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 ‘n분의 1’로 만들기 전략?
야권 통합선대위 ‘문재인 무력화’ 회심의 카드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4·29 재보선에 이어 10·28 재보선에서도 참패하면서 거센 퇴진 압력에 몰려 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당내 비노계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버티기를 시도한다. 이 상태로는 내년 4·13 총선에서 야당이 공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에선 공생의 길을 모색해 왔고, 최근 들어 접점이 모아졌다. 바로 계파를 초월한 ‘통합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이다.
통합선대위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처음 제기했다. 문 대표를 비롯해 안철수·김한길·정세균·박지원 의원 등 당내 지분이 있는 중진들 가운데 몇 사람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일종의 ‘집단지도체제’로 총선을 치르자는 얘기다.
구체적인 인적구성 방안도 거론된다. 문재인 대표, 안철수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은 물론 장외의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여기에 호남 출신 한 명을 추가시켜 통합선대위를 꾸리자는 주장이다. 박 시장과 안 지사는 선거법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방안엔 비주류 개혁파들이 최근 결성한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모임’ 멤버들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김부겸 전 의원 등 중도성향의 전·현직 의원 모임인 ‘통합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진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엔 당내 호남세력도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11월 12일 “당을 통합선대위 체제로 바꿔 문 대표를 비롯한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며 “문 대표가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상임고문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권 고문은 최근 문 대표를 만나 문 대표도 참여하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의 통합선대위 체제를 꾸려야 총선에서 승리하고 차기 대선에서 정권탈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들은 친노계만으론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고, 마찬가지로 친노계를 빼고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비노계 일각에선 친노계의 상징으로 문 대표가 참여하는 것엔 반대하고 있다. 호남에서 문재인 지지율이 워낙 낮고, 이는 수도권의 호남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른 친노계가 들어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이 같은 자신의 2선 후퇴, 사실상의 당 대표 퇴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자신이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통합선대위에 참여하는 방안은 수용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표는 “재신임 정국이 끝난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 나도 답답하다. 서로 더 열어놓고 논의를 해보겠다”며 통합선대위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거 총선에서도 야당은 당내 계파수장들이 원탁회의 형식으로 권역을 나눠 선거를 책임진 전례가 있다.
관건은 통합선대위 안에서 문 대표의 위상이다. 대표직을 내놓고 선대위에 들어 가 ‘n분의 1’이 되거나,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껍데기뿐인 대표직만 유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두 가지를 동시에 차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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