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벤 헨더슨 VS 조지 마스비달··· 한국에서 열린 첫 경기 성공적
2015-11-30 오유진 기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종합격투기(MMA) 대회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이하 UFC 서울)’이 성황리에 종료됐다.
‘UFC 서울’은 지난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려 종합격투기 팬 1만2156명을 열광시키며 끝마쳤다.
이에 대해 켄 버거 UFC 아시아 지사장은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한 선수도 있었고 경기 준비도 쉽지 않았다. 예측하지 못 했던 일들도 있었지만 분명 크게 성공적이었다”며 “한국 팬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팬 서비스로 준비한 여러 이벤트들도 잘 됐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다음 UFC 대회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서 “이미 UFC는 한국과 필리핀, 일본 등에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열었다. 2016년에도 아시아 국가들에서 대회를 할 수 있다. 도쿄와 오사카, 서울, 홍콩 등이 후보지다”고 밝혀 두 번째 한국 UFC 경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둬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UFC 서울은 대회 시작 전부터 흥행을 예고했던 미르코 크로캅이 반도핑 정책 위반으로 선수 자격을 정지당해 이번 대회 출전이 취소됐고 벤 헨더슨과 메인이벤트에서 맞붙을 예정이었던 티아고 알베스가 훈련 도중 늑골 부상으로 대회 참가하지 못하는 등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UFC 대회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열린 경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파이터들이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해 관중들은 함성으로 파이터들을 응원했고 선수들은 경기력으로 보답해 우려와는 다르게 대회를 성공적으로 일궈냈다.
▲ 김동현B VS 도미니크 스틸
당일 첫 경기는 김동현B와 도미니크 스틸의 웰터급 경기로 화려한 막이 올랐다. 김동현B은 도미니크 스틸에게 3라운드 27초 만에 그라운드 팔꿈치 공격에 의해 KO 패 당해 안타까움을 낳았다.
김동현B는 스틸을 상대로 1라운드 초반부터 치열한 난타전을 주고받았지만 스틸은 힘과 그라운드 기술로 김동현B를 압박했고 테이크다운을 허용한 후 몰아치는 공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패배로 이어졌다.
▲ 함서희 VS 코트니 케이시
한국 여성 파이터 함서희는 서울 여자 스트로급(52kg급) 경기에서 미국의 코트니 케이시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함서희와 코트니 케이시는 1라운드 초반부터 13cm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남자 경기 같은 화끈한 주먹을 교환했고 타격 정확도와 어그레시브(공격적인 성향)에서 케이시보다 앞서 승리 쟁취했다.
그는 경기 후 승리 소감을 통해 “아름다운 밤입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 양동이 VS 제이크 콜리어
양동이는 미국의 제이크 콜리어와 경기를 가졌다. 양동이는 2라운드 만에 파운딩에 의한 TKO로 승리했다.
앞서 그는 2012년 5월 브래드 타바레스에게 판정패한 뒤 UFC를 떠났다가 3년 만에 돌아온 복귀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뒀다.
양동이는 1라운드부터 콜리어를 압박했다. 그는 2라운드에서 상위 마운트를 장악한 상황에서 발목을 잡혔지만 힘으로 이겨냈고 상위를 완벽하게 장악한 뒤 파운딩을 퍼부으며 경기를 끝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한테 소식을 자세히 안 알려서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서 말씀을 안 드렸다. 생각이 많이 났다. 이번에 시합하면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친구들, 동료들, 학교 선후배, 개인적으로 많이 도움을 받아서 부담스럽지만 이겨서 좋다. 다들 찾아서 인사드리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 방태현 VS 레오 쿤츠
방태현은 미국의 레오쿤츠를 상대로 심판진의 2-1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1라운드 초반 다운을 뺏은 후 KO 승 및 조르기를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방태현은 경기 끝까지 타격전 우세를 내세워 승부를 내려 했지만 그라운드가 강한 쿤츠가 버텨냈다.
