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층 자녀 로스쿨 취업 명단 후폭풍

현대판 음서제 논란에 기름 부었다

2015-12-14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존폐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고위층 자녀 로스쿨 입학 및 취업 명단이 공개됐다. 현재 로스쿨 제도는 현대판 음서제란 오명을 쓰고 있다. 로스쿨 출신 자녀를 둔 국회의원들의 취업청탁 의혹이 잇따르면서 로스쿨 제도 전반의 논란으로 불거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명단 공개로 재계 고위층 자녀들도 로스쿨 졸업 후 아버지의 회사나 같은 계열사에 입학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로스쿨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부모 직장 연관 있는 법무법인·계열사 입사
‘선 취업 후 낙방’ 사례도 심심찮게 많아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은 2003년 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때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2005년 도입이 결정된 후 80여 차례가 넘는 공청회를 거쳐 2009년 3월 전국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로스쿨이 문을 열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함 그 자체였다. 도입 논의 단계에서부터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도입 결정 후에도 사법시험 존치 주장은 계속됐다. 취지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전문성 있는 변호사로 만들기 위함이 지만 현대판 음서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사립대 로스쿨 평균 1년 등록금이 2천만 원에 육박한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가중시켰다. 높은 학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이들은 로스쿨을 다니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사법시험은 유예기간을 두고 2017년 폐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현재 로스쿨 제도는 오는 2016년에 마지막으로 치러질 사법시험 1차 시험을 앞두고 논란은 재점화됐다. 법무부가 지난 3일 사법시험 제도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더 유예하겠다고 결정하면서부터다.

법무부의 결정 후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과 졸업생·교수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원대·경북대·인하대·충북대·부산대·아주대 등 전국 24개 로스쿨 재학생들과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 480명 중 464명이 자퇴서를 제출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들은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몇 년간 정착된 로스쿨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무부의 결정을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로스쿨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다는 지적이다. 즉, 로스쿨의 비싼 학비와 폐해가 많아 기회의 평등이 보장된 사법시험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과 논란은 고위층 자녀들의 로스쿨 입학 및 취업 명단이 공개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증권가 소문 사실일까

증권가 정보지에서 유출된 로스쿨 자녀 명단은 우려했던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시선에 힘을 보탠다. 정치권과 기업인, 공무원 등 고위층이라 불리는 인사들 중 로스쿨에 입학한 자녀들이 부모와 관련된 회사에 취직한 경우가 많은 것이다.

우선 전 대법관 후보나 고등법원장, 지방법원장, 지검장, 재판관, 사법연수원장, 변호사회 회장, 법무법인 대표 및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의 자녀들 상당수는 로스쿨 졸업 후 법무법인 태평양, 김앤장, 율촌 등 대규모 로펌에 취업했다. 이 중에는 졸업 전 입사가 확정된 이도 있다.

교육감, 로스쿨 교수, 전 국회의원, 삼성, 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 고위인사 등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재계 인사 부모를 둔 자녀는 아버지의 회사나 같은 계열사로 입사한 경우도 있다.

또 바른기회연구소를 통해 공개된 명단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바른기회연구소가 공개한 명단에 따르면 차관급인 남일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아들은 고려대 로스쿨을 나와 감사원에 들어갔다. 서현수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의 딸은 서 전 청장이 고문으로 재직중인 법무법인 삼우에 입사했다.

이처럼 법조계 쪽은 주로 부모의 직장과 연관 있는 법무법인에 취직하는 일이 많았다. 반대로 법무법인이 영입하고 싶은 법조인을 데려오기 위해 자녀를 먼저 채용했다는 의혹을 산 곳도 있다.

학계에서는 주로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 중인 학교에 자녀들이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학생 품앗이’ 의혹을 사는 입학 의혹도 불거졌다. 로스쿨 교수들끼리 서로 상대 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켜주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로스쿨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앞서 로스쿨 출신 자녀를 둔 국회의원들의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진 바 있는 만큼 이들의 취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딸을 LG디스플레이 경력 변호사로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자 학교 측에 아들을 구제해달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들이 교내 졸업시험에서 커트라인 이하의 점수를 받아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하자 “아들을 졸업시험에 붙여주면 법무부에 이야기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80%까지 올려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로스쿨에 다니는 고위층 자제가 선 취업 후 낙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대형 로펌에 졸업 전부터 채용이 됐지만 정작 변호사 시험에서 낙방하는 경우다.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 역시 사법시험 존치 논의를 다시 시작했다. 국회는 법무부의 발표 후 사법시험 존치 등을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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