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잭팟 터뜨린 약사 출신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 뚝심 지켜 글로벌 제약사로 우뚝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사진 왼쪽)이 글로벌 제약사로 우뚝 섰다. 한미약품은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7조 원가량으로 한미약품은 매출의 10배에 달하는 규모의 성과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임 회장은 미국 얀센과 기술수출 계약 체결에도 성공했다. 연이은 수출 성과로 한미약품 주가도 8배 가까이 뛰었다. 약사로 시작한 그가 이제는 제약업계의 ‘미다스 손’이 된 것이다.
주가 8배 폭등…시총, LG전자 넘어서
임성기 회장은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뒤 ‘임성기 약국’을 운영한 약사 출신이다. 그러다 1973년 임성기제약을 설립했고, 그 해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변경했다.
임 회장은 한미약품 설립 초기 제네릭을 판매하며 규모를 키웠다.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복제약을 지칭한다. 당시 제네릭은 개발비용과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오리지널과 약효가 같아 각광받는 사업 요소였다.
임 회장은 영업력 극대화를 통해 2000년대 국내 5대 제약기업에 이름을 올렸고, 한미약품은 이제 글로벌 제약사의 문을 열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신약 포트폴리오인 ‘퀀텀 프로젝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이다.
퀀텀 프로젝트는 바이오 의약품의 약효지속 시간을 연장해주는 지속형 당뇨신약 파이프라인이다. 한미약품의 독자 기반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됐으며, 투약횟수와 투여량을 최소화해 부작용 발생률은 낮추고 약효는 최적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계약금 4억 유로(한화 4968억 원)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35억 유로(한화 4조 3472억원)를 받게 됐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리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한미약품 이관순 대표이사는 “퀀텀 프로젝트 성공 개발의 최적 파트너인 사노피와의 라이선스 계약이 당뇨 및 대사이상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미약품은 지난 9일 얀센과의 기술 수출 계약도 성사시켰다. 내용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 중인 옥신토모듈린 기반의 당뇨 및 비만 치료 바이오신약 ‘HM12525A’에 대한 개발 및 상업화에 대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계약으로 얀센으로부터 계약금 1억500만 달러와 단계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총 8억1000만 달러를 별도로 받게 된다. 1조 원이 넘는 규모다. 얀센과의 계약에서도 제품 출시 후 두 자리 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를 받는다.
“무모한 투자”
평가 바꿨다
연이은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 소식은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의 화제가 됐다.
특히 두 계약 모두 글로벌 파트너들에게 전세계 판권을 넘기면서도 한국과 중국 판권은 남겨뒀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 한미약품의 중국 시장 공략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반기에도 한미약품의 신약 수출이 이뤄졌던 터라 이제 완연한 글로벌 제약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 미국 ‘일라이릴리사’와 6억9000만 달러 규모의 면역질환치료제 ‘HM71224’의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또 지난 7월에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자체 개발 중인 내성 표적 폐암신약(HM61713)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만 7억3000달러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회사 시장 규모가 20조 원임을 감안했을 때 이 같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규모는 국내 전체 제약회사 1년 매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또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 규모의 10배에 달한다.
이 같은 성과로 임성기 회장은 한 우물파기 투자 전략에 대한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0년부터 신약개발에 집중적으로 나섰고, R&D 투자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한미약품의 R&D 투자액은 6000억 원이 넘는다. 올 상반기에도 매출액의 20.6%에 달하는 946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거침없는 투자 규모로 인해 일각에서는 “무모한 투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임 회장은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만들겠다”며 뚝심을 지켰고, 연이은 수출계약 성사로 한미약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벽히 바꿔놨다.
이 같은 결과는 한미약품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의 수출성사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지난 6일 가격제한폭(29.98%)까지 뛴 71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월 10만10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00%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얀센과의 계약 소식이 잇따르면서 시가총액은 8조4303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틀간 2조 8000억 원가량 불어난 것이다. 한미약품의 불어난 시가총액은 LG전자 시가총액인 8조3113억 원을 추월한 규모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미성년자 손주들도 1000억 원대 주식 부자로 등극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임 회장의 12세 손자가 보유한 한미약품 계열사 주식가치는 지난 6일 종가 기준 1095억6000만 원에 달한다. 나머지 친·외손주 6명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각각 1069억2000만 원을 기록했다.
현재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임 회장으로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36.22%를 보유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구조는 임 회장을 비롯해 장남 임종윤 대표(3.59%) 및 친인척, 계열사, 임원 등이 67.78%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