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④ 끝] 꼼수 절세법 진실

2015-11-09     강휘호 기자

“어디까지 발전하나” 기업들의 이상한 ‘합법’절세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꼼수 절세 논란이 뜨겁다. 절세란 세법이 인정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세액의 감소 또는 경감을 도모하는 것을 뜻한다. 탈세 및 조세회피와 구별되며, 통상 세법 상의 각종 특혜 또는 경감조치를 활용하는 것을 총칭한다. 그러나 이러한 절세법 중에서 법적인 규제를 피하고 있지만 꼼수임에 틀림없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요서울]은 [연속기획-꼼수 절세법의 진실]을 통해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번 연속 기획은 1편 상속과 증여, 2편 임대업과 다운계약서, 3편 종교인 과세, 4편 기업들의 이상한 절세로 이어진다.

증여는 미리미리…법인으로 넘겨주는 방법 대세
고급자동차 리스, 올해 가장 뜨거운 논란 등극

흔히 재벌가로 불리는 기업들의 절세는 대부분 ‘합법적’으로 진행된다. 철저한 법리 해석을 기반으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업 인사들이 과세가 적용되는 일을 처리할 때 수 명에서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달라붙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이는 증여와 관련됐을 때 두드러진다. 실제 대기업 일가의 미성년자 39명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가 총 1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증여를 일찍해 절세 효과를 본 것이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정감사 때 내놓은 대기업 집단 중 미성년자(친족) 주식소유 현황 자료를 보면 2014 회계연도 기준으로 15개 그룹에서 미성년 친족 39명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에서 이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는 총 962억 원이다. 한 명당 평균 약 25억 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룹별로 보면 GS 미성년 친족 6명이 710억 원 정도를 보유해 액수가 가장 높았다.

이들은 GS, GS건설, ㈜승산 등 상장·비상장 8개 계열사 주식을 골고루 나누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KCC는 미성년자 친족 1명이 KCC 주식 107억 원어치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미성년자 3명이 두산건설, 네오홀딩스, 두산의 지분 총 37억 원을 갖고 있다. 그 외에도 롯데, LS, 대림, OCI, 효성, 동국제강, 한국타이어, 태광, 세아, 현대산업개발, 대성, 중흥건설 등에서 그룹 총수의 친족 미성년자들이 지분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렇게 미성년자 친족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이유는 크게 경영권 강화 차원과 절세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기업의 미래 성장을 고려할 때 좀 더 일찍 주식을 증여하는 것이 증여세를 줄이는 방편이다.

신학용 의원은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자산을 성년이 되기 전부터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삼으려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라는 측면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공정위와 국세청이 건별로 조사한 적은 없다고 밝혔는데 탈세와 불법이 있었는지 이번 기회에 건별로 조사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빠른 증여나 세대 생략 증여는 기업 주변에서 가장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절세 방법인 탓이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재벌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재벌개혁특위 핵심 입법과제 중 하나인 성실공익법인 폐지법안(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지난달 21일 대표로 발의했다.

그동안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공익법인은 공익사업보다 계열회사주식 보유 등으로 세금 한 푼 납부 없이 편법 상속ㆍ증여 수단이나 계열회사에 대한 지배력 강화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많은 비판이 있었다.

외국계도 똑같아

그 외의 다른 절세 꼼수 역시 다양한 사례가 있다. 홈플러스는 매각 과정에서 영국의 테스코에게 상표, 로고 및 라이센스의 사용료, 소위 로열티로 12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하고, 이를 비용으로 처리해 150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홈플러스주식회사가 영국 테스코에 지급한 로열티 규모는 1200억 원 규모이고, 만약 이를 비용으로 하지 않고 영업이익으로 했다면 이에 대해서는 22%의 법인세(법인세법 제55조)에 지방세까지 포함하여 24.2%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홈플러스 관련해서 앞서 제기한 연간 763억 원의 로열티 및 그로 인해 내지 않은 세금 건을 포함하여 여러 건의 속칭 먹튀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인 차량을 이용한 절세는 올해 가장 뜨거운 논란 가운데 하나이기도 했다. 실제로 고급 승용차가 법인 명의로 판매되면 세수는 줄어든다. 고급 승용차를 법인 명의로 리스하면 차량 구입부터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법인명으로 인정받아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인 영업비용이 늘어나면 영업이익은 그만큼 줄어든다. 결과적으로는 법인세도 덜 내게 된다. 결국 법인을 이용해 고급 승용차를 보유하면서 절세 혜택까지 보는 일거양득의 절세인 것이다.

지난해 수입 법인차 리스 등으로 감면된 세금만 1조 원인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법인 차량 등록대수가 10만 대를 넘어서면서 1조3000억 원 정도의 세금이 자동차 꼼수 절세로 날아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우리나라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들은 이전가격을 활용해 절세를 행한 경우도 있다. 다국적 기업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 이전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아낀 것이다. 고세율 국가에 있는 해외법인이 거둔 이익을 지식재산권 사용료나 경영자문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저세율 국가의 자회사로 넘겨 비용을 공제받는 식이다.

한편 기업들이 펼치는 이러한 꼼수 절세법들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유리지갑을 소지한 월급쟁이들은 허탈함을 감출 수 없다. 이를 본 한 누리꾼은 “안 그래도 부익부빈익빈이 절실히 느껴지는데, 절세 혜택마저 부자들이 전부 가져가는 것 같다”고 씁쓸해 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