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살랑…김희애 수상한 외출
2007-04-03 이정민
탤런트 김희애가 비련의 여인에서 ‘불륜녀’로 180도로 변신했다. 김희애는 SBS 새 월화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불륜도 불사하는 여인 ‘화영’ 역을 맡아 ‘돌팔매 맞을 여자’ 역을 열연한다. 지난달 27일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 자신의 배역을 상징하듯 어깨와 등이 드러난 과감한 원피스를 입고 나타나 눈길을 끈 김희애는 “드라마 찍고 나서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라며 이번에 맡은 배역이 평범하지 않음을 암시했다.
지금 까지 정숙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연기자로 이름이 높았던 김희애는 ‘내 남자의 여자’에서 이성보다 감정에 충실한 여자 ‘화영’ 역을 맡아 여고 동창생이자 단짝 친구 ‘지수’(배종옥)의 남편 ‘준표’(김상중)와 불륜에 빠지는 연기를 선보인다.
“1993년 MBC ‘폭풍의 계절’에 출연한 이래 이렇게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굉장히 떨리고 망설였지만, 김수현 작가와 탄탄한 연출진 그리고 최고의 배우들을 만나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에 나섰어요.”
김희애는 ‘내 남자의 여자’ 첫 회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인다. 불륜연기에 빠질 수 없는 노출과 파격적인 키스신을 연기한다.
“처음에는 어색한 연기가 스스로도 느껴져 제대로 한번 해보자 결심했죠. 촬영장에서 김상중씨랑 ‘여기가 에로비디오 촬영장 아니냐’며 서로 쳐다보고 웃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을 선택하면서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만큼 망설임도 많았다.
“솔직히 파격적인 역할이라 남편과 아이들이 걱정이 됐어요. 남편에게 좀 미안한 역할이라고 하니까, 안보겠다고 선언하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연기자인데 뭐가 문제냐’고 격려를 해줘 마음을 놓았어요.”
“야한 의상 좋아해요”
하지만 집안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격렬한 키스신을 벌이는 것을 비롯, 파격적인 베드신 등도 예고된 상황. 그만큼 위험한 사랑을 벌이는 것에 대한 대가는 만만치 않다. 극중 지수의 언니 은수(하유미)에게 애정행각이 들통나 속옷바람으로 뭇매를 맞는 장면을 촬영한 후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되는가 하면, 준표와 격렬한 키스신에 민망한 적이 다반사였던 것.
“나이 들어 속옷바람에 두들겨 맞으니 부끄럽기도 했지만 완전히 자신을 버리고 연기했어요. 결국 그날 밤에는 와인 한잔을 마시고서야 잠들었어요. ‘맞은 사람은 몰라도 때린 사람은 구부리고 잔다’는 말처럼 전 그날 저녁을 다 비웠는데 하유미씨는 식사를 거의 못하셨어요.”
그는 제작발표회장에 드라마캐릭터 컨셉트와 어울리는 등이 훤히 파인 원피스를 입고 나와 카메라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야한 의상을 좋아해요. 드라마 배역상 야한 옷을 많이 입어야 해요.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실제 성격은 지수와 비슷
‘내 남자의 여자’에서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위해 김희애가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헤어스타일.
“김수현 선생님께서 직접 머리를 많이 풀어 헤쳐보라고 조언했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문득 문득 과거에 익숙했던 연기가 나와 그것을 깨려고 많이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등 모든 부분에서 애썼죠.”
‘내 남자의 여자’는 김희애와 ‘언어의 마술사’ 김수현이 또다시 손을 잡은 작품이어서 눈길을 끈다. 여러 작품을 함께 하다보니 눈빛만 보아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김수현 선생님은 갖고 있는 숨어 있는 부분을 뽑아내 최대한 살려주시는 분이에요. 선생님이 기존의 상식을 깨고 싶어서 (불륜녀) 역을 일부러 내게 맡긴 것 같아요.”
최근 드라마 소재로 불륜 열풍이 일고 있다. 김희애가 생각하는 ‘내 남자의 여자’와 기존 불륜 드라마와의 차이점은 뭘까.
“김수현 작가가 쓰는 불륜 드라마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확신해요. 좋은 작가, 좋은 감독, 좋은 배우들이 보여주는 심리 멜로 드라마예요.”
자신의 성격은 ‘화영 보다는 현모양처인 지수 쪽에 가까운 것 같다’고 미소를 띠는 김희애.
“제 변신을 본 주위 사람들이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가식적으로 거짓말하지 않고 자기 감정에 충실한 여자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