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분석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줄 축소 영역싸움 필사적
올여름 기상악화가 조직들의 싸움 불렀다?
2011-08-17 윤지환 기자
조폭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 자금사정이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과거 유흥업소가 호황이던 때와 사설 성인오락실 운영이 가능할 당시 조폭은 제 2의 전성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부터 조폭은 다시 위기를 겪고 있다. 성매매특별법과 더불어 경기 불황으로 유흥업소가 직격탄을 맞아도 또 바다이야기 등 오락실이 대대적으로 단속됐을 때도 살아남았던 조폭이 사상 최악의 자금난으로 와해위기에 처했다.
MB정부 들어 건설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조폭들의 자금줄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표적인 것이 함바집 사업이다. 함바집 사업은 2억 원의 권리금 정도를 걸고 들어가면 공사기간 1년 정도에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이권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해운대 광안리 개점휴업
조폭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이번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의 패싸움이 기상악화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올 여름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해수욕장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나 다름없는 상태다. 부산 지역의 조폭들에게 있어 여름은 성수기다. 이 시기는 조직원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때다. 하지만 올 여름은 기상악화로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름에 부산 조폭들의 가장 대표적인 비즈니스는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파라솔을 펴는 것이다. 파라솔을 하나 펴는데 자릿세로 3만 원 정도를 받는다. 해운대 광안리에 펴지는 파라솔 수는 수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의 수익사업은 이뿐 아니다. 유흥업소와 숙박업소도 조폭의 영역이다. 바닷가 주변의 숙박업소는 모텔이 하룻밤에 20만 원인 곳도 있다. 부산지역 일반 모텔 숙박비가 3만~ 4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폭리다. 그런데도 성수기엔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조폭들은 모텔을 방 개수에 따라 정상가의 돈을 주고 임대한 뒤 영업을 하기도 하고 모텔을 일정기간 전세 내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수기 동안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돈을 챙겨온 조폭이 올 여름은 악천후 때문에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적자를 채우기 위해 다른 이권사업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의 다툼은 줄어든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업의 다양화 서민경제 불안
경찰에 따르면 야구방망이와 회칼을 휘두르는 조폭들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또 조폭들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점차 인텔리 조폭으로 바뀌고 있다. DJ정부 때 오락실 사업 등으로 호황을 누린 조폭들은 다양한 사업에 진출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 영역이 주식시장이다. 현재 우리나라 상장사의 M&A 추진 주체 가운데는 조폭들이 적지 않다.
전문적으로 주식투자 사무실을 차려놓고 이른바 ‘작전 전문가’를 고용해 주가조작을 일삼는 조폭들도 상당수다. 경찰이 입수한 첩보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 칠성파 등 조폭 조직원이 운영하는 주가조작 사무실이 6~7군데 정도 된다. 이들은 연예인들까지 동원해 천문학적인 금액의 주가조작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 검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저축은행 사건도 조폭이 개입돼 있다. 부산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등에도 조폭 자금이 들고 나간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조폭자금이 어떤 이유로 이들 저축은행에 유입됐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조폭들의 자금이 저축은행에 흘러들어간 흔적이 있다”며 “이들 자금이 어떤 성질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는 주가조작과 사채 등에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부터 급성장한 대부업체들도 조폭들의 영역이다. 현재 대부업체는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자리 잡고 있다. 고리 때문에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대부업체다. 조직들 중 상당수가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서민들에 고리를 뜯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위를 근절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