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킹 메이커 복귀 임박 ‘친박 최경환’

친박-무대계 연말 일전 초읽기

2015-10-26     류제성 언론인

예산안 처리 후 여의도로…‘김무성 대항마 찾기’ 역할 부여
유승민 탈락한 TK 리더, 친박 구심점으로 공천전쟁 지휘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의 내년 4·13 총선 공천전쟁에 대비해 친박(親 박근혜 대통령) 진영 장수(將帥)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특히 행정부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돕던 중진들이 속속 여의도 정치에 합류하면서 김무성 대표 진영과의 일전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이미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유일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로 복귀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윤상현·김재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친박계 핵심들로, 모두 강성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친박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 홍문종 의원 등으로선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한 셈이다.

이들의 복귀가 친박 전열정비의 끝이 아니다. 화룡점정을 찍게 될 인물이 남아 있다. 초읽기에 들어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여의도 정치 복귀다. 아직 내각에는 최 부총리 외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3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남아 있다. 황 사회부총리는 국정교과서 파동 마무리를 위해, 김 장관의 경우 후임 인사를 찾지 못해서 교체가 미뤄졌다.

일단 잔류한 3인 가운데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단연 최 부총리다. 경북 경산-청도의 3선 국회의원인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부터 정부 경제팀을 이끌었다. 경기부양을 핵심 과제로 삼은 ‘초이노믹스’(choi+economics)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가 새누리당에 복귀하면 친박계의 신(新)좌장으로서 계파 결집을 핵심 과제로 삼는 ‘초이폴리틱스’(choi+politics) 전략에 집중할 전망이다.

“내년 총선 재출마 하겠다”

최 부총리는 이미 내년 4·13 총선에 재출마하겠다는 뜻을 박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10월 초 이병기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의 총선 출마 의사를 점검하던 시점이었다고 한다. 최 부총리는 10월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때 야당 의원이 재출마 여부를 묻자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하실 분들이 많다”고 말해 경제부총리 퇴진 후 정치권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렇다면 친박계 신 좌장의 귀환은 언제쯤 이뤄질까. 현재로선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과 총선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 14일 사이가 가장 유력하다. 최 부총리의 핵심 측근 A씨는 “현재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본격 심사하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위치에서 예산안을 놔둔 채 물러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최 부총리로서도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예산안 통과까지는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 룰 경쟁이 치열한 데다, 청와대 주변에서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에 이은 외교안보라인 후속 개각 소문이 나도는 만큼 최 부총리가 의외로 빨리 여의도에 복귀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최 부총리가 정치권으로 돌아오면 여권 전체의 세력지형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변화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전망된다.

첫째, 박근혜 정부의 산실(産室)인 TK(대구·경북) 정치권에 당장 ‘최경환 효과’가 생긴다. 일선 정치인 시절 TK 세력을 장악했던 박 대통령이 청와대로 입성한 이후 한동안 TK의 리더는 유승민 의원이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사실상 날개가 꺾였다. 오히려 파동 당시 유 의원 입장에 섰던 대구의 초선 7명은 공천학살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만일 최 부총리가 복귀해 이들을 감싸안는 통 큰 모습을 보이면서 재선급 이상도 포용한다면 단번에 TK(대구·경북) 정치권의 간판으로 등극할 수 있다. 더구나 친박계에선 20대 총선의 공천 룰에 전략공천을 가능토록 하자는 입장이어서 이 주장이 관철되면 TK지역의 새누리당 공천 구도에도 최 부 총리의 입김이 작용하게 된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대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가거나 일반국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70% 이상으로 대폭 늘리면 친박계가 공천에 개입할 방법이 별로 없어진다. 하지만 전략공천의 여지가 생기면 청와대가 TK지역 현역 물갈이를 시도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이 경우 최 부총리가 새로운 인물을 심거나, 현역 의원에게서 충성맹세를 받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다.

최경환 귀환의 두 번째 효과는 ‘친박계 결집“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지역을 장악하면 친박계 전체의 구심점으로 우뚝 서는 전초기지가 된다. 현재 친박계는 뚜렷한 구심점 없이 사분오열된 상태여서 김무성계와 힘겨운 공천 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만일 ‘최경환’이라는 확실한 중심이 생기면 친박계를 이탈했던 의원들의 복귀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 복귀 시점에 친박계와 김 대표가 총선 공천, 나아가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를 둘러싸고

크게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 B씨는 “최 부총리가 돌아오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공천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큰 파열음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이끄는 친박계와 김무성계가 부딪치면 차기 대권구도와 관련해 그동안 친박계 일각에서 제기됐던 ‘김무성 불가론’의 불씨가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귀환의 세 번째 효과다. 현재 정가에선 박 대통령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김무성 대항마’로 키우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B씨는 “최 부총리가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을 읽어가면서 차기 주자를 물색해서 무게를 실어 주는 이른바 ‘킹메이커’ 역할도 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직접 차기대권 노릴 수 있다”

특히 내년 4·13 총선 결과에 따라 여권의 차기 대권구도가 출렁일 수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총선 뒤 수도권에선 4선, 5선 의원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 외에) 충분히 대권주자가 나올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정무특보였던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대안은 충청에도 있고, 영남에도 있다”고 한 말에서 더 나아가 수도권까지 포함시킨 셈이다.

결국 김무성 대표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러 새누리당이 패배하면 김 대표는 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 경우 최 부총리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끌면서 ‘김무성 대항마’를 물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새누리당이 승리하더라도 총선 후 김 대표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는 만큼 최 부총리가 당권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선에 내세울 친박계 후보를 낙점하고 띄우기 위해서다.

이 과정이 여의치 않으면 최 부총리가 직접 차기 대권주자로 뛰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 부총리의 또 다른 측근 C씨는 “우리를 자꾸 킹메이커 역할에만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 한국정치의 역동성을 감안하면 차기 대권구도가 어떻게 짜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면 4선 국회의원이 되는 최 부총리가 직접 대권 꿈을 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기대 섞인 관측보다는 최 부총리가 이번엔 킹메이커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최 부총리가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강력한 권유가 없으면 당장 대권주자로 부상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포스트 박근혜’ 구도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 부총리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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