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4남 구본식 민·형사 피소 내막

“사업 기망 수백 억 피해” vs “구매팀 업무일 뿐”

2015-11-16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넷째아들인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납품업체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 부회장은 이 납품업체와 민사소송도 벌이고 있다. 이 업체는 친환경조명기기 업체인 ‘오렉스’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이라 믿었는데 분통이 터진다”며 희성전자의 부당성을 호소한다. 이와 별개로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정착 등을 목표로 출범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위원장 우원식 의원)는 희성전자가 ‘갑’의 위치에서 불공정 거래를 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재정신청 관련 당사자 직접 불러 심문 ‘이례적’
양측 치킨게임 양상…재판부 판결 예의주시

양사의 분쟁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렉스는 희성그룹 계열 희성전자로부터 LCD TV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LCD 백라이트 유리관을 대량 납품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9월 110억여 원을 들여 생산공장을 지었다.
당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희성전자 측이 강한 구매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렉스 측도 공장설립을 멈추지 않았다.

오렉스 측은 포털사이트에 “당시 삼성에서도 공급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만일 희성전자측이 적극적으로 구매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삼성과 손 잡았을 것”이라며 “희성전자 측이 부품테스트 9개월을 약속하고 삼성은 3개월을 약속했는데 희성전자 측이 자기들도 4개월 안에 완료해주겠다며 강하게 공장설립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이어 모자란 물량은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물음에 “용해로를 하나 더 증설하겠다”고 하며, “구 부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료를 보여주었다”며 당시에 워낙 희성전자와 LG에서 강력하게 구매의사를 피력했기에 의심하지 않았다. 이것이 추후 악수가 됐다.

희성전자는 발주를 차일피일 미뤘고 오렉스의 재무적 압박은 심해졌다.
공장 건립 2년 뒤인 2011년 11월 첫 발주가 이뤄졌지만 발주액이 애초 제안했던 규모에 크게 못 미치자 오렉스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오렉스는 설비투자·운영 자금을 포함해 215억 원가량의 투자손실을 봤다. 희성전자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해 2012년 2월 부도를 맞았다.
오렉스 관계자는 “희성전자는 공장 건립이 추진되던 2009년 3월 유리관 주수입처인 태국업체와 단가 인하 협상에 들어가 2010년 하반기 단가를 50%나 인하시켰다”며 “오렉스와의 파트너십은 수입 단가 인하의 수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오렉스 대표 정 씨는 희성전자 측이 단가 인하를 통해 취득한 수익이 연간 100억 원씩 5년간 총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희성전자 측은 “오렉스에 구체적인 납품물량·금액을 제시한 바 없고 단가 인하는 구매팀의 정기적 업무”라고 반박했다.

정씨는 구 부회장 등 관련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올 6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 형사21부는 지난 9일 정 씨가 낸 재정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열고 정 씨와 희성그룹 관계자 3명을 불러 심문을 진행했다.

원래 이날 심문은 공개로 열릴 예정이었으나 희성그룹 측에서 비공개를 요청해 변호인 없이 양측 당사자만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구 부회장은 따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비공개 심문…왜

이날 정 씨 측은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희성전자와의 프로젝트에 215억 원이 투입됐으나 이후 부실화돼 75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보고 국내 대형마트 1위 조명기업의 문을 닫았다”며 “이로 인해 기술진과 투자자, 후원자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입장을 확인한 뒤 희성전자 측에 납품 단가 인하 관련 추가 확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2주 뒤 자료 검토 후 추가 심리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법원이 재정신청 사건에서 당사자를 직접 불러 심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편 정 씨는 지난 3월에도 희성전자를 상대로 2억여 원의 손해배상은 청구한 상태다. 이 재판은 오는 19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 씨는 희성전자가 오렉스에 미리 통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교섭 단계에서 부당하게 중도파기를 했고 그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6월 열린 조정기일에서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조정은 결렬됐고 본안 소송에서 양측 싸움의 첫 결론이 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