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증권투자전문가 사탕발림에 연예인 당했다

“장외주식 투자하면 대박난다” 투자사기…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2011-08-22     최은서 기자

[최은서 기자]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비상장 주식에 투자한 뒤 상장되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속여 유명 연예인,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유명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자신의 주식 투자 손실을 막는데 쓴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그는 또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반환을 요구하자 신규 투자자를 끌어들여 돈을 갚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자신의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그의 화려한 이력도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투자전문가로 유명세를 탄 민모(38)씨는 모 방송사 PD 등 화려한 이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모두 거짓이었다.

민씨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유명 개그맨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증권방송을 진행해 ‘증권가 마당발’로 불렸다.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그는 개그맨이 주최한 자선행사에 거액의 자선금을 내놓으며 이미지 관리에 나서는 한편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인맥 넓히기에 나섰다. 그는 또 출판과 각종 강연회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갔다.


유명세 이용해 투자사기

증권가에서 ‘스타급’으로 통하기 시작하자 민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민씨는 자신이 증권투자전문가로 알려진 것을 기회로 삼아 지난 5~6월 “삼성SDS나 하이마트 등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면 상장 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8명에게 9억 원 상당의 돈을 받아 빼돌렸다.

민씨는 “투자하면 6개월~1년 후 상장되면 최소 10배에서 최대 20배까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서 “지금이 절호의 찬스니 놓치지 말라”고 투자자들을 현혹시켰다.

민씨는 또 “이 비상장주식은 장외에서 12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데 3만 원에 살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3만 원에 산 뒤 상장됐을 때 되팔면 된다”고 투자자들의 투자를 부채질했다.

민씨가 증권투자 자문 및 장외 주식매매 대행업체 대표인데다, 경제 전문 케이블 방송 MC 및 D증권회사 주최 투자설명회에서 증권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민씨를 신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는 최고급 외제차 3대를 몰고 다녔고, 투자자들과 만날 때마다 고액의 외식비를 본인이 지출했다”며 “투자자들은 최소 2000만 원, 최대 5억 원을 투자했는데 망설임이나 별다른 의심 없이 투자했다”고 밝혔다.

민씨는 이 투자금으로 투자 대신 자신의 손실금을 보전하는데 사용했다.

그는 또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 반환을 요구하자 ‘폰지 사기’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폰지 사기 수법이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말한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로부터 투자금 일부를 돌려받은 투자자는 3~4명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투자자들은 수익금 자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씨는 또 한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금 5억1300만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5130만 원을 송금했다. 입금 금액을 보고 투자자가 항의하자 “실수로 0을 하나 빠뜨렸다”는 변명으로 투자금 상환을 미뤘다. 결국 이 투자자가 돌려받은 투자금은 실 투자금의 10%에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탤런트 K씨도 사기당해

민씨에게 사기 당한 피해자 중에는 탤런트 K씨도 포함돼 있었다.

K씨는 총 2억 원을 민씨에게 투자했다. K씨는 민씨와 직접적인 친분은 없었으나 한 지인이 “증권계통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며 “이 사람이 추천하는 종목에 투자하면 20배 상당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소개해 투자하게 됐다.

K씨를 비롯한 8명의 투자자들 외에도 현직검사와 고위공무원, 개그우먼도 민씨에게 수억 원을 투자했으나 명예 실추를 우려해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직업은 연예인,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사회 지도층 등으로 대부분 지인의 소개나 트위터, 자선단체모임에서 민씨를 알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민씨와 2개월~2년 간 친분을 맺어왔다. 특히 민씨가 자선모임단체에서 기부를 자주하고, 다수의 연예인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손쉽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투자자들 중 일부는 “개그맨 N씨를 통해 민씨를 소개받았다”며 N씨에 대한 경찰 조사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N씨를 통해 투자된 정황이 없어 N씨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가 받은 투자금은 9억 원 상당이며,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투자금은 1억 원에 불과했다.

경찰관계자는 “투자금을 주식 손실금 보전과 일부 투자금 반환 등으로 탕진해 민씨의 통장 잔고는 0원이었다”며 “민씨가 운영한 증권투자자문사도 명성과는 달리 사실상 1인 사업체에 불과했다. 투자자들이 문제 삼지 않았더라면 피해가 양산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전문직 종사 투자자들을 겨냥한 투자사기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지속적인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