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빠진 기업들

면세점·주파수 면허 딴 기쁨도 잠시… 뒷탈?

2015-12-21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기업·주파수 경쟁에서 이긴 회사·대어를 낚은 대기업’ 등 웃음꽃이 만발해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웃지 못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 앞에서 부담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 이겼지만 과도한 비용 투자로 오히려 위험에 빠지거나 후유증에 시달리는 상황을 말한다.

2015년 하반기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대거 이뤄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최대 수천억 원대로 치솟은 상생·동반성장 기금 출현과 지역상권 개발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 탓에 특허를 거머쥔 기업이 오히려 적자의 늪에 빠지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돈 싸움 전략 기업 M&A… 결국 돈 앞에 무릎 꿇는 재계
호텔신라 불안감에 신저가 지속… 명품 수급 난기류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지난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특허 경쟁에서 승리했다. 두 업체는 각각 이달 24일, 28일 면세점을 개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두 업체가 아직까지 루이비통, 까르띠에, 샤넬 등 주요 명품 업체들과의 입점 협의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두 면세점은 이번에 전체 매장의 60%만 개점한다. 향후  브랜드를 추가하고 매장 운영 시스템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 중 정식으로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호텔신라 주가는 17일 8만2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호텔신라 주가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인 7월 17일 14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그러나 그 뒤 줄곧 내림막길을 걸으며 최고가에서 현재 40% 이상 빠졌다.
호텔신라 주가가 이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면세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사업권을 겨냥한 신규 진입자들의 도전과 기존 사업자들의 방어전이 치열해지면서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호텔신라도 기존 지배적 사업자들이 신규 면세사업자 대비 경쟁우위를 입증해야 우려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사업자 선정을 전후해 상한가 행진이 이어져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도 11일 3.46% 내려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7일 현재 9만6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주가는 7월 초까지만 해도 5만 원대 초반에 머물다 면세사업자 선정효과에 주가가 급등해 7월17일 22만500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그 뒤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고 최고가에서 반토막났다.

반짝 급등 뒤 내리막

서울 시내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승자가 된 신세계와 두산 주가도 부진하다. 심사발표 직후 ‘반짝’ 급등했던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의 주가는 발표 후 일주일 동안에만 12.9% 하락했다. 하락세는 계속 이어져 10일 종가 9만8600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승자 업체들의 주가 하락 요인에 대해 “면세점 사업이 5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서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한시적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주가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내년 주파수 경매에 나오는 2.1㎓ 경매 대역 20㎒ 폭을 두고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LTE 투자를 진행한 SK텔레콤의 이 대역 사수 의지가 확실한 가운데 KT나 LG유플러스가 경매 가격을 높이는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2.1㎓를 둘러싸고 과열경쟁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경매 설계 때 이 대역에서 재할당하는 LTE 40㎒ 폭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LTE 20㎒ 폭을 재할당받는다.

재할당 대역 가격은 이용 기간 동안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방식, 경매 대역 결과를 참고하는 방식이 있다. 재할당 가격을 경매 결과와 연동하면 경매 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재할당 가격 산정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의 과도한 M&A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경영으로 복귀한 가운데 그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지는 SK의 광폭행보에 대해 재계는 이목을 집중하고 있으면서도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 1일 자회사인 브로드밴드를 통해 5000억원(지분 30%)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IT서비스분야 역량강화에 나선 것이다. CJ헬로비전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SK텔레콤은 KT에 이어 국내 유료방송 2위 업체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에 대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SK텔레콤 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부정적 여론이 많은 상황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 움직임도 있다. 각종 사업 확대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을 시장지배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두 분야의 결합에 따른 시장 독과점 및 전이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해결 방안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결정적인 이유는 사업가치와 리스크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발주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업수주와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