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면접장서 무슨 일이…
‘국정교과서’ 찬반 질의에 사상논란까지…불매운동 역풍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국정교과서를 놓고 질타를 받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응시자에게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물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응시자의 정치성향을 검증하려 했다는 의혹을 산 것이다.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에 따른 반발 여론이 거센 시점에 불거진 논란은 불매운동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고용을 무기로 갑질을 했다는 시선도 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의도가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사회문제 관심과 논리성 평가일 뿐”
해당 논란은 아모레퍼시픽 영업관리직무 정규직전환형 인턴 최종면접을 본 응시자 A씨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A씨는 “아모레퍼시픽 영업관리직무 정규직전환형 인턴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면접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았고, 그것이 탈락의 주된 원인이 됐는지 아니면 다른 역량이 부족해서인지 공식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서다”고 밝히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2차면접에서 면접관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인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국정교과서는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출판사의 역사책이 있었지만 역사 흐름의 큰 줄기에 대한 서술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다만, 사진을 비롯한 자료나 문장의 뉘앙스에 의한 차이와 해석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해야 학생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각을 형성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에게 돌아온 답변은 “그래서 국정교과서 찬성이에요, 반대예요?”였다. A씨는 “답변이 끝난 뒤 면접관이 다그치듯 찬성과 반대 의견을 물었고, 영업관리직무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A씨는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 얘기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이미 국정교과서라는 결정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교과서 집필진 선정 및 교과서 기술에 있어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만, 2017년 첫 출간되는 국정교과서가 올바르게 만들어질지 국민들이 비판과 견제의 시각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아모레퍼시픽에 왜 탈락한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영업관리 직무를 수행하는데 국정교과서에 대한 견해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채용갑질 시선도
A씨의 글이 SNS를 통해 곳곳에 공유되면서 아모레퍼시픽은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국정교과서 찬반에 대한 답변으로 지원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사상을 검증했고, 이를 평가 요소로 반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회사의 정치성향과 다른 성향을 가졌거나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은 배제하기 위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질문이 기업 면접이나 대학수시 면접 등에서 종종 문제가 돼 온 만큼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논란을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앞서 이랜드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랜드는 2013년 대졸공개 채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지 않다’로 답변하는 항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채용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할 수 없다. 헌법에도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돼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이 채용갑질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압박면접을 빙자한 채용갑질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모욕, 비하가 횡행하는 압박면접을 실시하는 행태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아모레퍼시픽의 채용갑질 의혹에 불을 지폈다.
최근 재계는 압박면접을 빙자한 인격과 성별, 학벌, 출신지, 외모 비하 질문으로 인해 질타를 받고 있다. 취업 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구직자 중 76%는 “부당한 질문을 받았음에도 불쾌감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답했다.
해당 논란이 지속되면서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불매운동 움직임도 시작됐다. 응시자들의 사상을 검증하려는 듯 한 태도를 보인 아모레퍼시픽에 불매운동으로 따끔한 교훈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측은 “의도를 가진 질문이 아니다”며 해명에 나섰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은 “자사의 신입사원 채용 과정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지원자와 아모레퍼시픽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이의를 제기한 특정 질문은 정치적 성향과 사상검증에 대한 의도가 없었으며 합격 여부에도 절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스킬,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란 것이다.
또 “당사의 채용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종교, 학연, 지연 등 적절치 않은 차별을 초래하는 사항들은 묻거나 평가에 반영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며 “서류전형부터 임원면접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다수의 면접관이 참여하기 때문에 특정 면접관의 특정 질문 하나에 의해서 지원자의 합격 여부가 결정될 수 없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용 과정 중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채용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인사 담당자 및 면접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시스템 운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