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중수부 대체’할 부패수사 시스템 뜬다
특수수사 역량 강화 ‘고심’하는 검찰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검찰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의 공백을 메우면서 효율적으로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별수사 부서를 대폭 개편한다. 검찰의 조직개편은 이달 중 마무리할 검찰 고위직 인사와 맞물린 사안이라 늦어도 연말까지는 새 조직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대검 반부패부(부장검사 윤갑근)를 중심으로 대형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 조직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등검찰청에 태스크포스(TF) 형태의 수사팀을 신설, 대형비리 수사를 전담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내부 평가 중이다. 기동수사팀은 검사장 또는 차장검사 급이 책임을 맡고 부장검사를 복수로 파견해 운영되며, 주로 정치인, 기업인이 연관되는 전국단위 대형비리 특수수사를 맡게 된다. 대검 중수부 부활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검에는 수사팀을 신설하지 않을 예정이다. 검찰은 이달 검사장급 인사 단행 전 새 조직의 윤곽을 잡아놓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형비리 수사 ‘특수 수사통’ 키우나?
총장 직속 기동수사팀 신설 검토…서울고검 중수부?
‘김수남호(號)’ 검찰이 첫 정책 과제로 부패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수사체제 개편작업에 돌입했다.
조직개편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김수남(56·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은 총장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대검 중수부와 같은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검 윤갑근(51·사법연수원 19기) 반부패부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별수사에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여론과 정치권이 공감할 수 있고, 수사의 효율성도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중심으로 재편된 특별수사체제에서 드러난 일부 수사상 한계를 언급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는 부패 수사의 문제점은 대검 중수부 폐지로 생긴 검찰 수사의 한계점과 대체로 일치한다. 일선 검찰청 수사는 검찰총장 직속 기구였던 중수부가 막강한 지원팀을 거느리고 수사하는 것에 비해 보안(保安)이 취약하고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 검찰청에서 우수 인력을 대거 차출해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하기도 어렵다.
검찰 일각에서는 올해 주요 사건 중 ‘수사 장기화’ 논란을 빚은 포스코 사건 등도 “중수부가 했다면 완전히 다른 양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중수부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촉발된 ‘권력(權力)의 하명(下命) 수사기구’로 받아들여지면서 정치적 편향 논란을 불렀고 이 때문에 여야 합의로 폐지됐다는 점이다. 중수부 폐지는 현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중수부는 박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13년 4월 폐지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중수부를 폐지한 취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중수부 수사의 특장점을 되살리는 묘안(妙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 상설 수사조직’을 만든다면 사실상 중수부 부활이 되는 셈이어서 다른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연말까지 운영되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처럼 태스크포스(TF) 형식의 수사팀을 두고 전국 단위의 대형 비리 수사를 맡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합수단은 수사 지휘를 대검 반부패부가 맡기 때문에 보고 체계가 단순하다. 별도의 예산이 편성되는 데다 수사 지원인력을 한데 모아놓았기 때문에 일선 검찰청 특수부보다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특임검사(特任檢事)를 임명해 수사를 맡기는 방안도 있다.
‘스폰서 검사’ 등 과거 내부 비리를 수사하는 데 활용했던 특임검사 제도를 대형 비리 사건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다. 특임검사는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한다. 철저한 보안 유지와 신속한 의사결정이 장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4부 운용을 효율화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사건에서 부서 칸막이를 없애고 몇몇 특수부를 통합·연계 운영되면서 ‘화력’(火力)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조직 개편이나 법령(法令) 개정의 부담이 적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반면 기존처럼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반부패부로 보고체계가 중첩돼 보안이나 의사결정의 신속성 등 측면에서는 미진할 수 있다.
연말에 활동이 종료되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규모를 축소한 채 상설화된다.
국무총리실은 합수단을 서울중앙지검 내 방위사업비리 전담 수사부서로 두기로 하고 관련 직제(職制)나 부서명 등을 법무부, 국방부 등과 최종 조율 중이다.
합수단을 계승할 부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 산하에 둘 가능성이 크다. 단장은 부장검사 혹은 차장검사로 할지, 인력 규모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조직 개편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여러 지적들을 바탕으로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부처들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도 있어 결정 시기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당분간 불법·폭력 시위를 비롯한 공안사범을 엄단하는 기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과 이듬해 대선 등 굵직한 선거가 몰려 있고 불법·폭력시위 문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불법시위·총선 화두…
검찰 ‘공안 드라이브’
인사를 통해 진용을 새로 짠 뒤에는 범죄 첩보나 내사(內査) 자료가 축적된 각종 기업 비리와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속도감 있게 수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공안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국가정보원을 지휘하지만 구체적 사건에서는 피의자를 송치받아 사법처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검찰은 앞으로 이런 수사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고 나아가 재판에서 구형량을 높이는 등 강한 처벌을 이끌어내는 데도 힘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한 체제 동조세력에 대한 국정원과의 공조수사도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수사가 중단되다시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범죄 분야별로 중점 검찰청을 두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식품의약안전(서울서부지검), 산업안전(울산지검), 지식재산권 분야(대전지검)에 이어 금융·증권범죄(서울남부지검) 중점 검찰청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추가 지정되는 중점 검찰청이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