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어학원장, 알고 보니 1급 살인미수 갱단
2011-08-17 기자
지난 8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LA경찰국이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령을 내렸으나 신분을 세탁하고 강남에서 SAT 전문 어학원을 운영해온 혐의로 김모(33)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김씨의 신분세탁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학력을 속인 채 김씨와 학원을 운영한 강모(36)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인 김씨는 미국 LA에서 필리핀계 갱단 FTM(FLIP TOWN MOB) 조직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1997년 5월 갱단 조직원 2명과 함께 경쟁 관계에 있던 갱단 2명을 향해 권총을 쐈다. 이후 김씨는 1급 살인미수 혐의로 LA 경찰국 수배를 받은 직후인 같은 해 7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김씨는 미국으로 강제 송환 당하지 않기 위해 친척의 지인 도움을 받아 신분을 세탁했다. 미국 플로리다로 이주한 이모(31)씨가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1998년 12월 직권말소 상태인 이씨 명의로 주민 등록해 새로운 신분을 얻었다. 이후 김씨는 지문을 등록하고 주민등록증과 여권,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받거나 수차례 갱신하면서 새 삶을 누렸다.
고졸학력이었던 김씨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서울 강남 일대의 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또 34차례나 중국과 태국, 홍콩, 캐나다 등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대담한 행각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학원 학원 강사를 하며 한 달에 500만 원을 벌었다”며 “강제 송환이 두려웠던 김씨는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살폈다”고 전했다.
3년 전부터 김씨는 강씨와 서울 강남지역에 SAT 전문 어학원을 차렸다. 김씨와 강씨 모두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미국 명문대학인 UCLA, 샌디에고 주립대학교 출신이라고 홍보하고, 직접 SAT 관련 강의를 했다. 이들은 또 교육청에 등록하지 않은 무자격 영어강사를 고용해 학생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쳤다.
이 학원은 강남 부유층 자제들을 대상으로 운영돼 왔으며, 학원 수강생은 50~60명으로 월 100만 원 상당의 학원비를 받고 운영돼왔다. 김씨는 강남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며 연간 1억5000만 원 상당을 벌어들였다. 경찰 관계자는 “교포사회는 매우 좁아 김씨가 갱단출신이라는 것은 암암리에 소문이 나 있었다”며 “미국 수배자가 강남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미국과의 국제 공조 등을 통해 김씨의 신분세탁과 도피행각 전모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