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원아파트 분양자 채권 불법매각?
2015-11-16 김현지 기자
[일요서울|김현지 기자] 지난 10월 15일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민원이 접수됐다. ‘NPL채권(부실채권) 매각에 대한 불법성 감사 요청’에 대한 건이었다. 주식회사 S 저축은행이 진정인들의 대출채권 및 이자채권을 기존의 이행확약서대로 하지 않고, G사 측에 불법 매각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매각 내용대로라면 수분양자들이 지급해야 할 이자(연체이자 포함)만 개인당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진정서 내용에 따른 사건은 이렇다. 2007년 2월경 진정인들(수분양자들)은 예미원주상복합아파트(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371-1번지 소재) 분양 계약을 했다. 분양계약을 한 이들은 총 51명. 자신의 돈으로 중도금을 낸 이들을 제외하고, 당시 대출 금융기관인 D 저축은행(현 S 저축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은 이들은 43명이었다.
이들은 2007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약 85억 원에 달하는 중도금 대출을 해당 은행에서 순차적으로 받았다. 계약서 상 중도금대출 이자는 ‘무이자’였다. 하지만 이는 올 10월 대출을 해준 S 저축은행이 대출채권과 함께 이자채권까지 G 사에 넘겼다.
사건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문제는 신탁회사가 계약에 끼는 등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분양 계약을 한 해였던 2007년 3월, S 저축은행은 다올부동산신탁회사와 사업지 담보신탁계약 및 대리사무약정을 체결했다. 또 저축은행은 당시 공사 시행업자 회사에 PF대출 60억 원을 실행했다. 공사는 4월부터 시작됐다.
수분양자들은 “새롭게 만들어질 상가와 아파트가 신탁회사에 담보로 위탁되어 있고 분양금 중 중도금은 금융기관의 피진정인(S 저축은행)이 일괄처리해 주는 구도라 안심하고 분양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사는 난항을 겪었다. 진정서 내용에 따르면,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에서 초기 공사비가 과다 지출된 데다 당시 저축은행인 ‘D 저축은행’의 무리한 대출금 회수 탓에 사업이 어렵게 된 것이다. 2008년 6월 당시 시공사가 결국 부도가 나 공사가 중단됐고, 이후 현재의 시공사인 ‘S 건설’로 교체됐다. 그러던 것이 S 건설의 유치권 행사로 수분양자 입주가 되지 않았고, 저축은행이 결국 채권을 매각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결국 수분양자들이 진정서를 내게 된 것이다.
수분양자 측은 “교체된 시공사 S 건설이 사업 현장에 단돈 1원의 공사도 하지 않았음에도, 전 시공사로부터 승계 받은 공사도급계약을 빌미로 불법적으로 유치권을 행사했다”며 “유치권 행사로 진정인들의 아파트 입주와 상가 입점을 못하게 막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S 건설 측의 입장은 다르다. S 건설 측은 “약 6~7년간 받지 못한 돈만 58억 원”이라며 “공사비를 못 받아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S 저축은행 측에 근저당 잡힌 201억 원을 150억 원에 사왔다”며 수분양자 측의 입장에 반박했다. 오히려 돈을 받지 못한 데다, 유치권 행사 등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익명의 관계자에 따르면 “S 건설 측에선 경매를 한 뒤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원하면, 그들의 입장에 따르기 위함”이라며 “다만 분양 시세가 과거와 달라졌으니, 차액만 지불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S 건설 측은 수분양자의 입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S 저축은행 측의 입장도 ‘단호’하다. 사실 처음 대출을 해 준 은행은 D 저축은행. 하지만 이 은행은 부실하게 운영됐고, 결국 2012년 현재의 S 저축은행에 부실 인수됐다. 인수 당시 1조3000억 원의 비용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 저축은행 관계자는 “오히려 시행사에 (원금, 이자를 포함한) 240억 원의 돈을 빌려줬다”며 “90억 원이라도 받기 위해 채권을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협상을 선량한 수분양자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세간의 의혹을 해명했다. 다만 전반적인 분양업무를 맡은 시행사 측의 잘못에 단호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행사 측은 “대출받은 금액은 69억 원일 뿐”이라며 “이자까지 더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적법한 절차?
통상 상사채권(상행위로 인해 발생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43명의 수분양자들은 2007년~2008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중도금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 채권의 시효가 만료되는 시기는 2012년~2013년이다.
