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인방-최경환-김무성 3각벨트 ‘위기’의 서청원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공천룰을 두고 새누리당 친박 비박 갈등의 중심에는 친박 좌장을 자처하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있다. 올해 74세에 7선으로 여야 통틀어 최다선 의원이다. 친박계의 분열을 막고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여오던 그였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경환, 유기준 등 ‘대통령의 남자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서 최고의 운신 폭과 정치적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또한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를 하고 이틀 후 최 부총리와 번개모임을 갖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서 최고의 소외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청와대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최 부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삼는 대신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부딪쳐온 껄끄러운 ‘정치적 선배’인 서 최고를 피하겠다는 복안이다. 청와대-최경환, 최경환과 김무성 그리고 서청원 최고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정치방정식을 따라가봤다.
-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고? 발끈한 서청원
- 7일 박 대통령-김무성 독대, 9일 김무성-최경환 번개모임
‘구맹주산’ 여의도 확산
정치적으로 해석한다면 총선이라는 큰 장에 앞서 친박 비박 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서 최고 때문에 친박계로 넘어오거나 동조하고 싶은 ‘신친박’이 겁나서 못 오니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다. 나아가 서 최고의 정계은퇴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발언으로 서 최고 입장에서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한자성어다.
이에 서 최고는 친박계 핵심인사가 누군지 직접 색출작업에 나서 H의원, Y의원, K 의원이 이름이 실명으로 나돌았지만 끝내 누가 처음으로 언급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구맹주산이라는 사자성어가 화제가 된 이후 여권 내 서 최고를 소외시키는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나 서 최고를 긴장케 하고 있다.
일단 서 최고 위기의식의 발원지는 단연 청와대다. 그동안 서 최고가 친박 내 좌장으로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묵인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그 전조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귀환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연말 복귀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최 부총리는 여의도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정치권 각종 현안을 챙기고 있다. 특히 최 부총리는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9일 쟁점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 간 힘겨루기기 이어지자 정의화 국회의장을 직접 만나 직권상정을 압박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도 비공개 면담을 갖는 등 정 의장-여야 원내지도부 협상 막후에서 긴밀하게 움직였다. 비록 쟁점법안 처리는 무산됐지만 최 부총리는 대야 협상 막전막후에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뿐만 아니라 최 부총리 복귀를 앞두고 친박 내 최대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9일 오전 모임을 갖고 대대적인 세 과시에 나서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최 부총리와 함께 박 정권에서 복무하다 돌아온 ‘왕의 남자’ 유기준 의원이 주최한 이번 모임에는 총 46명의 의원이 모였고 공교롭게도 최고위원 회의와 겹치는 바람에 서청원 최고는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서 최고의 친박 내 소외 분위기에 김대표도 편승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회동을 갖고 국회 주요 쟁점법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원유철 원내대표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현기환 정무수석이 동석했다. 하지만 5인회동 이후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 별도로 10분간 독대한 것이 알려지면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여권 내 관심이 집중됐다.
김무성 - 대통령과 독대, “선배 때문에…”?
이에 김 대표는 독대 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일축했고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회피했다. 5인회동에서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던 만큼 독대에서는 당내외 정치 현안이 오고갔을 것으로 여권에서는 짐작하고 있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친박 비박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공천룰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그중에서 서 최고에 대한 김 대표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대구/경북 물갈이론과 함께 당내외 주요 인사들의 ‘험지 출마론’ 등 당내 여론을 전하고 박 대통령은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 당내 복귀가 예고된 만큼 협조 주문과 개각 관련 언질을 통한 인사청문회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10분간 독대 내용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요약하면 공천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 그리고 최·황 여의도 복귀에 따른 협조 및 개각 후 청와대와 관계 설정에 대한 얘기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 있는 서 최고에 대해 김 대표가 불만을 토로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무래도 김 대표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부딪혀온 정치권 대선배인 서 최고보다는 당에 복귀하는 최 부총리가 덜 껄끄럽기 때문이다.
이런 관측은 7일 김 대표와 박 대통령 독대 이틀 후 김 대표와 최 부총리가 심야 회동을 가지면서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겉으로는 최 부총리가 ‘정기국회 내 예산 통과’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저녁 식사자리를 친김무성계인 김성태 예결위간사에게 제안했다. 김 의원은 김 대표를 비롯해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 친박계인 김재원 전 청와대 정무특보, 이진복 산자위 간사, 그리고 이학재 정책위부의장과 함께 동반 식사 자리에 최 부총리를 초대해 이뤄졌다.
이 자리는 비박 친박 간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 여론조사 경선 시 당원과 일반 국민의 참여 비율 등을 놓고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비박-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모여 ‘화합과 단결’을 다짐한 셈이다. 공천룰에 대해 세세하게 합의를 한 건 아닐지라도 상호간 한 쪽에 유리한 룰을 관철시키기 위해 “선을 넘진 말자”는 데 공감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한편 비박계에서는 김 대표와 친박계 간판인 최 부총리는 ‘라이벌 관계’로 비춰지지만 평소 사석에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술자리를 편하게 갖는 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날 최 부총리는 “당이 여러 가지로 도와줘 예산안을 잘 처리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고 김 대표는 “최 부총리의 복귀가 임박한 만큼 잘 지내보자”고 화답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무성-최경환 심야회동,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이번 심야 회동은 당내 친박 권력 구도가 서청원 최고에서 최경환 부총리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는 관측이다. 당 복귀 전 최 부총리는 자연스럽게 친박 대표 선수로 위상을 당 안팎으로 알리고, 김 대표 역시 이를 용인하는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서 최고가 이런 권력구도의 변화를 감지하고 구맹주산 분위기속에서도 공천룰에 대해 강하게 김 대표와 맞서고 최고위 일요일 비공개 만찬을 소집하는가 하면 자주 결석했던 최고위원회의 등에서 발언 수위를 높이면서 친박계 좌장으로서 위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러나 친이계 의원실 한 인사는 “서 최고가 공천룰 협상을 하면서도 자기 사람 챙기기에 너무 욕심을 부린 측면이 있다”면서 “앞으로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최 부총리와 김무성 대표 이렇게 3각 체제로 당과 청와대가 움직일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서 최고는 자연스럽게 현재 친박계 좌장 자리를 최 부총리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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