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 국고 보조금 횡령검은 커넥션
“120억원 지원받아 돈 세탁 후 중앙협회에 올려 보냈다” 의혹
2011-07-19 윤지환 기자
횡령 사건으로 검찰 수사 아홉 번 그러나 모두 무혐의
경찰에 긴급체포 당하고도 2시간 만에 풀려나 배후 세력 의심
법인카드 이용해 여직원과 돈 빼돌린 정황 포착
윤지환 기자 = 한국야생동식물보호관리협회(보호협회) 임직원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협회가 국고 보조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경기도 광주경찰서는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협회 임직원들의 비리혐의가 포착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지난 5월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협회 내부에서 폭력사태가 발생,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협회 임직원들의 업무상 횡령, 배임, 야생동식물보호법 위반, 사기 등 각종 범죄사실을 포착했다. 당시 경찰은 협회 간부 7, 8명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협회는 돈, 비리,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내부개혁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은 보호협회가 매년 11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는 점을 감안해 협회 관계자들이 각종 명목으로 상당 액수의 운영자금을 횡령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지난 3월 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환경부와 지자체 공무원 등 수십 명의 이름이 적힌 ‘명절 관리 명단’을 확보, 금품 로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였다.
이 협회는 대한엽도협회, 대한수렵관리협회로 운영되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환경부 법정단체로 등록됐다. 경기도 남양주에 본부를 두고 있고 전국에 10개 지부 154개 지회에 300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보호협회와 관련된 의혹을 살펴보면 협회는 2000년부터 지원된 국고보조금 중 110억 원을 장부에 기재하지도 않았고 협회 간부 A씨가 부인 명의로 토지를 구입하기도 하는 등 내부 횡령실태가 심각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단체를 지원하는 정부기관이 이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거나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지난 2000년부터 연간 4억 원~11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협회는 자금 사용내역을 장부에 기재하지도 않은 채 유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자금 지원 중단 등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비리 실태
보호협회는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으며 국고를 빼돌린 사실이 내부제보를 통해 관계기관에 진정이 되었지만 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그때마다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협회의 한 인사는 “협회의 비리 인사들은 문제가 불거지면 인맥과 금품을 활용해 사실을 은폐했다”며 “검찰과 경찰 등에 이런 실태를 여러 번 알렸지만 매번 수사가 허무하게 종결됐다”고 한탄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9년간 A씨는 환경부에서 받은 보조금 내역을 기재하지 않다가 협회의 김모씨가 이 문제를 제기하자 2009년부터 그 내역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협회 인사는 “협회는 보조금 사용 내역을 뒤늦게 공개하고 있지만 협회 고위인사들은 국고지원금을 지출하면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고 마치 개인 돈처럼 사용했다”며 “심지어 그 돈으로 부적절한 사생활에 이용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경찰에서 A씨에 대한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으나 혐의에 이번 국고 지원금 횡령은 빠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그동안 이를 묵인한 환경부 내 협회 담당자와 협회 내부의 문제 인사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당발 인맥 로비 의혹도
보호협회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국고 보조금 120억 원을 지원받아 각 도 10개 지부에 돈을 내려 보낸 뒤 이 돈을 세탁해 다시 회수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또 협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A씨가 법인카드로 특정 주유소에서 사용한 것처럼 꾸며 한 달에 한 번씩 수금하고 태릉사격장 수익금을 같이 근무하는 여직원과 빼돌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또 인천공항 유해조류 퇴치목적으로 수렵인에게 1인당 100여 만 원씩 받은 뒤 수렵인을 고용해 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전에서 까치 등 유해조수 퇴치 명목으로 1마리당 3500원 받아 1000원 빼고 2500원씩 엽사에게 지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간부진들도 카드를 개인 목적으로 사용해 지금까지 횡령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아홉 번 씩이나 받아 왔으나 모두 무혐의로 빠져나왔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비리를 저질러 왔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매번 무혐의 결과 뿐”이라고 허탈해 했다.
또 이 관계자는 “특히 A씨는 최근 긴급 체포됐으나 2시간 만에 풀려났다. 이후 경찰 수사를 지능적으로 방해해 수사를 지연되기도 했다”며 “A씨와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특정 방송사가 A씨를 돕고 있다.
타 방송사는 일관되게 A씨의 혐의를 보도했는데, 특정 방송사만 A씨는 문제없어 보인다는 내용으로 방송을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 수사가 시작되어 혐의사실이 확실히 드러나 A씨의 횡령금액까지 나왔지만 A씨는 수사에 응하지 않고 피해다녔다”며 “그러나 문제의 방송사는 경찰이 A씨에 대해 강압수사를 한다고 보도했다”고 분개해 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그동안 협회에 대한 각종 투서와 제보로 인해 검찰, 감사원 등으로부터 20여 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았으나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협회에서 해고된 특정인이 앙심을 품고 모함하는 것으로 앞으로 강력히 법적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또 앞서 발생했던 폭력사건에 대해 “지난해 해고된 지부장이 인수인계에 필요한 서류를 내주지 않아 협회 사무국장, 지회장 등 10명이 인천경기지부 사무실을 방문한 것으로 약간의 실랑이만 있었을 뿐 폭력사태는 없었다”며 “폭력배를 동원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