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 논란은 언제까지

매해 반복되는 ‘뻥 연비…’안 빠지는 곳이 없네

2015-11-09     강휘호 기자

매해 반복되는 ‘뻥 연비…’안 빠지는 곳이 없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자동차 허위 연비 표시 논란이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의 구매를 결정하는 데 연비는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제조사들의 꼼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내 시장에서 활동하는 거의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일요서울]이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조사당국 재조사 천명…향후 보상은?
벤츠·폭스바겐·아우디 등 대부분 해당

미국에서 촉발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눈속임 파문이 자동차 연비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관련환경 사태가 연비 조작으로 확산되면 사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정부는 폭스바겐 그룹의 문제 차종에 대한 연비 조사를 다시 하기로 방침을 세운 상태다. 배출가스 조사는 환경부 관할이지만, 연비는 국토교통부가 검증하는데, 연비 검사를 재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다.

국토부가 밝힌 연비 재조사 대상은 21개 차종이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 A3, A7이 포함됐다. 연비 재검증은 폭스바겐이 눈속임한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작동 여부가 연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혐의가 사실로 확정되면 한 대당 최대 3만7500달러(약 4358만 원),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에 이르는 벌금을 낼 수 있다. 현재 폭스바겐의 미국 판매 차량 중 디젤차량은 20~25%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은 “만약 폭스바겐이 미국에서와 같이 한국 시장에서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고 기만한 것”이라며 “최근 폭스바겐이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공인 연비를 기존보다 15%나 낮춰 신고한 것까지 의심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동안 연비 문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왔던 터라 파문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지난해 연비 자기인증 적합 조사를 받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 CX7가 부적합 판정받으면서 뻥 연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올해 역시 수입차인 아우디 A6 3.0 TDI와 토요타 프리우스(HEV, 하이브리드)가 연비를 과도하게 부풀린 사실이 조사 당국에 적발됐다. 또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와 아우디 A4 2.0 TDI와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도 과징금을 받았다.

한국GM 크루즈 가솔린 모델 고객들은 한국GM을 상대로 연비과장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고객들은 한국GM의 연비 오류 자발적 신고 후 3개월 뒤, 보상금액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소송 취지를 갖고 한국GM을 압박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해외에 진출해 같은 문제를 초래한 경우도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12년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 연비 과장 발표가 나온 직후 자발적으로 연비를 수정했었다.

이와 함께 2013년 11월에는 집단소송을 당해 현대차 2억1000만 달러(약 2400억 원), 기아차 1억8500만 달러(2113억 원) 등 총 3억95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연비 과장 문제는 출처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모양새다.

오십보 백보

이러한 사태를 자동차 제조사 전체로 눈을 돌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에는 연비, 등급, CO2 배출량을 반드시 정부 신고 값과 동일하게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신고 값 과 달리 자사에 유리하게 표기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장윤석 새누리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확보한 ‘자동차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 점검결과’ 자료에 따르면 25개 자동차 제조 및 수입사(국내 자동차 제조사 7곳, 수입사 18곳)는 최근 3년간 광고매체, 전시차량, 카다로그 등을 통해 연비, 등급 등 에너지 소비효율을 허위로 표시하다 325건이나 적발됐다.
 
업체별로는 벤츠(수입사)의 허위표시가 가장 많아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벤츠의 허위표시는 지난 3년간 57건이나 적발되었고, 다음으로 토요다 30건, BMW(수입사)가 29건 순으로 나타났다. 

산업부(한국에너지공단)는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 및 등급표시에 관한 규정 제 12조(표시 사후관리 등). 산업부 고시에 근거해 매년 1회 국내 자동차 제작사 및 수입사 25곳을 대상으로 광고매체, 전시장, 카다로그 등에 표기된 연비, 등급, CO2 배출량 표시 이행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부는 25개 업체의 전시차량 라벨, 카다로그, 제작사·수입사 홈페이지 및 신문·잡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총 9개 업체, 24건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수입사가 18건(75%), 국내 제작사가 6건(25%)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연비를 허위로 표시하여 산업부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업체를 살펴보면 대부분 수입차 회사들인데, 지난 3년 동안 벤츠가 21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2위는 BMW로 벤츠보다 300만 원이 적은 1800만 원이었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 가운데는 기아차가 21건, 현대차가 11건 적발됐고, 산업부는 현대차에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장윤석 의원은 “자동차 연비의 허위표기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관계 당국은 사후관리를 철저히 실시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적극 공개하여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