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 다나, “흔하고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5-11-06 최새봄 기자
[일요서울 | 최새봄 기자] 2015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비전 익스프레스’ 부분에 초청됐고 2015 제5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설지’가 출사표를 던졌다.
영화 ‘설지’(감독 박진순, 제작 영화사 통‧이달투‧미로비젼)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박진순 감독을 비롯해 배우 다나, 강은탁, 이미소까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설지’는 탈북 새터민이면서 아트페인팅이라는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치는 설지가 한국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과 사랑을 배우고 그림을 통해 숨겨진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다나는 “전에는 노래를 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다. 큰 영화든 아니든 마음이 움직이는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설지’가 그런 작품이었다”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흔하고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도 많았다”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가수는 카메라를 보면서 연기하는데 연기할 때는 카메라를 보면 안 돼서 그런 것들에 적응하고 사투리도 익혔다. 다양하고 좋은 경험들을 해나갔다”며 “개봉이 내게는 굉장히 의미가 깊다. 내가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설지’라는 영화는 정말 기억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가수일 때와 배우로서의 달라진 모습을 전했다.
영화 ‘설지’에는 아트페인팅 풍의 밝고 경쾌한 느낌의 벽화들과 강렬한 그래피티 등 수많은 그림 작품들이 등장한다. 설지 속 그림에는 레고, 레녹, 반달, 코마, 킬드런, 하찌, 후디니 등 실제 유명 벽화가 및 팝 아티스들이 참여했다. 또 그림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이야기가 되며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미소는 “실제 그림을 굉장히 못 그리는데 다행히 팝아트라서 손목 스냅을 많이 배워 마치 우리가 그린 것 마냥 그렸다. 연습도 많이 했다”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는 또 “북한 사투리 같은 경우 탈북자 친구에게 한 달 정도 대화도 하고 과외를 받으면서 공부를 했다”며 “어려웠던 부분은 북한 말 그대로 하게 된다면 한국 사람들이 말을 못 알아듣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융화시킬 수 있도록 작업을 했다. 그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미소는 “영화를 찍은 지 2년 반이 됐다. 감독님이 북한인권영화제 때 어머니를 초대해서 시사회를 했는데 역시 어머니, 김부선에게 연기 지적을 받았다”며 “엄마라 그런지 자기 자식에 대해 만족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항상 내가 어떤 연기를 해도 많이 혼나는 편이다. 이번에도 많이 혼났다”고 고백했다.
극 중 청일점 강은탁은 촬영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아름다운 두 분과 작품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촬영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스태프들과 단합도 잘 됐고 굉장히 오랫동안 촬영했던 사람들처럼 막역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촬영이 끝나면 술자리가 정말 많았다. 제주도에서 촬영하는데 매니저가 낚시 마니아다. 다나가 도전해보겠다면서 바다에 나갔다”라며 “그런데 낚시 광이라는 사람은 한 마리도 못 잡고 첫 낚시에 도전했던 다나만 다금바리를 잡아왔다. 정말 신기했다”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박진순 감독에게 영화 ‘설지’에서 헬멧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묻자 “설지가 한국 사회에 살고는 있지만 ‘무엇이 되겠다. 어떻게 살겠다’라는 모습 없이 그냥 살고 있다”며 “또 설지는 헬멧 두께만큼 자신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박 감독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아티스트는 아니다. 설지와 순영이도 한국 사회에 사는데 아직은 덜 익은 초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초보자인 아티스트가 진정한 아티스트로 돼가는 과정을 그려보고 싶었다”면서 이번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영화 ‘설지’는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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