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허준영 자유총연맹 회장 연임 노림수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보수단체의 맏형’으로 불리는 한국자유총연맹이 시끄럽다. 최근 1년반 동안 두 명의 회장이 잇달아 구설수에 오른 뒤 허준영 체제가 들어섰다. 허 회장은 지난 2월25일 새 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에 나서 총 371표중 181표를 받아 당선됐다.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내심 당선되기를 바랐던 후보가 낙선하면서 선거 후유증은 여전하다. 특히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가 나서 현 ‘직선제’ 회장 선출방식을 ‘추천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전체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직선제’를 유지시켰다. 행안부에서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지만 허 회장은 ‘20대 총선 출마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자총 회장 연임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서슬 퍼런 박근혜 정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허 총장의 속내를 알아봤다.
- “20대 총선엔 안 나간다” 2017 대선에서 역할 자청
- 감독기관 행자부 “직선제 폐지”에 허 회장 “정관 유지”
‘서청원 대표 지지했던’ 당선 공신 ‘팽’시켜
청와대가 내심 당선되기를 원했던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허 회장은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허 회장은 자신을 당선시키는 데 일조한 참모들을 하나둘씩 제거하고 ‘자기사람’으로 부회장 및 이사회를 구성했다. 허 회장 당선 공신으로 대표적인 인사가 이영수 KMDC 회장과 우종철 전 사무총장이다.
우 전 사무총장은 자총이 추진했던 제4이동통신과 관련한 비리행위가 있다며 직무정지에 이어 해임시켰다. 하지만 우 전 사무총장은 해임통보 후인 1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사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해임이라고 밝히면서 “자신은 제4이동통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지난 선거에 허 회장을 지지했던 중앙이사 6명과 제4이동통신 관련 업체 사장 등 7명이 공모해 자신을 모략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 전 사무총장은 허 회장의 불법선거운동 의혹도 제기했다. 우 전 사무총장은 허 회장이 사전선거운동을 벌이고, 선거 전에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과 우 전 총장은 지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후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허 회장은 선거공신들을 내치고 임시총회를 통해 자기사람 심기에 박차를 가했다. 허 회장은 올해 9월 부회장 10명과 중앙이사 6명 등 임원 16명을 선임했다. 신임 부회장으로 임재홍 UN전자정부 대사, 이철규 전 경기경찰청장, 이용광 전 제3군단장, 김영숙 전 덕성여자 중학교 교장, 이명선 코리아에듀홀스 회장, 김영대 대흥장학재단 회장, 신지윤 현성래드 대표이사, 임상규 경인제약 회장 등을 임명했다. 중앙 이사 6명 역시 철저하게 자기의 말을 듣는 최측근 인사를 전진배치했다.
또한 기존 회원 150만 명에서 300만 회원 시대를 선포했다. 자총은 △대한택견연맹 회원(100만 명)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원(30만 명) △한국장애인농축산기술협회원(8만 명) △대한민국예비역부사관총연합회원(6만명)의 단체가입을 추인하기로 했다. 기존 회원이 150만 명이었던 자유총연맹은 이번 단체가입에 따라 회원 수가 300만 명을 넘게 됐다. 한 발 더 나아가 허 회장은 2017년 대선전까지 ‘1000만 회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행자부, “돈도 훈포장도 보류하겠다” 압박
허 회장의 ‘연임’을 위한 자기사람 심기와 회원 배가 운동은 집권여당을 긴장케 만들기에 충분하다. 자총은 보수단체의 ‘맏형’격으로 회원수만으로도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변단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감독기관인 행정자치부에서 자총 손보기에 나섰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자총에게 현 직선제 정관을 ‘추천제’로 바꿀 것을 종용했다.
아울러 허 회장이 ‘간선제’ 제안을 거부할 경우 하반기에 지급되는 교부금과 자총에 할당된 훈포장을 보류하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감독기관의 이런 종용에도 불구하고 허 회장은 전체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직선제’ 정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허 회장은 사석에서 “내가 청와대에서 미는 후보도 이긴 인물이다”며 “차기 대선에 나갈 후보는 나와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다”고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는 후문도 있다. 또한 허 회장은 2번 총선에 나서 2번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선 출마를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총선보다는 내후년 대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총 한 관계자는 10월29일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허 회장이 1년 하려고 나선 게 아니다”며 “총선보다는 내후년 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에서 출마한 것으로 1년 내내 표를 갈아 내년 2월 선거에서도 당선될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한 행자부와 갈등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마찰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교부금이나 훈포장을 행자부에서 안 줄 경우 그 자체가 불법이라서 이미 5억8천만 원이 입금됐고 훈포장도 좀 줄일 수는 있지만 전혀 안 줄 수는 없다”고 전했다. 다만 감독기관인 행자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데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청와대에서 추천한 이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고령의 나이에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중정에 근무해 ‘B.H 하명설’이 돈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너무 나이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 지원설’에 대해서도 이 인사는 “지원한다는 말은 돌았지만 사실인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자총이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면 안 된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허 회장이 사석에서 특정 대권 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거침없이 밝히면서 김무성 대표 역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이 들어선 이후 자총내 반대진영에서는 1인시위를 통해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의 뜻을 거슬러 허 회장을 당선시켰다’는 주장을 하면서 김 대표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자총 ‘허준영 체제’로 특보 최측근 앉혀
허 회장은 최근에 회장 비서실장 겸 특보를 최측근으로 앉히고 자유통일연구소 임원들까지 자기사람으로 심으면서 ‘허준영 체제’로 확실하게 변모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회장 보궐선거에서 검찰에 불법선거운동으로 고발당했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옭아매던 족쇄도 반쯤 풀린 상황이다. 바야흐로 내년 초로 다가온 허 회장의 연임을 위한 행보가 성공할지 실패할지 여권에서는 벌써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