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주년 저물어 가는데…기념사업은 아직까지 제자리걸음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 두고 시끌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광복 70주년을 맞은 2015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아 선정된 기념사업은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워가는 양상이다. 15일 국가보훈처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표기념사업 중 하나인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이에 대중의 관심이 광화문과 서울시에 쏠리고 있다.
“광화문광장에 영구 게양” vs “한시적 설치”
협의·보고 과정도 문제…올해 안에 결판 날까
광복 70주년의 해를 맞아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선정한 대표기념사업인 ‘광화문광장 태극기’사업이 잡음을 내고 있다. 광장사용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내 태극기 ‘상설 설치’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서울시는 광복 70주년의 해인 올해까지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게양하고, 이후 내년 8월15일까지 시민열린마당에 게양하자는 입장이다.
15일 보훈처는 보도자료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분쟁 등을 해결하는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거치는 등 모든 행정구제 노력을 강구할 것을 밝혔다. 또한 광화문광장에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가 반드시 게양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돌연 왜?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사업’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을 맞아 보훈처에서 기념사업으로 선정했던 것. 광복7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와 보훈처는 50개의 선정된 사업 중,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대표사업으로 선정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다른 사업들은 올 한 해에만 유효한 이벤트성인 측면이 없지 않다”며 “때문에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지속적으로 하는 걸 (단발적인 이벤트성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사업으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보훈처는 서울시와 실무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올 1월15일 광복70년 기념사업을 국무조정실에 제출했고, 2월12일엔 기념사업 행사계획까지 제출했다. 이후 올 5월28일 제3차 위원회를 개최해 종합계획안을 마련했고, 태극기 게양대를 포함한 50개 기념사업이 확정됐다. 보훈처 관계자의 발언에 따르면, 올 8월15일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 행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행사는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둘러싼 보훈처와 서울시의 갈등 및 예산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올 6월2일 서울시와 보훈처는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MOU(양해각서·두 당사자 간의 합의된 사항을 명시한 문서)까지 체결했다. MOU내용에 따라 보훈처와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MOU 체결 이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자문위원회는 6월~7월에 걸쳐 총 4번 운영됐다.
하지만 서울시 측에서 태극기를 광화문광장 내에 상설 설치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일이 꼬였다.
시의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광화문광장 내 태극기 게양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상설 설치’ 대신 다른 방안을 내놨다. 일각에서 보도되고 있는 ‘태극기 게양 설치를 반대한다’는 입장과 달리, 시는 보훈처에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내년 8월15일까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게양대를 설치 및 운영하는 안, 올해 말까지 광화문광장에 게양대를 설치하는 두 가지 안이다. 시는 이 두 가지 안을 지난 8월25일 보훈처에 제시했다고 16일 밝혔다.
상설 설치 대신 두 가지 안을 제시한 이유로 ▲ 선진국에서 도시 한 중심에 초대형 국기게양대를 상설 설치한 사례를 찾기 어렵고 ▲ 광화문광장은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 돼야 하며 ▲ 경복궁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보훈처 측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범정부 국가사업인 광화문광장 태극기에 대해 광장사용허가권만을 가지고 있는 시가 반대하는 데에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보훈처와 서울시의 갈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보훈처는 행정구제 등의 절차를 밟는다고 밝혔고, 시 측도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협의 난항
특히 보훈처와 서울시가 주장하고 있는 세부적인 내용이 달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시에선 보훈처의 ‘상설 설치’가 애초에 협의과정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16일 시는 ▲ MOU 내용에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대를 ‘상설 설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고 ▲ 7월2일 보훈처에서 서울시장에게 올 8월15일부터 내년 8월15일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이미 보고를 했으며 ▲ 서울시는 최대한 협조하기 위해 조형물심의위원회,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는 등 보훈처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을 두고 일각에선 ‘서울시가 태극기 게양 사업을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반대여론 등의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시 관계자는 “일각에서 잘못 보도되고 있다”며 “태극기 게양에 대해 반대를 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자는 안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 2017년3월부터 의정부 터 복원 정비사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이전까지 게양대를 설치 및 운영하고, 그 이후부턴 정부시설 부지 내에 영구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모든 행정구제 노력을 강구하겠다’고 기존에 표명한 입장에 대해 “(서울시와의) 더 이상의 협의는 무의미하다”며 “시가 ‘(보훈처가 행정절차 등을 한)그때 대응하겠다,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행정구제 등의) 노력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내부 검토를 보고 다음 주 중에 (행정구제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18일 서울시 관계자는 ‘시의 의견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한 상태다. 태극기 게양을 둘러싸고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일각에선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광복 70주년의 해인 2015년이 끝자락을 보이고 있는데, 아직도 구체적 방안을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