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수 됐던 신창원 극단적 선택 왜?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 자살기도
2011-08-22 최은서 기자
신창원은 지난 19일 새벽 4시 10분께 경북 북부 제 1교도소(옛 청송 제1교도소) 독방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교도소 측에 따르면 신창원은 지난 1월 설거지와 빨래 등을 위해 교도소 안에서 구입한 고무장갑 2개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생명 지장 없지만 뇌손상 가능성 있어
신창원이 스스로 목을 조른 채 신음 하고 있는 것을 교도관이 발견해 50여㎞ 떨어진 안동병원에 긴급 후송 조치했다. 발견 당시 신창원은 혼수상태로 맥박이 분당 130회에 이르는 등 위급 상황이었다. 신창원은 저산소증 즌세를 보였으며 목에는 졸린 흔적이 역력했다. 신창어ㅜㄴ은응급조치 이후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신창원이 입원 중인 안동병원 측은 지난 19일 “신창원의 생체 반응 및 호흡이 안정돼 기도에 삽입한 관을 제거했다”며 “자기공명영상으로 뇌를 촬영한 결과 특이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저산소증 뇌손상의 경우 1~2주 후에도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또 “신경 검사 상 특이 소견은 없으며, 흔들거나 두드리면 눈을 뜨고 그렇지 않으면 눈을 감고 있는 기면상태다”라며 “혼돈이 있고 말이 어둔하며 사고 전후 기억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원의 자살 기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범적 수형생활을 해왔던 신창원의 자살 기도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신창원의 독방 안에는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죄송합니다”라고 쓴 짧은 메모만 발견됐다. 이 때문에 신창원의 자살을 시도한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교도소 측 관계자는 “지난 7월 팔순의 부친 사망 충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교도소 내의 가혹행위는 없었으며 자살 시도 이전에 이상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어머니도 없는 신창원이 부친의 사망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오랜 수감생활에 심신이 지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교도소 측은 신창원이 의식을 회복하는 대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신창원이 자살을 기도한 전날 같은 교도소 수형자가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신창원 자살 기도와의 연관성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경찰 농락한 탈옥·도주의 귀재
신창원은 무기징역수 신분으로 탈옥해 신출귀몰한 도주행각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신창원은 1989년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7년 1월 부산교도소 감방 화장실 쇠창살을 쇠톱으로 절단하고 탈옥했다.
이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니며 2년 6개월 간 도피행각을 벌여 ‘희대의 탈옥수’로 불렸다.
경찰은 신창원 탈옥 이후 지명수배 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신창원은 공권력을 조롱하듯 전국을 무대로 범죄를 저질렀다. 전국 곳곳에서 신고와 제보가 이어졌고, 경찰과 5번이나 맞닥뜨리기도 했지만 신창원은 매번 유유히 검거망을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그는 ‘홍길동’에 비유됐다. 신창원의 도피 기간 중 신창원 모방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했다.
신창원은 도피기간 중 절도 104건, 강도 5건, 강도강간 1건 등 총 142건에 달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이 와중에 수용시설 요한의 집과 소년가장 2명에게 180만원을 기부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 의아함을 사기도 했다.
그는 199년 7월 전남 순천에서 TV 수리공이 “신창원과 인상착의가 유사한 사람이 있다”고 신고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검거 당시 신창원은 명품 브랜드의 현란한 무늬 쫄티를 입은 채 붙잡혔는데, 당시 이 무늬 티셔츠가 인터넷 등에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경찰에 붙잡힌 신창원은 추가로 2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신창원은 중범죄자들이 수용된 청송교도소에 복역해왔다. 조두순, 김길태도 이 곳에 수감돼 있다. 청송교도소는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곳으로 삼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탈옥이 사실상 불가능 한 곳이다.
신창원은 수감생활 중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2008년 교도소 측이 언론사 접견 신청을 거부하고 자신의 편지를 발송하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소송에서 신창원은 승소해 국가로부터 100만원을 지급받았다.
신창원은 모범적 수감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은 언론이나 매체 등을 통해 자신이 미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2002년 월간 쪽지 ‘해와달’ 발행인에 편지를 보내 “내가 지은 죄의 100분의 1도 갚을 수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2004년 중졸과 고졸 검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고, 4.09㎡(약 1.2평)인 독방에서 독학사 시험공부에 매진해왔다. 신창원은 모범적 수형생활로 지난해 5월부터는 일반경비시설인 경북 북부 제1교도소로 이감돼 생활해 왔다.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