방태현은 2라운드 강렬한 파운딩으로 열세에 반격했다. 그는 3라운드에 다시 조르기 기회가 있었으나 기술이 체력적으로 완전히 고갈되어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를 마친 두 선수는 종료와 함께 서로를 인정하며 인사를 나누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긴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레오쿤츠는 끈질기고 투지 있는 친구였다. 홈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줘 기쁘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 남의철 VS 마이크 데 라 토레
남의철은 미국의 마이크 데라 토레와 경기를 가졌다. 그는 심판진의 1-2 판정으로 패배를 당했다.
그는 1라운드 초반부터 데 라 토레와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 남의철은 연속 펀치를 당하며 불리한 위치에 놓였고 설상가상으로 왼쪽 눈에서 피까지 흘렸다. 이에 그는 데 라 토레의 몸을 잡으며 시간을 끌어 1라운드에 처한 위기를 넘겼다.
2라운드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남의철이 데 라 토레를 코너로 몰며 우세하게 경기를 펼쳐나갔다. 두 선수는 공격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이끌어 갔지만 1라운드에 체력을 많이 소진한 탓에 지친 모습을 드러냈고 중반 이후 남의철이 데 라 토레에게 파운딩을 허용하며 위험한 모습도 연출했다.
남의철은 3라운드에서 지속적으로 테이크다운과 태클, 그라운드 기술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안면을 허용했고 이미 체력이 다 해 많이 지친 모습을 보이며 두 선수 모두 큰 공격 없이 경기가 마무리됐다.
그는 패배 판정이 내려졌지만 데 라 토레의 손을 잡은 채 큰절을 해 현장을 찾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 최두호 VS 샘 시실리아
최두호는 1라운드 강력한 펀치로 미국의 샘 시실리아를 제압했다.
그는 초반부터 레프트를 적중시키고 경기 내내 시실리아를 두들긴 끝에 일방적인 경기를 이끌어 내 1분 30초 만에 TKO 승리를 수확했다.
최두호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위험한 순간은 전혀 없었고 위험하다 하면 위험할 수 있는데 위험한 순간 함성소리를 들으니 힘이 났다”며 “경기를 두 번 밖에 못 했다. 선수로서 몸 관리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잘해서 톱텐 꼭 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나는 항상 내가 세계 최고의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제 타격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 추성훈 VS 알베르토 미나
추성훈은 브라질의 알베르토 미나에게 심판 판정 끝에 1-2로 석패했다.
그는 1라운드는 탐색전 펼쳤다. 하지만 미나는 2라운드 시작과 함께 추성훈을 향해 안면에 강한 펀치를 날리며 승기를 잡아 나갔다. 추성훈은 로우킥으로 맞섰지만 알베르토 미나의 강력한 파워에 그는 중심을 잃었고 일방적으로 2라운드를 내줬다.
추성훈은 3라운드에서 타격이 살아났다. 그는 2라운드까지 주 무기로 사용했던 로우킥에서 펀치로 상대를 맞섰다. 그는 미나의 안면 타격을 적중시키며 서너 차례 옥타곤 바닥에 주저앉히고 바닥에 쓸어 트리며 마지막 라운드 승기를 잡는데 집중했다.
그는 만족하지 않고 TKO를 위해 시종일관 유효 펀치를 날리며 경기를 리드해 갔지만 결국 두 선수의 결과는 판정으로 이어졌다. 심판 판정 2-1로 추성훈은 아쉬운 판정패를 당했다.
추성훈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UFC와의 남은 계약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오늘 시합은 2라운드에서 넘어지면서 이제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팬들이 응원하는 목소리 덕분에 끝까지 싸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 한국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거듭 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 김동현 VS 도미닉 워터스
‘해병대 선·후배 매치’로 관심을 끌었던 김동현은 미국의 도미닉 워터스를 상대로 1라운드 3분 11초 만에 통쾌한 TKO 승리를 거뒀다.
김동현은 워터스를 쓰러뜨린 뒤 워터스의 한 손을 꼼짝 못하게 한 상태에서 파운딩을 퍼부었다.
워터스가 김동현에게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에서 반격조차 하지 못하자 심판은 그대로 경기를 중단하고 김동현의 승리를 선언했다.
