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KBO FA시장…외국인 연봉 급등에 촉각

지난해 630억 쏟아 부어…헛돈 쓴 구단들 속앓이로 전전긍긍

2015-11-02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해의 진정한 승패를 가를 한국시리즈가 마무리됨에 따라 한국프로야구는 이제 선수들의 운명을 나눌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FA시장의 전초전이라 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연봉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자연스레 올 겨울 FA시장 역시 돈잔치가 예상돼 구단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년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구단들이 다시 머니게임에 돌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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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국에도 프로스포츠가 정착하면서 자연스레 FA라는 단어가 등장해 각 구단들의 한 해 농사뿐만 아니라 소속 선수들의 몸값에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체육계뿐만 아니라 특정 기간 동안 한 조직에 속해 활동을 벌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특히 FA를 통해 선수들 또는 연예인들의 몸값이 치솟을 때마다 팬들과 소속 구단들의 기대도 한층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프로야구 FA시장은 주축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 및 일본 재팬리그로 빠져나가면서 몸값만 급등하는 거품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겨울 구단들은 모두 19명의 선수들에 대해 역대 몸값 최고 금액인 총 630억6000만 원을 쏟아 부은 바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를 마친 뒤 각 구단들의 표정은 대체적으로 밝지만은 않았다. 투입한 비용 대비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하면서 급증하는 운영비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A몸값에
울고 웃는 구단들

지난 FA시장을 결산해보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 정도가 활짝 웃었다.
우선 삼성은 지난해 투수 윤성환을 80억 원(4년)에 붙잡았고 안지만, 조동찬을 각각 65억 원, 28억 원(4년간)에 계약했다. 올 시즌 194이닝을 던져 17승8패를 기록한 윤성환은 2004년 프로데뷔 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다승 3위 자리에 올라 몸값을 톡톡히 해냈다.

안지만은 최근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한국시리즈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올 시즌 78⅓이닝을 책임져 평균 자책점 3.38, 단일시즌 개인 최다이자 KBO리그 한 시즌 최다인 37홀드를 수확했다. 다만 조동찬이 시즌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아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가을야구 돌풍의 주인공인 두산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좌완투수 장원준을 4년 총액 84억 원에 데려오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장원준은 올 시즌은 30경기서 169⅔이닝을 던지며 팀의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또 18승을 수확한 유희관과 함께 좌완 원투펀치로 활약해 팀을 ‘좌완 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면서 팀은 정규리그 3위를 확정지었다.

그나마 선수만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LG 트윈스가 팀 성적이 부진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지만 외야수 박용택(4년 50억 원)은 올 시즌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했고 KBO리그 최초 4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했다.

막내팀 KT 위즈도 모기업의 적극적이지 못한 투자 덕분에 빠듯한 주머니에서 내야수 박경수(4년 18억2000만 원)와 박기혁(3+1년 11억4000만 원), 김사율(3+1년 14억5000만 원)을 영입해 시즌 초반 흔들리는 조직력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물론 김사율의 부진이 뼈아프기는 했지만 장시환과 조무근이라는 신예를 발굴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 큰 돈 안 들인 넥센은 FA에서는 큰 성과가 없었지만 지난 4월 8일 이성열과 포수 허도환을 한화 이글스에게 내준 뒤 받아온 투수 양훈이 평균 자책점 1.41이라는 화려한 존재감을 알렸다.

반면 올 시즌 FA농사를 망친 구단으로는 단연 SK 와이번스를 꼽을 수 있다.

SK는 지난해 FA집토끼를 단속하는 데 무려 174억 원을 쏟아 부었다. 내야수 최정은 4년 86억 원, 외야수 김강민 4년 56억 원, 외야수 조동화 4년 22억 원, 내야수 나주환과 투수 이재영은 각각 1+1년 5억5000만 원, 1+1년 총액 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SK는 올 시즌  69승2무73패 승률 0.486을 기록하며 5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가장 높은 몸값으로 돈방석에 앉았던 최정의 부진이 치명적이었다. 그는 올 시즌 81경기에서 타율 0.295 17홈런 58타점에 그치며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 흥행주로 시즌 종반까지 야구팬들의 관심을 이끌었던 한화도 흥행성적에서는 성과를 거뒀지만 FA만큼은 신통치 않았다. 한화는 지난해 권혁과 배영수를 각각 4년 32억 원, 3년 21억5000만 원에 영입했고 송은범을 4년 34억 원에 데려왔다. 하지만 전반기를 이끈 권혁을 제외하고는 배영수, 송은범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다만 3년 8억5000만 원에 잔류한 외야수 김경언은 모범 FA로 평가 받는데 그는 올해 107경기에서 타율 0.337 16홈런, 79타점을 기록하는 등 한화 팬들로부터 ‘갓경언’이라는 칭송을 얻기도 했다.

KIA 역시 팀의 부진한 성적에 FA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포수 차일목(2년 4억5000만 원)은 부진으로 이홍구, 백용환 등 어린 선수들에게 안방마님 자리를 내줘야 했다.

