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터뷰①] ‘그놈이다’ 윤준형 감독, 신출내기 연출가의 힘겨운 개봉기

2015-11-17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명품조연 유해진을 비롯해 대세남 주원과 이유영까지 알짜배기 출연진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영화 ‘그놈이다’가 관객동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욱이 메가폰을 잡은 윤준형 감독은 현장출신이 아니라는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며 자신감 넘치는 연출을 선보였다. 밀도 있는 심리묘사와 압도적 긴장감을 담아내 주목받는 신예감독 대열에 들어선 윤 감독의 도전기를 만나 봤다.

윤준형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영화 ‘그놈이다’를 힘겨웠지만 개봉까지 하게 돼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 감독은 “너무 오랫동안 준비했던 영화였다. 개봉이 현실이 되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설렌다”며 “준비과정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 수십 개 관문을 넘어서면 다시 또 넘어야 할 미션이 등장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돌아봤다.

그에게 이번 작품은 본격적인 연출가로 도약하는 발판이자 시험대였다. 그만큼 힘겨웠다는 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영화를 하면서 의심이 들 때 다독이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러다보면 다시 밀려나고 다시 참아내는 시간들이 지속되면서 고통스러웠다”며 “연출부나 필드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서 촬영현장에서 어렴풋하기만 했지 그들의 생리나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서로 몰라서 헤매는 부분도 많았고 좀 더 고집해서 할 걸, 왜 싸웠지 등 후회의 연속이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도록 윤 감독에게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미 새가 알을 낳는 과정만큼이나 참혹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 덕에 한결 작품을 바라보는 눈은 여유로웠다. 이제는 웬만한 고충에도 끄덕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제는 스크린에 걸린 만큼 윤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마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 활동을 통해 얻어진 값진 경험들을 스스로 축적하기 위해 다시 되짚어가는 수고로움을 병행하고 있다.

윤 감독은 “영화가 끝나면 메모를 쭉 적어보려 한다”며 촬영당시 고민했던 부분들을 차근차근 곱씹어볼 계획이다.

이제는 감독의 틀을 갖춘 그지만 그의 영화인의 길은 오로지 영화를 사랑하는 순수함에서 출발했다. 원래 연출을 하고 싶었다는 윤 감독은 막연히 관련 학원 등을 통해 공부를 했고 2003년 영화 ‘목두기비디오’라는 다큐멘터리 독립영화를 제작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윤 감독은 “독립영화를 내놓고 다행히 영화 관계자들이 좋게 봐주셔서 ‘쇼필름’이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 영화계에 발을 내딛게 됐다”며 “영화계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기획실장을 하겠다고 자처해 감독들과 작가들을 만나면서 시나리오 기획으로 발판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시나리오 기획을 도맡아 했던 그는 결국 프로듀서를 하게 됐고 어느 순간 감독이 돼야겠다는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과감히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작품을 개봉하기까지는 험난했다.

윤 감독은 “처음에는 대기업에서 계약도 해주고 마치 금방이라도 들어갈 것 같았는데 몇 년이 훅 지나갔다”며 “될듯하면서도 안되니깐. 오기가 생겼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 작품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다른 영화도 제대로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어 다소 무리한 욕심을 부렸다”고 힘든 시간을 털어놨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주고 도움은 준 손길들로 인해 힘내서 개봉까지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송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