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칠전팔기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

브랜드숍 신화→위기→유럽진출…다시 극복?

2015-10-26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이 이끄는 ‘미샤’가 본격적으로 유럽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서 회장의 삶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독일, 스페인 등에 미샤 단독 매장을 열고 유럽시장 진출에 나섰다. 이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샐러리맨 출신의 오너란 점도 눈길을 끈다. 서 회장은 피죤 출신이다. 더욱이 실패와 성공을 반복해서 겪고 있는 오뚝이형 오너란 사실도 미샤의 유럽진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피죤 연구소 출신 오뚝이형 오너
화장품 본고장에 도전…기대 높아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은 지난 2월 국내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입성했다.

서 회장이 처음 입성한 유럽 시장은 독일 잉골슈타드다. 유럽 최대 규모의 화장품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독일에 에이블씨엔씨가 운영 중인 ‘미샤’ 단독 매장을 연 것이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독일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51억8000만 달러(약 16조7000억 원)로 세계 5위, 유럽 1위에 올라 있다.

이어 최근에는 스페인의 수도 바르셀로나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코트라에 따르면 스페인은 연간 화장품 시장 규모가 64억 유로(약 8조2000억 원)로 유럽에서는 5위에 올라있다. 또 스페인의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2010년 25만 유로에서 2014년 261만 유로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에이블씨엔씨의 스페인 진출은 서유럽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서 회장은 미샤 매장을 러시아,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진출해 온 바 있다. 동유럽 진출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을 시작한 셈이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화장품 본고장인 유럽에서 품질로 승부해 반드시 성과를 보이겠다”며 “유럽에도 한국 화장품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비야와 마드리드에 숍인숍(매장 안에 매장을 입점 시키는 형태) 매장도 열어 스페인에서 총 3개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내 중저가 화장품의 수요가 커진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페인은 불경기를 겪으면서 중저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한국화장품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중저가 화장품 회사들의 유럽 진출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진 평가 벗어나나

서 회장의 행보가 관심을 받으면서 그의 인생도 주목을 받고 있다. 샐러리맨 출신이란 사실과 더불어 오뚝이형 회장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피죤 중앙연구소에 입사해 4년여간 화장품을 연구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그는 1993년 말 사표를 낸 뒤 방향제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도전의 결과는 실패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서 회장은 1996년 ‘엘트리’란 회사를 세우고 ‘잎스’란 브랜드를 만들며 포기하지 않았다. 이 때 온라인 마케팅에 눈을 떴고, 2000년 ‘미샤’를 선보였다.

미샤는 등장과 함께 브랜드숍 시대를 여는 신화가 됐다. 당시 미샤는 ‘33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정책을 내세우며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의 시대를 열었다. 미샤는 출범 4년 만에 매출 1000억 원 돌파란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성장으로 서 회장은 지난해 6억38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위기와 고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를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으로 만든 미샤가 국내에서 부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미샤는 최근 경쟁 브랜드와의 각축전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성장의 한 축이 된 파격 세일은 미샤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업계 내 과열경쟁 양상이 돼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매출을 내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여기에 오랜 기간 히트 상품이 부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샤의 히트상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2007년 ‘M 퍼펙트 커버 BB크림’과 후속 제품인 ‘M 시그너처 리얼 컴플릿 BB크림’, 한방화장품 고가 라인, 2011년 출시된 시그너처 바이브레이팅 마스카라 등이다.

또 2012년 명품 화장품과의 대결을 선언한 에센스, 아이크림 등이 이슈를 만들며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표작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경기 불황 지속, 소비 위축 분위기, 경쟁 브랜드 증가 등 외적 상황도 서 회장을 위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속 브랜드인 ‘어퓨’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샤는 인수합병설(M&A)에 휩싸이기도 했다. 때문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미샤의 영광이 저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 서 회장의 실패를 논하기는 이르다. 과거 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미샤를 만들었듯이 미샤의 위기도 한 차례 극복한 바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2003년 말 경쟁 브랜드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자 파격적인 할인마케팅, 비비크림 등 대표 제품을 만들어냈다. 해외 사업을 위해 자리를 비우다가 국내 경영에 복귀함과 동시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 결과 서 회장은 2009년 1800억 원, 2010년 2500억 원, 2011년 3000억 원 돌파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몇 번의 위기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회장님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 시장 진출이 본격화돼 서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다시 한 번 기대가 높아졌다. 위기와 극복을 반복해온 서 회장이 또다시 업계에 파란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