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8개월 수사 마무리 - MB 겨냥하다가, MB 앞에 무릎 꿇다
정준양·이상득 등 ‘비리 몸통’ 모두 불구속기소
수사 장기화·영장 기각 등 처벌은 제대로 나올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포스코 부실 경영의 원인이 정치권과의 부당 유착과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방만경영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따라, 지난 3월 포스코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포스코그룹 일부 전·현직 임원 및 하도급업체 비리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검찰은 지난 11일 “포스코 전 회장 정준양을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위반(배임), 배임수재 등으로 기소하고, 포스코건설 전 대표이사 부회장 정동화를 횡령·배임·입찰방해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2월~지난해 3월 포스코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성진지오텍 부실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에 1592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협력업체 코스틸에 인척을 고문으로 앉혀 4억7200만 원을 받은 대가로 일감을 몰아준 혐의다.
취임 첫해인 2009년 12월에는 이상득 전 의원의 측근 포항지역 사무소장 박모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엠테크를 통해 12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검찰은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이 정준양 전 회장과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라고 발표했다. 검찰은 정준양 전 회장이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부당거래에 계속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준양 전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을 등에 업고 취임한 만큼, 그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뜻이다.
다음은 “동양종건(주) 회장 배성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배임증재,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하는 등 총 32명(구속 17명)을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2009~ 2013년 베트남 도로 포장공사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에 회사 자금을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방법으로 385만 달러(약 40억 원)를 횡령하고, 하도급 계약 청탁 명목으로 건설 브로커 장모(64)씨로부터 1억8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스스로 포스코 최고위 경영진과 정치권 간 금권 유착, 일부 임직원의 전횡 및 도덕적 해이,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등 여러 부조리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죽만 울린 수사?
그런데 이를 두고 8개월이나 끌어놓고 성과가 거의 없다는 평가가 높다. 총 32명을 재판에 넘기긴 했지만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우려다. 아울러 정작 비리의 몸통은 모두 빠져나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상득 전 의원도 마찬가지로 불구속 기소가 전부다.
검찰은 “이상득 전 의원이 포스코로부터 포항제철소 공장 증축 공사 중단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그 대가를 받는 등의 혐의가 있어 제3자뇌물수수죄로 기소했다”면서도 “80세의 고령과 관상동맥 협착증 등 건강문제를 감안한다”고 불구속기소를 결정했다.
정준양 전 회장을 포스코의 수장 자리에 앉히는 데 결정적 입김으로 작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님 이상득 전 의원을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관계자들까지 모든 유착 관계를 파헤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두 무너진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수사과정도 고비마다 핵심인물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녹록치 않아, 향후 재판에서도 이들의 혐의가 제대로 처벌을 받을지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수사 장기화로 기업 경영에 지장을 초래하고, 핵심 인물들이 불구속 기소되는 등 변죽만 울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결국 종합해보면 포스코 그룹을 둘러싼 비리 문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통하고 있는데, 이번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변을 파헤치는 수준에서 끝나 ‘수박 겉핥기’라는 것이다.
한편 포스코는 검찰 수사가 발표되던 11일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포스코는 이날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그리고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내외 진심어린 조언을 겸허히 수렴하고 회사 경영 전반을 면밀히 재점검해, 회사 시스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일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7월 비상경영쇄신위원회에서 마련한‘혁신 포스코 2.0 추진계획’을 차질 없이 실행해 경쟁력 제고와 건강한 산업생태계 육성 및 국가경제 발전에 지속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해관계자들과 국민들로부터 조기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