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롯데家 경영권 분쟁 소송
“정당한 권리”vs “불순한 의도가 목적”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동빈 형제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양 측의 갈등이 경영실패 폭로전으로 번진 만큼 첫 재판의 쟁점은 ‘회계장부 열람 적법 여부’가 됐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은 “부실 내역을 파악하고 감독하기 위한 회계장부 열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경영진을 압박하고, 경영권에 복귀하려는 전략”이라고 맞선다. 이에 [일요서울]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포인트를 짚어봤다.
소송 제기 절차·회계장부 열람 놓고 공방 치열
재판부 “이미 나온 내용…심문기일 한 번 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쇼핑을 상대로 낸 소송은 첫 재판부터 치열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재판에는 양측 대리인들만 참석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리인은 김수창(사법연수원 11기) 양헌 변호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 롯데쇼핑 대리인은 이혜광(사법연수원 14기) 김앤장 변호사가 맡고 있다.
재판 시작과 동시에 양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소송 제기 절차상 문제’로 공방을 펼쳤다.
우선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이 대표이사로 근무 중인 회사에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상법상 이사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감사가 회사를 대표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은 대표이면서 주주다. 주주 자격으로 신청한 것이라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조용현)는 “신격호 총괄회장 건은 당사자 표시 정정을 통해 대표자를 감사로 바꿔 재신청하라”며 “이번 심리는 신동주 전 부회장 한 명의 신청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실패? 업계 문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회계장부 열람의 적법 여부’를 놓고도 양측은 날 선 대립을 이어갔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롯데쇼핑의 중국 주요 종속회사의 누적 손실이 1조 원을 넘었다”며 “롯데쇼핑 해외 사업의 심각한 부실로 경영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사업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5549억 원에 달하는 등 지난 4년간 총 1조 원 이상임을 지적했다. 공개되지 않은 회사 등을 포함하면 전체 손실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부실내역을 파악하고 감독하려면 회계장부 열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주주로서 볼 권리가 있으며,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발견하는 부실 자료들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향후 대응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이 경영진을 압박해 경영권에 복귀하기 위한 전략이다”고 맞섰다. 주주로서가 아닌 개인적인 이익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호텔롯데 상장과 면세점 사업권 등에 타격을 주는 것으로 상대방을 압박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며 “상법 상 주주가 악의적인 목적으로 부당하게 회계장부를 열람해 다른 주주와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에는 열람 및 등사 등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진출을 결정한 사람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다”면서 “손실은 유통업의 구조적 특성과 내수 침체 등의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마트 부문에서 손실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나 롯데만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이 같은 문제를 쟁점화 하는 의도가 불순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 것도 대비해 회계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 이미 언론에 나온 내용만 다뤄진 것 같다”며 “요구사항이 특정되지 않거나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것을 보충해 12월 2일 오후 4시에 한 차례 더 심문기일을 열겠다”고 알렸다.
해임 무효 소송은
롯데그룹 집안에서 벌어진 소송은 이외에도 두 건이 더 진행 중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 회계장부 열람 신청과 함께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와 롯데호텔 부산을 상대로 이사 해임에 관한 손해배상을 제기했다.
또 일본 법원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해임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신 전 부회장은 본인과 부친에 대한 해임이 부당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사직 복귀는 물론 해임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정당한 결정이다”고 반박한다.
롯데그룹 측은 “신 전 부회장이 임원으로 있을 당시 17년 동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사로서 의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 사유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일본 법원에서 진행될 재판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이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 결정 이유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 이유를 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