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K광고대행사, 모종의 거래 의혹

2015-12-07     강휘호 기자

일감 몰아주고 승승장구…둘은 대체 무슨 사이?

중소기업중앙회가 특정 광고대행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영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2013년 이후 올해까지 광고대행사 KECC와 총 17억 2161만 원에 이르는 광고를 계약했다. 또 사실상 KECC는 2013년부터 중소기업중앙회의 모든 광고계약을 몰아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는 17억 원에 이르는 광고료를 모두 KECC가 독식했다는 것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2013년 이후 총 8건, 17억 2161억 원어치 광고계약
홍영표 의원 중기청에 KECC소유주 등 진상조사 촉구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중기중앙회가 KECC에 몰아준 일감은 17억 2161만 원, 광고계약건수는 8건이다. 홍영표 의원은 공시된 수의계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집행하는 모든 TV, 라디오 광고계약을 KECC에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광고 계약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13년 중기중앙회는 해당 업체에 노란우산공제 TV 광고를 위해 1억 원을 지급했다. 2014년 10월에는 노란우산공제 라디오 광고를 위해 1억5000만원을 사용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8620만 원의 광고비를 썼다.

2014년은 모두 5번의 광고를 KECC가 가져갔다. 각각 맡긴 시기는 5월, 7월, 12월 등이다. 5월 광고비가 1억 원, 7월 7억4900만 원, 12월 2억5000만 원, 2000만 원 등이 집행됐다.
 
또 홍영표 의원은 “조사 결과 KECC는 1998년에 설립되어 2002년부터 한나라당 광고대행사를 맡아온 기업으로 다수의 정부·공공기관이 일감을 몰아준 회사”라면서 “현재 사장은 2012년 새누리당 공천 신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영표 의원에 따르면 구재범 현 KECC 대표이사는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서울 강동을 지역에서 공천 신청을 한 전례가 있어 해당 사안의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의혹이 커질 수 있다.

해당 광고업체는 한화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한컴 출신들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한국방송광고공사,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다수의 공공기관의 광고를 대행했다.

한나라당 관련 광고 내역은 2004년 부산시장 내 한나라당 광고를 시작해서 2007년 한나라당 광고까지, 총 5건이다. 아울러 다수의 정부 공공기관의 광고를 대행했는데, 대선이 있었던 2007년 이후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수주한 광고가 크게 늘어났다.

홍영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총 6건의 정부·공공기관 광고를 대행했는데 반해 2007년과 2012년 사이에는 33건의 광고 계약이 체결됐다. 이를 홍영표 의원은 대선 이전과 이후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 구재범 KECC 대표는 중소광고대행업협동조합 이사장 자격으로 대기업의 광고업종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구재범 대표는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끼리 내부거래와 대기업이 중소 광고사 지분에 투자하고 해당 광고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위장 거래가 만연해 중소광고사들이 발붙일 곳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기업 일감의 50% 이상을 중소광고업체에 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광고에 대해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때문에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꼬집었던 KECC가 준 정부기관인 중소기업중앙회의 광고를 몰아서 받은 것은 역설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꼬리 무는 의혹들

아울러 홍영표 의원은 “KECC의 진짜 소유주는 숨겨져 있다”면서 “A 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소기업청은 KECC의 소유주와 중기중앙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중기중앙회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해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홍영표 의원실은 KECC 설립 이후 소유주가 드러난 바 없다는 점에 대해 등기자료를 통해 임원 변동 내역이 특이하다고 분석한다. 현재 대표이사의 구재범씨는 설립 당시 감사에서 대표이사가 되었으며, 김명용씨는 1998년 대표이사를 역임했고, 나이가 가장 어린 조성윤씨는 설립 당시 34세의 나이로 대표이사가 된 바 있다.

특히 A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이들 경영진은 모두 (주)한컴(한화 계열 광고대행사) 출신으로 KECC가 설립된 1998~1999년 로만손의 광고를 담당했다”면서 “KECC는 설립되자마자 로만손의 광고를 가져왔고, 2007년 A 회장이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중기중앙회 광고를 독점적으로 수주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한나라당 광고대행사였던 KECC가 A 전 중기중앙회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이고, 특수한 관계를 이용하여 정부와 공공기관, 중기중앙회의 광고를 싹쓸이해온 것이라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해달라는 건의를 공개적으로 한 KECC는 대통령과 국민 모두를 기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소 오해가 있다는 견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17억 원의 광고비 중 대부분은 방송사 측이 가져가는 것”이라면서 “KECC가 챙기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적다. 크게 문제가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KECC로 광고를 몰아준 것이 아니라 그동안 잘해왔기 때문에 거래를 지속한 것이며, 정당한 입찰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을 한 바 있다.

KECC 관계자 역시 “대행수수료는 10%밖에 되지 않는다. 수년 간 1억 7000만 원이라는 액수를 수주한 것을 두고 거액의 일감몰아주기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수백억 원씩 광고를 따내는 회사들도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2007년 참여정부 때부터 공공기관 광고대행을 했는데, 왜 그 이후 정부의 공공기관 발주만 지적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면서 “로만손 광고 역시 한컴 출신 인사들이 로만손 담당을 했던 적이 있었을 뿐, 절대 모종의 거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광고를 수주하지 못해 회사가 힘들지경인데, 어떻게 일감몰아주기를 받고 승승장구한다는 것이냐”면서 “어떤식으로 자료가 조사됐고,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우리도 알아보겠다”고 말을 마쳤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