앞서 김동현은 조지 마스비달과 격돌 예정 이였지만 메인이벤트에 출전할 예정이던 티아고 알베스가 갑작스런 부상을 당해 대결 상대가 바뀌었다.
이에 김동현은 경기 후 승리 인터뷰를 통해 “상대가 바뀌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선수가 열심히 훈련하다가 다친 것은 어쩔 수 없다. UFC 잘못이 아니다. 약한 상대라고 해도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데미안 마이어에게 억울하게 졌는데, 복수전을 치르고 싶다. 그리고 내년 여기서(서울) 타이틀 매치를 치르고 싶다”고 화끈한 소감으로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 벤 헨더슨 VS 조지 마스비달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의 메인이벤트로 펼쳐진 한국계 혼혈 파이터 벤 헨더슨과 조지 마스비달의 웰터급 경기에서 헨더슨이 5라운드 끝에 2-1 판정승을 거뒀다.
헨더슨은 메인 경기에서 마스비달 상대로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친 끝에 따내 더욱 값진 승리이다.
두 선수는 1라운드에는 탐색전을 펼치며 간간히 주먹을 뻗었지만 서로에게 큰 충격을 주지 못 했다. 1라운드를 2분여 남겨놓은 상황에서 나온 헨더슨의 원투 펀치가 마스비달의 안면부에 적중했지만 마스비달은 강한 킥으로 응수하며 경기를 펼쳤다.
헨더슨과 마스비달의 2라운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스비달은 빠른 스트레이트로 헨더슨의 중심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지만 헨더슨은 케이지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오른손 훅을 크게 날리며 상대의 공세를 저지했다. 헨더슨은 몇 번의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지만 마스비달의 빠른 움직임에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 했다.
마스비달은 3라운드가 시작되자 큰 하이킥을 날리며 헨더슨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헨더슨은 암바를 시도하며 마스비달의 팔을 움켜쥐어봤지만 남은 체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기회로 이어지진 않았다.
벤 헨더슨은 4라운드에 들어서자 테이크다운을 위해 태클을 시도했지만 떨어진 체력 탓에 유효하지 못했고 이어진 공격에 다리를 감아쥐었지만 마스비달은 넘어지지 않았고 2분 여간 지속됐다. 헨더슨은 지속적인 태클 시도로 마스비달의 균형을 무너뜨렸지만 힘에서 밀리지 않은 마스비달의 역공에 그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는 특기를 살리며 마스비달의 팔을 잡고 그라운드 기술의 일종인 ‘기무라’를 시도했지만 마스비달은 다시 한 번 힘으로 이겨내며 벤 헨더슨의 공격 시도를 무산시켰다.
헨더슨은 마지막 5라운드에서 태클을 시도했지만 마스비달의 힘에 의한 탈출로 이어지는 경기 양상은 계속됐다.
마스비달은 계속 버텼고 헨더슨은 지쳤다. 벤 헨더슨의 태클 시도가 마스비달에게 기회로 이어졌고 들어오는 헨더슨의 머리를 움켜쥐고는 ‘길로틴 초크’ 자세를 잡으며 자세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헨더슨이 곧 빠져나와 위협적인 공격을 피해냈다.
벤 헨더슨은 계속해서 그라운드 기술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공격포인트를 얻는 데는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UFC 심판진은 더 많은 공격을 퍼부은 헨더슨에게 승리를 더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
벤 헨더슨은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헨더슨은 경기 후 “한국 팬들 많이 사랑해요”라고 한국어로 소리를 질렀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경기할 수 있는 게 즐거웠고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지만 내가 승자가 돼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헨더슨은 “마스비달 선수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훌륭한 파이터로서 기술적으로 성숙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좋고 좋은 상대와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UFC 서울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만 2156명의 관객이 찾은 UFC 서울은 22명의 파이터가 11번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종합격투기의 매력을 선물했다. 김동현과 최두호, 함서희, 방태현, 양동이, 남의철, 김동현B 등 7명의 한국 파이터는 홈팬들의 응원 속에서 경기를 펼치며 감동도 동시에 선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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