그나마 번외로 계약한 윤석민 정도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윤석민은 미국 무대 진출 1년 만에 지난 3월 친정팀 KIA로 돌아왔다. 4년간 총액 90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의 특급 대우를 받았다. 올해 51경기에서 70이닝을 책임지며 뒷문을 지켰다. 세이브 부문 3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구단마다 명암이 엇갈렸지만 큰 돈 쓴 효과를 제대로 봤다고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물론 각 팀 전체의 분위기나 전력, 코치진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구단주 입장에서 씁쓸할 따름이다. 더욱이 FA몸값이 급등하면서 선수들의 기대는 급증했고 그만큼 구단과 팬들의 실망감도 극대화되고 있어 그 격차를 줄여야 하는 고민도 더해지고 있다.

로저스 베팅에
한·일 구단 눈치작전

이런 상황에서 최근 외국인 선수 연봉이 치솟을 기미를 보여 향후 FA시장도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 매체는 한 야구관계자의 말을 빌어 “로저스가 한화 구단에 엄청난 금액을 제시했다고 들었다. 처음에 한화 구단도 로저스에게 상당한 금액을 내걸었는데 로저스는 그보다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원한다고 했다. 로저스의 계약이 성립될 경우 외국인선수 시장은 또다시 폭등할 것 같다”고 보도했다.

로저스는 지난 8월 6일 KBO리그 데뷔전에 나섰고 정규시즌 종료까지 약 두 달 동안 맹활약을 펼치며 한화의 마지막 불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엔트리에서 한 번 제외되면서 10경기 75⅔이닝을 소화했으나 6승 2패 평균자책점 2.97로 한화 선발진을 이끌었다.

이에 한화는 올 시즌 로저스에게 특급 외국인선수 1년치에 해당하는 연봉을 지급할 정도로 내년 시즌에서도 로저스가 뛰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 로저스는 지난 8월 공식 몸값 70만 달러(약 8억 원), 현지 추정 몸값 100만 달러(약 11억 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문제는 로저스가 시즌 종료 후 2년 600만 달러(약 68억 원)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화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 메이저리그에서 7년을 뛴 로저스는 지난 7년간 약 553만8000만 달러를 벌었다. 만일 한화가 로저스의 계약을 수용한다면 그는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번 돈보다 많은 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여기에는 상당한 몸값 수준에도 이만한 외국인투수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물론 한화 역시 베팅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아직 여러 변수가 남았다. 먼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관심을 표출했고 소프트뱅크 호크스도 관심을 나타내 머니싸움이 격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특히 요미우리보다 소프트뱅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한화 역시 고심에 빠져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삼성에서 뛰던 릭 벤덴헐크를 2년 4억 엔(약 37억6000만 원)에 계약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국인 몸값에 정비례한
FA 과열

문제는 외국인 선수 몸값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선수들의 몸값이 외국인 선수를 따라가고 있다. 과거 10억 원 이상을 받는 외국인 선수가 등장하자 FA시장도 폭등세를 이어갔다. 2011년 겨울 이택근의 4년 50억 원 이후 매년 FA시장은 최고액을 경신 중이다.

올 겨울에는 두산 김현수를 비롯해 김태균, 박석민, 정우람, 유한준, 손승락, 정상호 등이 시장에 나온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은 MLB진출 선언을 하면서 몸값 올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에 이미 몇몇 선수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에 가계약을 맺거나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들릴 정도다.

물론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가 비슷한 성적을 냈다면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한 이치지만 KBO리그가 선수들의 기대치를 반영할 만큼 튼실하지 못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KBO리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세 번째 전성기를 맞고 있다. 얼마 전까지 평일에는 텅텅 비어 있던 야구장은 이제 관중들로 가득 메우며 흥행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구단마다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면서 시즌을 치른다는 점 때문에 늘 취약한 구조에 노출돼 있다. 더욱이 모기업의 절대적 지원이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 매년 늘어나는 운영비만큼 걱정도 늘고 있다.

히어로즈 운영비 놓고
일본계 빅딜

얼마 전 히어로즈가 넥센타이어와의 스폰서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약 100억 원 가량의 지원금을 약속한 제이트러스트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도 취약한 한국프로야구 구단의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히어로즈는 제이트러스트와의 협상이 알려지면서 협상기업이 일본계 대부업체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악화된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지만 기존 구단들이 모기업으로부터 약 150억 원(계열사 광고 제외)을 지원 받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로서는 다음 시즌을 높은 운영비를 부담하는 고척돔구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악조건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때문에 막연히 치솟는 FA몸값보다 건실한 구단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KBO리그는 최근 야구선수들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당장 다음 시즌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더욱이 경제 불황으로 세계경제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급증하는 운영비를 모기업이 책임지는 구조 또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등으로 모그룹이 해체되면서 현대 유니콘스가 사실상 해체되는 과정을 야구팬들이 목격해야 했고 프로배구나 농구에서도 구단 운영이 힘겨워 해체되거나 매각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면서 구단의 건전성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또 언제까지 KBO 흥행이 지속될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만약 KBO리그 인기와 야구붐까지 시든다며 구단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외국인 선수, FA선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면 선수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비롯해 리그 자체도 공멸을 맞이하게 돼 KBO와 각 구단들이 연봉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결단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가 리그와 구단이 돈을 번 만큼 선수들의 연봉에 반영됐다는 점도 향후 성공적인 한국프로야구 문화를 위해서 눈여겨볼 사항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