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행우회 ‘제 식구 챙기기’
11개 은행 퇴직자 특혜 지원…출자사엔 일감 몰아주고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은행 퇴직 임직원들의 친목을 위해 결성된 ‘행우회’가 비리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은행 산하 업무를 대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청소, 건물관리, 경비, 콜센터 등 보조 업무를 담당하면서 영세, 중소업체들의 입찰 기회조차 빼앗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수천억 원의 일감을 몰아받아 특혜 논란도 뜨겁다. 이에 따라 매번 국정감사 때마다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혜성 논란…최근 5년간 6049억 원 몰아줘 국감서 지적
관계사 “큰 금액 사업은 경쟁입찰 통해 문제 없도록 하겠다”
전국 11개 은행들이 자사 출신 퇴직 임직원 모임인 행우회가 설립한 회사에 최근 5년간 6000여억 원의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성’ 지원을 해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행우회 출자회사들은 은행 퇴직 임직원들의 숨은 낙하산 자리가 되고, 해당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당한 내부거래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은행의 행우회 운영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KEB하나(옛 외환은행 포함)·산업·우리·신한·SC 등 6개 시중은행과 대구·경남·광주·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이 자사 행우회에서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와 거래한 규모는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총 6049억 원에 달했다.
IBK기업은행은 행우회가 1986년 설립한 IBK서비스에 지난 5년여간 약 1124억 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줬다. 수지 IT센터 건물 종합관리용역(지난해 10월, 14억4200만 원), 충주 연수원 건물 종합관리용역(지난해 11월, 23억2300만 원), 지점 시설관리용역(올해 2월, 16억1900만 원) 등 10억 원 이상 프로젝트를 거의 독식했다. 이들 계약은 모두 수의다. 해당 기간 동안 IBK서비스의 연 매출액은 300억 원 내외, 당기순이익도 5억~15억 원 사이의 안정된 실적을 올려왔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의 경우 현직 임직원들이 출연한 법인이 출자한 우리P&S가 매년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대 이상의 경비 업무를 수의계약하고 있다
이어 ▲KEB하나은행(두레시닝·외향산업) 1644억 원 ▲산업은행(두레비즈) 640억 원 ▲우리은행(우리P&S) 519억 원 ▲신한은행(신우리·신한서브) 349억 원 ▲SC은행(우행TMS) 50억 원 순이다.
4개 지방은행 중에선 대구은행이 대경TMS와 222억 원을 거래해 가장 많았다. 대경TMS는 박인규 현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대구은행 부행장 퇴임 이후 2012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회사다. 이어 ▲광주은행(광은비지니스) 107억 원 ▲전북은행(전은산업) 56억 원 ▲경남은행(경은시스템) 25억 원 순이었다.
민 의원은 “은행들이 자사 행우회가 설립한 출자회사와 거래하는 것은 해당은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당한 내부거래를 할 위험이 있고, 은행들의 숨은 낙하산 자리가 되고, 특히 상당수 거래가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있어 특혜성 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배임 혐의 법적 대응 시사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공공 성격은 물론 민간 은행이라 할지라도 행우회와 퇴직 직원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불공정한 거래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 가격의 거래라는 점에서 은행들의 배임 행위로 볼 수 있다. 금소원은 이에 대한 법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행우회 설립 회사들 대표나 임원 대부분이 당행 출신이다. 현직 직원들에게 퇴직 후 낙하산으로 내려갈 희망을 주는 셈이다. 더불어 법인 이익의 대부분이 다시 전현직 임직원들에게 돌아간다. 굳이 행우회가 나서서 이 같은 관행을 바꾸려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편 행우회 설립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던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지적 대상 은행 관계자들은 “올해부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할지라도 금액이 큰 사안에 한해서는 경쟁입찰을 적극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규정을 바꿔 경비업무 관련 행우회 출자 기업 점유율을 35%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자 직전 해인 2013년만 해도 121억 원에 달했던 계약 금액은 지난해 말 61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수의계약인 것만큼은 여전하다.
민 의원은 “은행이 거래하는 행우회 출자회사에 대해 감독당국에 전면적인 조사는 물론 행우회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