수분양자 측에 따르면, 대출채권의 시효가 만료된 이 시기에 저축은행 측은 이들에게 시효연장용으로 지급명령신청·대여금 청구 소송을 신청했다. 한 수분양자는 “느닷없이 대출금을 갚으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지급명령신청 등을 받았다는 한 수분양자는 “입주하면 당연히 중도금과 잔금을 갚을 수 있고, 분명히 무이자였다. 입주도 안 됐는데 갑자기 내라고 한다”며 저축은행 측에 항의했다. 한 수분양자는 “이에 당시 은행 측은 이들에게 ‘(채권의 소멸시효가 5년이기 때문에 만료가 됐으니) 이는 시효연장용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고 언급했다.
이행확약서의 내용에 따르면, 저축은행 측은 수분양자 개인별로 ▲입주 절차 등을 서로 협조해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고 ▲ 수분양자에게 중도금대출이자를 청구하지 않으며(단, 입점 지정기일 만료 후 발생이자는 부담) ▲ 중도금대출 시 선취 이자에 대해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하는 등의 내용을 확약했다.
여기서 선취이자는 중도금대출을 받은 수분양자들의 소위 ‘이자꺾기’를 말한다. 한 수분양자는 “1억 원을 대출을 받게 되면, 이 1억을 다올신탁회사에 신탁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걸 은행에서 안하고, 보통 4개월 내지 1년 치를 소위 ‘꺾기’로 해서 일단 신탁을 하고 그 이자를 은행이 챙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행확약서엔 ‘이자 꺾기’ 즉 선취 이자 때문에 차후 수분양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수분양자 관계자는 이행확약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수분양자들은 “또 입주를 하고 싶다고 해도 S 건설에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어 들어가지 못했는데, 이를 두고 입점 지정기일 만료 후 발생하는 이자를 부담하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런 일이 생기면 이의신청을 하든지, 혹은 보통 응소를 한다”며 “하지만 당시 은행 측에서 우리를 안심시켰기 때문에 그대로 믿고 따로 응소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복수의 수분양자들은 “중도금대출이자가 당시에 9.5%였다”며 “지급명령서 결정이 난 이후부터 20%가 됐다”고 말했다. 수분양자 개인들에게 각각 지급명령신청이 들어온 시기는 2012년에서 2013년. 한 수분양자는 “가장 늦게 지급명령신청이 들어온 해를 2013년이라고만 잡아서 현재 기준으로 3년이 지났다”며 “지급명령서 결정이 난 이후부턴 이자가 20%가 되는 것인데, 3년으로만 계산해도 이자가 원금의 배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S 저축은행이 기존에 확약한 ‘무이자’가 지켜지지 않았고, 대출채권에 이자채권까지 매각되면서 개인당 갚아야 할 금액이 배로 뛰었던 것이다.
수분양자들의 개인별 이자는 다른데, G 사가 이들에게 보낸 내용증명에 따르면 대부분 1인당 1억 원을 웃돈다. G 사 측은 이들에게 올 9월 내용증명을 보냈다.
협상 난항?
이번 사건을 두고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중도금대출 등을 포함한 대출에 이자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만 처음에 신탁회사가 껴 있는 등, 여러 이해관계가 있었던 데다 알고 있기로는 시행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시행사가 분양을 할 때 무이자라고 광고한 뒤, 이자를 자신들이 지급하기로 한 건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번에 공개된 S 저축은행 측과 G 사 간의 양수도계약 문건에 따르면, S 저축은행측이 G 사 측으로부터 40억 원을 더 받기로 명시돼 있다. 이 금액이 수분양자들의 중도금대출 등 문제를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S 저축은행 측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 40억 원도 수분양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 법률 전문가는 “사실 분양 전반적인 것을 담당하는 것은 시행사”라며 “은행이나 다른 측에서 분양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사실상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또 분양시행사 등 여러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 분양을 담당한 시행사의 경우엔 처음 PF대출을 해 준 D 저축은행이 회수 압박을 한 데다, 자금이 부족해 공사가 지연된 것 같다”며 오히려 “채권을 받은 G 사와 시공사와의 관계 등 다른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S 저축은행과 수분양자 측 등은 13일 오후 5시 기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용어]
NPL부실채권
재정적 어려움으로 일정기간 이상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거나, 신용위험이 높아 부실화될 우려가 높은 채무자에 대한 채권. 대출원리금·지급보증 및 이에 준하는 채권이 이에 해당한다.
PF대출
은행이 업체에 대출을 할 때, 자금조달의 기초를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담보에 두는 대신 업체의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기법을 의미한다.
시행사/시공사
공사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회사로 부동산 개발사업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자다. 아파트의 경우 계약자와의 계약에서부터 입주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곳을 시행사라고 한다. 시공사는 시행사로부터 공사 발주를 받아 단순 공사만을 담당하는 곳을 의미한다.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를 건설하는 업체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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