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끊이지 않는 땅끝마을 해남 비결은?

셋째 낳으면 600만 원… 장려금 예산 34억

2015-11-16     송승환 기자

[일요서울송승환 기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어느 곳보다 아이 울음소리가 자주 들리는 곳이 있다. 땅끝마을 전남 해남(海南)이다. 출산율이 전국 평균 두 배다. ()의 어떤 시책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을까? 올해 43세인 L모씨는 80일 전 늦둥이 딸을 얻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딸을 낳은 지 8년 만의 출산(出産)이었다. 늦은 출산에 걱정이 많았지만 막내딸이 커가는 모습에 웃음꽃이 떠나지 않는다. L모씨는 옹알이를 많이 할 때도 있는데 커가는 것을 보니까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언니들은 어린 동생이 신기한지 눈을 떼지 못해 놀아주고 남편의 귀가 시간은 훨씬 빨라졌다.

 
해남군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2.34. 우리 나라 평균 1.21명보다 배() 가까이 많다. 해남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이렇게 출산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 변화의 시작은 지난 2008년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출산장려팀을 꾸린 것이었다. 단순히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아이를 기르는 부모의 마음을 챙겼던 것이 효과를 보게 됐다. 한번만 주는 출산축하금 대신 매달 양육보조금을 지급했고, 출산 직후의 산모에게는 미역과 쇠고기 1kg, 아기 내의를 담은 아기사랑택배를 보내는 등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남도(南道)의 끝자락 해남에서 지난 4일 이색적인 유모차 거리 행진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해남군문화예술회관과 군청 앞마당 일원에서 열린 행사에는 주부와 자녀, 유치원생, 공무원,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유치원생들의 공연, 창작무, 합창, 강강술래에 이어 이날 핵심 프로그램인 유모차 거리행진으로 막을 내렸다. 유모차 거리 행진은 100여명의 주부들이 어린 자녀를 각자 유모차에 태우고 군민광장을 출발, 군청 민원실-관내 상가를 거쳐 다시 군민광장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해남군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합계출산율 전국 3년 연속 1위 기록을 자축하면서 저출산 인식개선과 출산 친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마련했다고 밝혔다.
 
출산 친화정책사업, 전국적 주목과 찬사 받아
 
최근 해남군의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다양한 시책이 전국적인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다. 해남군이 3년 연속 합계 출산율 1위를 기록한 것. 3년 동안 2469명이 태어났다. 합계 출산율은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를 기준으로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해남군은 지난해 전국 평균인 1.2명의 두 배가 넘는 2.4명을 기록했다. 2014년 해남군의 출생아 수는 823명이고, 세 명 이상 낳은 가정이 100가구를 넘고 있다. 해남은 전국에서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 수준을 뜻하는 대체출산율(2.1)을 넘는 유일한 곳이다.
 
해남군은 신생아 출산 때 첫째 300만 원부터 넷째 이상 72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해 양육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 전남 최초로 지난 9월 공공산후조리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5명의 자녀를 둬 다둥이상을 받은 해남군 화원면 수동마을에 사는 노하은(38)씨는 첫째가 중학교 2학년, 막내가 11개월이다. 어머니도 좋아하시지만, 아이들이 없던 동네에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니까 동네주민들도 반가워하신다. 미역을 갖다주신 어르신도 있었다라며 다른 시·군보다 지원금을 많이 주니 아기 낳는 데 큰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송순 할머니(해남읍·64)요즘에는 시골에 가면 한 마을에 어린 아기가 한 명 있을까 말까 할 정도인데 아이들이 북적북적하니까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고 말했다.
 
박철환 해남군수, 저출산 극복해야 지역발전 동력 생겨
 
박철환(56) 해남군수는 저출산을 극복해야 지역에도 새로운 동력(動力)이 생긴다는 신념 아래, 아이를 낳기만 할 게 아니라 잘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군수는 특히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여성의 일·가정 양립(兩立)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아빠와 자녀들이 가사를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5세 이상 아이와 아빠가 12일 일정으로 가사 분담을 배우는 땅끝 아빠캠프3년째 운영 중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또 해남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습비를 지원하고, 장학기금을 크게 늘려 해외로 유학간 해남 출신 학생들에게까지 장학금을 지원한다출산 지원뿐 아니라 이같은 양육·교육 지원 정책을 주민들이 믿어주면서 저출산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전국 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임산부들이 출산 전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남군은 난임 부부에게 본인 부담금 지원, 산모·아기사랑 택배사업, 지역신문과 연계한 ()’ 우리 아이가 태어났어요, 셋째 아이 이상에게 건강보험료 지원, 양성평등을 위한 땅끝아빠 캠프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 2013년 인구정책 우수기관 국무총리 표창, 올해 1월 행정안전부 주최 11회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보건복지분야 우수기관으로 선정, 보건복지부장관 기관표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