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쿠팡맨 사칭 사건 풀스토리

‘혼자 사는 여자들 주소 다 적고 있다’…진실은

2015-11-02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소셜커머스 쿠팡(대표 김범석)이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이용자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한 일베 이용자가 자신을 ‘쿠팡맨’이라고 밝힌 뒤 “혼자 사는 여자들 주소를 다 적고 있다. 일 그만두면 새벽에 찾아갈 것”이란 글을 올린 것이다. 쿠팡맨을 사칭한 남성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쿠팡이 입은 타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이 같은 온라인 악성 글로 인한 논란이 처음이 아니다.

“퍼지는 순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파장
 장난 밝혀진 뒤에도 불안감·이미지 타격 커

자신을 쿠팡맨이라고 밝힌 일베 이용자 A씨는 “나 현직 쿠팡맨이다. 퇴근은 8시에 해서 돈 쓸 곳은 없다. 쿠팡 이용하는 여자들이 많아서 혼자 사는 여자들 주소를 다 적고 있다. 일 그만두고 새벽에 찾아갈거다”는 글을 일베 게시판에 올렸다.

또 A씨는 댓글로 “다른 데에 이 글 퍼질거다”는 내용이 게시되자 “퍼가라 해. 잘리는 순간 퍼간 사람들도 돈 몇 만 원 들더라도 신상 찾아서 칼로 갈기갈기 찢여 죽일거니까”는 답글을 남겼다.

A씨가 쓴 글은 다른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로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특히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불안하다”며 쿠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복수의 소비자들은 “고객 정보를 범죄에 이용한다니 소름끼친다”며 “정말 쿠팡맨이 글을 쓴 거라면 쿠팡은 저 사람을 해고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또 여성 소비자들 중에는 “이제는 쿠팡을 이용할 때 아빠 아이디를 이용하고, 문 앞에 놓고 가라고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A씨의 게시글이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쿠팡 이용자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자 쿠팡은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쿠팡 측은 “확인되지 않은 신원미상인이 쓴 쿠팡맨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들께 불안감을 조성시키고자 하는 악의적인 글이 유포됐다”며 “자사는 신속한 신고조치를 통해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의 대응이 알려진 후 A씨는 직접 쿠팡 콜센터로 전화해 자수했다. 쿠팡에 따르면 A씨는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쿠팡맨을 사칭해 허위 글을 올렸다”며 “장난으로 한 것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고 밝혔다.

현재 A씨의 신원정보는 경찰에 인계됐으며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일베가 뭐길래

이번 쿠팡맨 일베 논란은 쿠팡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쿠팡이 입은 타격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쿠팡맨은 쿠팡의 기업 가치 성장의 핵심전략이다. 쿠팡은 쿠팡맨 서비스를 시작 한 뒤 소비자들로부터 ‘친절하고 빠른 배송’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이번 논란은 진위여부를 떠나 불안감을 샀다는 것만으로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하는 쿠팡 이용자들이 있다. 정말 이번 논란이 쿠팡과는 무관한 제 3자의 행동인지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는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논란이 일베와 관련된 것이어서 쿠팡의 이미지에도 손상이 갔다.

일베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와 광주민주화 운동과 그 희생자들을 비하하는 등의 행동으로 수차례 논란이 돼 온 커뮤니티 사이트다. 때문에 재계 내에서도 일베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들이 벌어질 때마다 기업 전체가 함께 질타의 대상이 됐다.

일례로 네네치킨은 故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합성사진으로 일베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또 채용정보 제공사이트인 잡코리아 역시 네네치킨 채용 공고문을 올리는 과정에서 일베 출처의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방송사 SBS도 여러 차례 일베 이미지를 사용해 질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논란과 유사한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악재가 쿠팡에 잇달아 닥치고 있다는 점도 쿠팡을 위협하는 요소다.

쿠팡은 지난 9월 “쿠팡 직원이 과로 탓에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찌라시가 유포돼 곤욕을 치렀다. 이는 경쟁업체 직원이 허위 사실을 배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해 김범석 쿠팡 대표는 “추후 온라인상에서의 직원 사칭,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한 확산 등을 통해 고객에게 불안감을 조장하고, 당사 직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하게 엄정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