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역대 대통령들 근황
투병·칩거·자서전 준비 ‘안녕’들 하신지요?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패혈증 등으로 인한 고열 증상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22일 0시 21분 서거했다. 향년 88세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뇌졸중, 협심증, 폐렴 등으로 진료를 받은 바 있다”며 “고령이시다 보니 급성신부전이 왔고 패혈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근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고령의 전직 대통령들…묵묵히 개인생활 중
‘군 출신만 생존’ 누리꾼 반응…70대는 MB
생존해 있는 3명의 전직 대통령 중 2명이 80대를 넘긴 고령이다. 와병 중이거나 바깥 활동을 자제하며 재활에 힘쓰고 있다.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10년 넘게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 중이다.
12·12사태
전두환·노태우 ‘생존’
현재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진다. 노 전 대통령은 1932년생, 83세다. 지난해 10월 천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으며 올해 1월에도 병원 문턱을 넘은 바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을 문병하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인 노 전 대통령을 배려해, 나를 알아보면 눈을 깜빡여 보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두 사람은 과거 육사생도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진다.
노 전 대통령보다 1살 많은 전 전 대통령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인 이순자 여사와 함께 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을 때도 몰려드는 취재진에 ‘질문 안 받겠습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등 고령임에도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1212사태의 주축을 이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렇게 다를 수가!"라는 반응이다.
“1212사태 전두환 노태우 건강상태, 전두환은 건강관리를 잘하나 봐" “1212사태 전두환 노태우 건강상태, 잊지 말아야 할 날" 등의 반응을 보였다.
12·12사태는 지난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주도한 군사 반란(쿠데타)을 뜻한다.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의 내란을 방조한 혐의로 정승화를 강제 연행하고, 최규하 대통령 재가를 진행했으나 최규하 대통령이 이에 응하지 않자 헌병대 병력 65명을 이끌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총장 공관에 난입해 총격전을 벌여 정승화 총장을 강제 연행했다.
이후 전두환은 최규하 대통령을 재가시키고 군부의 실세로 떠올라 제11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직 대통령 중 유일한 70대로 ‘가장 젊은’ 이명박 전 대통령(74)은 재임 중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등 자신의 업적을 모은 자서전을 거의 마무리한 상태로 조만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최근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이 전 대통령 증인 채택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일부 매체를 통해 테니스를 치는 모습과 낚시 및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알려질 정도로 건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통합당
김대중·노무현 ‘서거’
민주통합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은 2009년 두 달여 차이로 잇따라 서거 안타까움을 전했다.
퇴임 후 낙향해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지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등 논란의 중심에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2009년 5월 23일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수행원 없이 집 뒤에 있는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자살했다.
노 전 대통령의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는 유서에 따라 봉하마을 묘역에 영면했다. 장례는 국민장으로 거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편파·표적수사’라는 야권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 촛불집회로 대변된 추모행렬은 야권과 시민단체 등의 이명박 정부 심판 운동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해방 후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역사를 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13일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다 8월 18일 숨을 거뒀다.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평생의 민주화 동지를 잃었고 민주정권 10년을 같이했던 사람으로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비통해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유해는 동작동 국립현충원 묘역에 안장됐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직위가 최단명으로 끝난 ‘비운의 대통령’인 최규하 전 대통령은 2006년 10월 22일 노환으로 서거했다.
최 전 대통령 장례는 국민장으로 엄수됐으며, 유해는 부인 고(故) 홍기(洪基)여사와 함께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나란히 안장됐다.
‘3김 시대’의 한 축이자 ‘영원한 2인자’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008년 12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자택에서 칩거하다시피 하다 건강을 회복한 뒤 올해 2월 부인 고 박영옥 여사의 서거 당시 휠체어를 타고 빈소를 지켜 보는이들의 눈물 샘을 자극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공주고 모교를 방문하고 충남 부여구 선산에 있는 고 박영옥 여사의 묘소를 찾는 등 강행군 일정을 소화할 만큼 건강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