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과 악연 쌓여 최대 라이벌 관계로

김무성-최경환 애증의 세월

2015-10-26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관계를 얘기할 때 흔히 “애증의 세월을 교차해 왔다”고 한다. 김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정치를 하면서 인연과 악연이 쌓였고, 지금은 여권 내 최대 라이벌이 됐다.

두 사람은 원래 ‘원조 친박’이었다. 김 대표는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친박계와 공천 룰, 나아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비박계의 리더가 됐다. 반면, 최 부총리는 조만간 여의도에 복귀하면 친박계의 구심점으로서 김 대표와 크게 부딪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직면해 있다.

일단 지역적으로 두 사람은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김 대표는 PK(부산·경남)의 정치리더로서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사실상 실각한 유승민 의원의 뒤를 이어 TK(대구·경북)의 정치 리더로 급부상한 상태다.

김 대표와 최 부총리는 이미 몇 차례 크게 충돌한 적이 있다. 김 대표가 당권을 잡은 지난 해 7·14 전당대회 때였다. 당시 최 부총리는 친박계 대표주자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만해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TK를 규합했다. TK지역의 PK에 대한 경쟁의식도 작용했다고 봐야한다.

최 부총리는 이후 사내유보금 과세 같은 경제 정책을 둘러싸고 김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앞서 2013년 5월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그 때 경선에 출마한 최경환 후보는 여당에서 세력을 넓혀가던 김무성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최경환 후보와 맞섰던 이주영 후보(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경쟁적으로 김무성 의원에게 ‘SOS’를 쳤다.

당시 경선과정에선 ‘김심(金心·김무성의 의중)’ 논란까지 일어날 정도로 김무성 의원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결국 최경환 후보는 승리를 거뒀지만 김무성 의원이 측근 의원들에게 ‘최경환지지’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최 부총리로선 앙금이 남아 있을 만한 일이었다.

한때 두 사람의 관계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새해 예산안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국회에서 법정 처리시한 안에 처리된 지난해 12월 2일 밤에 일어난 일은 정가의 화제가 됐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직후 원내지도부와 국회 예결위 소속 의원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김 대표는 비서실장인 김학용 의원에게 “최 부총리께서 아직 국회에 계시면 모시라”고 지시했다. 김 의원의 연락을 받은 최 부총리는 “다른 저녁 약속이 있지만 잠시 들렀다 가겠다”며 흔쾌히 응해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의 그런 모습은 큰 꿈(대권)을 꾸고 반대파도 끌어안는 광폭행보의 일환으로 비쳤다.

그러나 지금은 두 사람에게 협력의 길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공천 룰 전쟁이 시작된 데다, 내년 4·13 총선 이후에는 어차피 대권경쟁에 불이 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무성-최경환 대치전선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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