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재건21세기파 난투극 밀착취재
“칠성파에 맞고 오다니…” 부하 조직원 몽둥이 찜질
밀고 밀린 처절한 ‘전쟁’ 그날 무슨 일이?
2011-08-17 최은서 기자
[최은서 기자] 부산 최대 양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재건20세기파가 서면 지역 유흥가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 대낮 도심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재건20세기파는 집단 난투극 이후 부상당한 조직원들이 입원한 병원을 점거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형성하고 난동을 부렸다. 양대 조폭은 조직에 회의를 느끼고 탈퇴한 조직원들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부산 서면 지역은 2008년 검찰·경찰에 의해 폭력조직이 와해돼 유흥가 이권 공백이 생겼다. 경찰은 양대 조폭이 집단 폭력과 세대교체 등을 통해 이권 확보 및 활동 무대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5시 30분께. 칠성파가 관리하는 부산진구 부전동 모 주점에서 재건20세기파 조직원 8명이 술을 마시다 난동을 부렸다. 재건20세기파 조직원들은 고의로 업주에게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리다 업주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칠성파 조직원 3명과 패싸움을 했다.
집단 난투극 이어 병원 점거
1차 집단 난투극을 벌인 양대 조폭은 같은 날 오전 7시께 인근 식당 앞 길가에서 둔기와 흉기로 또 다시 집단 난투극을 벌였다. 이들은 서면 한복판에서 깨진 유리병과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오전 중에 벌어진 이들의 난투극은 출근시간과 등교시간이었던 탓에 시민들이 목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집단 난투극은 처음에는 재건20세기파가 우세했으나 수적 열세에 밀린다고 판단한 칠성파가 10여명의 조직원들을 더 동원하면서 판세는 역전됐다. 수십 명이 뒤엉켜 싸움을 벌이다 다수의 조직원들이 전치 3주 상당의 부상을 입고 부산지역 병원 2곳에 입원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재건20세기파 두목은 조직원들이 입원한 병원 2곳을 점거했다. 이 두목은 “칠성파의 보복 폭행에 대비하라”며 조직원들에 병원 입구 봉쇄를 지시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이 병원 입구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조직원들이 늘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 두목은 또 부상당한 조직원에게 “제대로 싸우지도 못 하는게 건달이냐” “이길 때까지 대항해야지 이렇게 약해서 어디다 쓰겠느냐”며 윽박질렀다. 이 조직의 행동대장도 “칠성파에 이기기는커녕 당하고만 왔다”며 부상당한 조직원을 마구 폭행했다.
이 뿐 아니었다. 이들은 조직원 폭행을 말리는 보안직원을 폭행하고, 진료 중인 의사에게도 거리낌 없이 행패를 일삼았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들은 조직원들이 병원 앞에 일렬로 서있게 하는 등 위력을 과시해 병원 진료 업무를 방해했다”며 “이들의 협박에 위축돼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8개월간 기획수사를 벌여 통신수사와 압수수색, 잠복 등을 통해 이 같은 혐의를 확인, 양대 조폭 조직원 40여 명을 붙잡았다.
서면일대 유흥가 이권 다툼
양대 조폭의 조직원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으로, 세대교체와 이권 확보 과정에서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칠성파는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부산 서면과 부전동 일대의 업주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월 300만 원씩 받아 챙겨 총 1800만 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양대 조폭은 집단 난투극 이후 회의를 느끼고 지난 3월 10일 경 탈퇴한 조직원 5명을 둔기로 50여 차례 집단 폭행해 치아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재건20세기파는 부산 사하구 신평동의 한 빌라를 임대해, 조직 합숙소로 이용했다. 이들은 조직원 합숙소를 운영하면서 새 조직원들에게 엄격한 서열 관계 등 행동강령 등을 교육시켰다.
한 달여 간 합숙을 한 새 조직원들은 장악력 시험을 위해 타 조직과의 충돌 시 현장에 즉시 투입되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재건20세기파는 타 폭력조직과의 충돌 등의 상황에 출동 태세를 갖추는 등 조직적으로 활동했다”며 “조직 규모를 눈속임하기 위해 직접적 상하관계에 있는 조직원들만 연락처를 주고받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2008년 서면 일대에서 활동하던 조폭들이 검·경에 의해 와해됐다. 영락공원 집단 난투극 사건, 오락실 집중 단속으로 서면 일대를 장악했던 조폭들의 상당수가 구속되면서 서면 일대 이권은 공백기나 다름없었다.
이후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전국구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그 반대 세력인 재건20세기파가 서면일대 유흥가 이권 개입 등 활동 무대 확장을 위해 집단 폭력을 벌였다.
한편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10일 칠성파 두목 정모(30)씨와 재건20세기파 두목 변모(28)씨 등 8명을 구속하고, 재건20세기파 부두목 전모(29)씨 등 조직원 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달아난 나머지 6명을 추적하고 있다.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