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좌진의 세계 49] 예산결산심사-上
2015-11-09 김현목 보좌관
- 매년 결산심사 소홀하고 형식적 이뤄져
- 총선 앞둔 올해 지역 예산 확보 ‘전쟁’
한편 지난해 정부가 집행한 결산심사는 지난 8월 국정감사 이전에 끝났다. 결산심사가 소홀하고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은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매년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비판받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고질적인 관행처럼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의원과 보좌진 모두 앞으로 확보할 예산에만 관심이 있지 이미 집행된 결산서류에는 관심이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꼼꼼하게 검토해야 할 결산심사가 매년 대충대충 때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예산안 심사처럼 개별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결산예비심사가 진행된다. 하지만 대부분 하루, 이틀 만에 후딱 해치운다. 국토교통위원회의 경우에 단 하루만 정책질의를 하고 결산심사소위로 넘겼다. 결산심사 일정도 갑작스럽게 확정되었다. 복잡한 결산서류들을 보좌진들이 부랴부랴 검토하느라 애를 먹었다. 국토교통부와 새만금개발청,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3개 기관과 주택도시기금의 결산심사를 하루에 끝내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다. 부실심사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행태다.
또한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참고 자료로 작성되고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도 회의 개시 불과 하루, 이틀 전에 작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하고 산더미 같은 결산서류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제대로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결산심사를 위해 작성하는 정책질의서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보좌진들이 사전에 검토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 자료나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를 인용하거나 활용하는 게 고작이다.
국가 재정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예산결산심사 일부 경험이 많은 보좌진 정도만 국정감사 자료를 활용하거나 별도로 결산심사를 위해 행정부에 요청해서 제출 받은 자료들을 활용한다. 예산결산심사는 국가 재정과 회계분야는 물론 경제일반 등에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복잡한 결산자료와 계수를 이해하기 어렵다. 보좌진이 자기개발이 특별하게 더 필요한 분야다.
대부분 하루 만에 정책질의 끝내
국회 결산심사는 매번 형식적이고 졸속으로 심사가 이뤄진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사실 결산이야말로 차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서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제대로 예산이 집행되었는지, 불용액은 왜 발생했는지, 예산집행에 따라 사업 성과는 있었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다음 연도 예산안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충실한 결산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위성은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국회의 오래되고 잘못된 관행이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는 이미 집행해 버린 결산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크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의원이나 보좌진 역시 결산심사를 대충 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고가 박혀 있다. 실제로 국회 상임위원회 결산심사 때 통상적으로 대략 하루 혹은 이틀 정도 전체회의가 열리고 형식적인 정책 질문이 이어지고 결산심사소위 활동으로 끝내버린다. 의원들의 질문 내용을 상임위원회 행정실 입법조사관들이 정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결산심사소위에서 시정 및 처리 요구를 정리해 의결하는 정도로 끝낸다.
물론 완전 엉터리로 결산심사가 진행된다는 것은 아니다. 결산심사의 중요성이나 외부의 기대만큼 꼼꼼하고 치밀하게 심사가 진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집행한 결산을 제대로 심사해야 차년도 예산안 심사도 충실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꼼꼼한 결산심사를 통해서 불요불급한 예산이 있는지, 정부가 추진한 각종 사업에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보다 더 충실한 결산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은 물론 인식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
결산심사보단 예산확보에만 치중
한편 내년 4월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라 그 어느 해보다 예산안 심사에 관심이 높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서는 주민 숙원사업 등 지역구의 각종 현안사업 해결이 큰 변수다. 대부분 어느 지역이나 지역 일꾼들에 대한 기대와 요구는 지역 발전이 가장 크다. 신문, 방송 등 매스컴을 자주 타고, 중앙정치 무대에서 아무리 성장해도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숙원사업이나 지역구에서 추진하는 각종 현안사업을 해결해내지 못하면 비난 여론이 형성된다.
의원들은 임기내내 지역구 현안사업에 필요한 예산 챙기기에 몰두한다. 의정활동 가운데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아무리 뛰어난 정책을 개발하고 우수한 법률안을 많이 발의해도 정작 표심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특히 중진의원일수록 지역발전 기대심리는 높지만 그 비난 여론 또한 더 크다. 지역발전론은 선거 때마다 현역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이슈다. 총선 때마다 상대후보들은 유권자의 이런 기대심리를 이용해 현역의원들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확 눈에 들어올 정도 정도로 지역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어렵다. 지역구에 시원스럽게 고속도로와 일반국도가 뻥뻥 뚫리고, 제조업 시설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단기간에 창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의 지역 발전 기대욕구가 높다. “지역구에 해 놓은 것이 없다”라는 상대 후보의 공략과 비난은 표심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통하는 정치권의 상시적인 비난 재료다. 현역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빈번하게 듣는 소리다. 특히 중진의원들은 이런 비난에 더 시달린다. 따라서 예산 확보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결산심사보다는 예산 확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현목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