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센터 부족?…BMW화재 미스터리

정비매뉴얼 공개는 ‘No’

2015-11-16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최근 두 달 새 BMW 승용차에 원인 모를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그 배경을 두고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고급차 시장을 양분하는 명차 브랜드인데다 이런 고급차가 주행 중 불이 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외제차업계의 차량수리센터 부족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이번에 발생한 사고 중 제때 수리를 받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을 사는 차량이 있기 때문이다. 

자사부품 안 쓰면 불이익 공지…불안해 또 찾는다
두 달 새 7대 불타…불안한 소비자들 문의 빗발쳐

지난 10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들어서만 4대의 BMW 차량이 주행 중 화재가 났다. 불이 난 차량은 5시리즈 모델과 7시리즈 모델 등 BMW의 주력 차종들이다. 사고는 모두 주행 중에 발생했다. 특히 10월 1일에는 차량이 인계된 지 하루가 지난 BMW 750Ld에서도 불이 났다. BMW 차량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한 최근 BMW 5시리즈 모델에 내려진 리콜과 연관성이 제기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모 언론인터뷰에서 “화재 차량의 연식이나 차종이 다르다”며 “단순히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고, 문제가 된 차량의 바탕은 BMW 부품이기 때문에 차량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송한호 서울대(기계항공공학부) 교수 또한 모 언론 터뷰에서 “BMW 차량이 타 업체 제품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정비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일말의 가능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BMW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화재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BMW 코리아 측은 “BMW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사설 공업사에서 수리를 한 뒤 시운전 중 발생한 사고거나, BMW 코리아에서 존재가 파악조차 안 되는 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도 있어 공식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화재 후 폐차 처분돼 사고 원인 규명이 아예 불가능한 차도 있다. 이 차량의 경우 보상을 해주려고 해도 증거가 없어 불가능하다는 입장만 내세운다.

이는 정비센터가 부족하고 공임이 비싸 제때 정기점검을 받지 못하는 수입 차량이 증가할수록 피해는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턱없이 부족한 정비소

실제로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독일 빅4’를 포함해 20개 수입차 브랜드의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는 모두 359개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인 현대자동차 공식 서비스센터의 수(1419개)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AS센터를 크게 늘렸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127만 대의 수입차를 수리하는 정비업체는 단 174곳뿐이다. 산술적으론 한 곳이 7290대를 맡아야 하니 수리 기간이 최소 일주일 이상 걸리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BMW코리아는 자사 AS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외부업체 수리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나오면 자동차 관련 배선표나 정비지침서를 일반 정비업소에 줘야 되거든요. 근데 비밀이라고 해서 안 줍니다”며 BMW의 횡포라고 지적한다.

자체 서비스망 포화인 상태에서 외부업체에겐 차량을 맡기지 말라고 경고하는 BMW정비소 직원들의 으름장(?) 증언도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취재진과 만난 BMW소유주는 “차량 전구 하나 고치려고 문의를 한 후 비싼 부품값에 일반정비소에서 교체해도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되면 정품이 아닌 부품으로 교체가 되기 때문에 추후 또 다른 건으로 정비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말을 듣고서는 불안해서 다른 정비소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자체 경고등이 들어와 센터에 연락을 하면 무조건 센터를 방문하거나 예약접수 후 차량 점검을 받으라고 한다”며 “때로는 5분도 안 되는 점검을 받기 위해 두 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바람에 하루 일과를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차를 팔 때만 고객을 ‘왕’으로 대할 뿐 일단 계약하고 나면 고객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얘기만은 아니다. 국산차 평균 수리비는 94만 원인데 수입차 수리비는 276만 원(보험개발원 통계)이다. 부품값이 국산차의 무려 4.7배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무상 수리 보증기간 역시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입차의 1회 수리 비용은 평균 247만7000원으로 95만2000원을 기록한 국산차 대비 약 3배가량 비싸다. 특히, 부품 가격은 평균 2배 이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번 화재가 BMW 차량의 결함이 아니라 소비자의 자동차 관리 부실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과) 교수는 “관리가 부실하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며 “결국 7번에 걸친 이번 화재는 소비자의 차량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보여주는 예”이라고 주장했다.

의문점 한두 가지 아냐

이번 사건과 관련 현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소방당국에서 화재 경위를 파악중이다. 이어 국토교통부의 결함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1차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차량 결함 여부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BMW코리아 측도 독일 본사와 외부기관을 통해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식 서비스 센터가 아닌 곳에서 정비를 받은 차량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수입차들이 연이어 논란에 휩싸이면서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상당히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폴크스바겐 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가뜩이나 독일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 개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