돌연 회사의 경영권을 매각했다는 점도 주목되고 있다.

5년 만에 최대 주주로 등극한 35세 연하 아내
3년만에 사모투자전문회사에 대규모 지분 매각 

영풍제지는 중견 제지전문 기업이지만 사실 현대판 신데렐라 스토리라고 불리는 이야기 때문에 더욱 유명하다. 세간에서 말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올해로 82세를 맞이한 이무진 영풍제지 회장의 35세 연하 아내가 회사의 지분 전량을 손에 넣게 된 사연이다.
 
1970년 설립된 코스피 상장기업 영풍제지는 주로 지관용 원지와 라이나 원지 등을 생산하고, 2011년 기준 자산 1105억 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156억 원과 3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조용하던 영풍제지는 2013년 1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무진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지분 51.28% 전량을 자신보다 35세나 어린 아내 노미정 부회장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노미정 부회장은 기존 보유 중이던 지분과 더해 55.64%의 지분을 확보하며 단숨에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40대 중반의 노미정 부회장이 단숨에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증여일 종가 주당 1만6800원을 기준으로 삼으면 총 증여가액은 207억 원이었고, 이로 인해 사실상 노미정 부회장이 영풍제지의 주인이 됐다. 그러나 단순히 한 중견기업 회장이 자신의 아내에게 지분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 불과 5년만이었다는 점, 이무진 회장과 전처 사이에 장성한 두 아들이 있음에도 현재 아내 노미정 부회장에게 지분 전량을 넘긴 점 그리고 영풍제지가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극도로 밝히기 꺼려하는 점 등은 대중의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러한 소란 이후 행보 역시 대단했다. 노미정 부회장의 등장과 동시에 영풍제지의 아내 밀어주기가 급물살을 타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공시를 살펴보면 영풍제지가 2013년 상반기 등기이사 2인(이무진 회장, 노미정 부회장)에게 지급한 임원 보수는 17억940만 원이다. 시가배당률은 12%에 달했고 그동안 9~16%대 머물던 배당성향도 44%로 상승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미정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약 25억 원(세전)을 확보하게 됐다. 그야말로 노미정 부회장에게 모두를 퍼주다시피 한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움직임은 더욱 과감하게 나타난다. 폭탄 배당의 과거를 보면 2011년 250원이었던 주당배당금이 갑자기 2000원으로 훌쩍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노미정 부회장이 지금까지 수령한 배당금과 등기이사로서 받은 보수를 모두 더하면 영풍제지에서 수령한 금액만 90억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올 정도다. 노미정 부회장은 지난해 여성 CEO 배당금 순위에서 5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숨겨진 이유

그런데 이렇듯 신데렐라로 불리던 노미정 영풍제지 부회장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50.54%)을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인 큐캐피탈파트너스(이하 큐캐피탈)에 돌연 매각한 것이다.

실제 지난 22일 영풍제지는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노미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총 54.44%(1208만여 주) 중 50.54%(1122만여 주)를 그로쓰제1호투자목적회사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로쓰제1호투자목적회사는 큐캐피탈이 단독운용사(GP)로 결성한 프로젝트펀드다.

인수금액은 총 650억 원(1주당 5800원)으로 당일 영풍제지의 주가(3080원, 종가기준)를 기준으로 하면 100%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됐다. 향후 큐캐피탈이 영풍제지가 보유한 자사주(391만여주·17.6%, 9월말 기준) 소각 및 장내매도 등을 통해 추가 지분에 나설 가능성도 전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미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매각한 이유가 2012년 경영권 승계 절차가 진행되고 골판지 원지 시장이 침체되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미정 부회장이 최대주주에 오른 뒤 3년 동안 영풍제지의 실적은 실적부진과 현금자산 감소 등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2012년 1134억 원에 달했던 매출은 지난해에는 831억 원으로 2년 만에 26.8%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65억 원에서 8억6000여만 원으로 무려 94.8%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동안의 매출은 58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까지 8억 원에서 올해는 마이너스 16억5600여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또 다른 일부는 노미정 부회장의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마련 차원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10월 영풍제지는 “노미정 부회장이 보유주식 82만3046주를 담보로 현대증권에서 받은 대출(총 대출금 100억여 원 규모)의 차입기간을 종전 10월12일에서 2016년 4월11일로 연장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한편 노미정 부회장이 공주 옷을 벗어 던지고, 경영권을 넘긴 뒤 영풍제지 주가는 계속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영풍제지는 노미정 부회장이 지분을 큐캐피탈에 매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틀 연속 상한가로 직행했다. 지난 24일 오전 9시10분 현재 영풍제지는 전 거래일보다 30.00% (1200원) 오른 52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앞서 경영권 확보와 지분 승계, 배당과 수당 정책 등 이무진 회장과 노미정 부회장이 보여온 광폭행보와 더불어 이번 대규모 지분매각이 영풍제지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역시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