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조용하던 허영인, 불붙는 경영승계 속도전

2015-11-30     강휘호 기자

장남 허진수 부사장 초고속 승진…부인 이미향씨는 감사 자리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3세 경영을 본격화 하고 있는 모양새다. 허영인 회장은 2015년 정기 인사에서 장남인 허진수 글로벌경영전략실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허진수 부사장과 그 동생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는 SPC그룹 계열사 삼립식품의 등기이사로 동시에 선임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허영인 회장이 그동안 비교적 조용하게 경영 승계를 준비하고 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아울러 부인 이미향씨도 샤니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가족 경영 체제로 돌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차남도 주력계열사 전무 위치…가족 경영 체제 구축할까
국내 주식부호 100위 내 삼부자 모두 포함돼 있어 ‘눈길’

허영인 회장이 후계 구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SPC그룹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글로벌경영전략실장(전무)을 부사장에 임명하는 2015년도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허진수 부사장은 1977년생으로, 2005년 그룹에 입사한 뒤 아버지 허영인 회장과 같은 미국제빵학교(AIB)를 수료했다. 또 그룹 전략기획실을 거쳐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사업을 총괄해왔다. 현재 파리크라상 지분 20.2%와 삼립식품 11.47%를 보유하고 있다.

허진수 부사장은 올해 초 동생인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무와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식품의 등기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삼립식품은 SPC그룹의 모태이자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다.

이전까지 허진수·희수 형제는 지분만 보유한 채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등기이사 선임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허희수 전무는 이번 승진 대상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허진수 부사장과 허희수 전무는 지주회사 격인 파리크라상과 주요 계열사의 지분 보유량도 꾸준히 높여왔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허진수 부사장이 등기임원으로 있는 파리크라상은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63.5%, 허진수 부사장이 20.2%, 허희수 전무가 12.7%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허영인 회장의 부인인 이미향씨가 3.6%를 손에 쥐고 있다.

두 아들의 지분율 합은 이미 지난 2012년 계열사 지분 맞교환으로 30%를 넘어섰다. 삼립식품의 지분율 또한 파리크라상을 제하면 허진수, 허회수 전무가 각각 11.47%의 지분을 보유해 허영인 회장의 지분율(9.27%)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를 두고 대부분 3세 경영의 출발을 알린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과거 베일에 싸여 있던 것과는 반대로 SPC그룹 3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한 만큼 향후 경영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제 SPC는 그동안 승계 문제와 관련해서는 조용한 행보를 보여 왔다. SPC그룹은 두 형제가 전무로 승진했을 때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통상 임원 특히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는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분만 가지고 있던 3세가 ‘비공개’에서 ‘공개적’으로 경영 일선으로 나왔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무엇보다 39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사장에 오른 만큼 빠르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물려 줄 것도 많아

한편 올해 유독 재벌 기업들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던 터라, SPC그룹 역시 비슷한 사례를 남기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선 삼립식품을 인수해 성공신화를 거둔 허영인 회장이 이러한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경영승계를 천천히 진행해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또 이들 삼부자는 국내 주식부호 순위에서 모두 100위권 안에 진입해 있을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어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우선 허영인 회장은 SPC그룹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과거 그는 삼립식품 창업주 허창성 회장에게 자회사 샤니를 물려받아 딴살림을 차렸다. 당시 샤니는 삼립식품 매출의 10%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삼립식품을 물려받은 이는 장남인 허영선 씨였으나 1990년대 초 리조트사업에 나섰다가 실패하며 1997년 삼립식품을 법정관리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 때 허영인 회장이 삼립식품을 인수했고, 2000년 4800억 원에 불과하던 회사 매출을 4조 원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현재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두 아들 허진수 전무, 허희수 전무가 국내 100대 주식부호 명단에 새로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은 SPC그룹 중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 주가 급등으로 처음 주식부호 명단에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재벌닷컴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종가 기준, 100대 주식부자의 상장주식 가치는 107조 1056억 원으로 1년 전의 82조 4343억 원보다 24조 6714억 원, 29.9% 불어났고, 이 가운데 허진수 파리크라상 당시 전무(84위·3147억 원)와 허희수 비알코라이 전무(85위·3139억 원), 허영인 SPC그룹 회장(100위·2544억 원)이 100위권에 진입했다.

허영인 회장 일가의 지분가치가 급증한 배경은 올해 들어 주가가 100% 넘게 오른 삼립식품이다. 삼립식품은 호빵이 대표상품으로 겨울 테마주 성격이 강했지만 SPC그룹 주도로 사업 수직계열화가 성공하며 주가가 상당한 폭으로 올랐다. 

SPC그룹은 2008년에 인수한 제분업체 밀다원으로 그룹 내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 인수 전 적자기업이던 밀다원은 SPC그룹이 인수한 이듬해 바로 흑자전환했다. 삼립식품이 2012년에 밀다원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부터는 생산설비를 증설해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는 모회사인 삼립식품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다만 SPC그룹 측은 허진수 부사장의 선임은 대주주의 경영 참여를 통한 책임경영 강화의 측면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PC그룹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지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