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상이군경회 비리 의혹 보도 직후 경찰 상군 전격 압수수색

2011-07-05     윤지환 기자

청와대, 경찰에 보수단체 강력수사 하명 내막

[윤지환 기자] =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28일 대한상이군경회(상군회) 중앙회의 서울 여의도동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상군회의 임직원 비리가 심각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이군경회 임직원 1명 이상이 수익사업 과정에서 수억 원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아 회장 집무실을 포함한 중앙회 서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 호<제 890호 참고>를 통해 상이군경회 비리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부분은 보도 내용 중 폐변압기 관련된 부분이다. 상군회의 비리 의혹은 이뿐 아니다. 상군회 고위 인사가 검침사업과 관련해 이중계약으로 거액을 챙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특수과 상군 중앙회 전격 압수수색
“정치권 인사 연루 정황 있다”
청와대 등 돌린 보수에 복수의 칼 겨눴나 상군 비리 수사에 야권 초긴장 이유
수십 개의 사업 하청업체 분배 과정에서 비리 만연 썩어가는 상이군경회


상군회의 고위 인사인 정모씨는 상군 내 여러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 호에서 「정씨는 2010년 3월 한전 폐변압기 사업과 관련해 김포 한전폐변압기 처리사업소장이 상군회에 조직발전기금 명목으로 납부한 수수료 7억5600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상군측 인사에 따르면 정씨는 이 돈을 장부상으로 김포사업소에 반제(返濟)처리한 것으로 하고 상군회의 여러 간부들과 나눴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상군회 부회장은 정씨에게 책임을 물었고 이 과정에서 상군회장도 이를 알게 됐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상군회 측은 이 사건을 조용히 덮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부분은 이 보도 내용과 일치한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압수수색 당일 오전 10시께 수사관 8명을 파견해 약 2시간 동안 2~3박스 분량의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상이군경회는 전봇대에 설치된 변압기 중 노후화돼 폐기가 불가피한 물량을 수거한 뒤 폐품 업자에게 되파는 사업권을 확보, 다른 업체에 하청 주는 방식으로 운영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도주 중인 중앙회 직원 1명이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돈을 받은 정황이 두드러진 가운데 관련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수익사업을 특정 하청업체에 배당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업체에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가로챘는지 여부는 자료 분석 및 혐의자 소환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중앙회 외에 여타 지방 지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끝없는 비리 핵심은 잠적

[일요서울]이 추적한 바에 따르면 아직 상군회에는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비리 의혹이 무수히 많다. 상군회 지부까지 경찰이 수사를 확대할 경우 비리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 검침사업과 관련해 이중계약으로 상군회의 고위인사인 Y씨와 정씨가 결탁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아직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추가 수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군회의 검침사업본부는 현재 8년간 매월 보훈복지기금 4000만원씩을 상군회에 납입하는 A씨에 위탁운영을 맡기고 있다. 2010년 12월경 상군회 Y씨과 정씨는 S산업개발(대표 J씨)에 검침사업을 주겠다며 이중계약을 하고 거액의 돈을 받아 챙긴 의혹을 사고 있다.

이들이 J대표에게 받은 돈은 수표 등 13억5000만 원이며 정씨가 받아 2억 원을 Y씨의 아들 사업비 명목으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에 따르면 Y씨의 아들이 사업이 어렵다고 해 J씨가 사업비 명목으로 2억 원을 건네주었다는 것이다.

또 이 제보자는 “J대표는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이들 상군회 고위 인사들에게 ‘보훈복지기금을 매월 1억2000만 원 내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제보자는 “검침사업본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고 Y씨에게 강력하게 항의하였으나 Y씨는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Y씨는 뻔뻔스럽게도 정씨가 개인적인 비리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씨는 모든 사실을 곧바로 Y씨에게 전달해 Y씨는 이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 누구의 지시?

J대표는 권노갑 이수동 등 구 민주당 세력들과 매우 친하게 지내는 인물로 서울 모처에 검침사업본부 사무실을 차려놓고 검침사업 명목으로 지인들로부터 30여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중 13억5000만 원을 계약금으로 상군회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는 경찰이 상군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야권을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참여정부 인사 일부가 상군회 비리와 깊이 연관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친노그룹 중 대표적인 인사인 이모씨가 대표적 보수단체인 상군회를 이용해 거액의 돈을 빼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가 정치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상군회를 연대보증 세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 연루된 상군회 임원들은 오히려 사실이 알려질 것을 우려해 입을 닫고 있다고 한다. 이 임원들 중 일부는 현재 경찰 조사 대상자다.

이씨는 2007년경 국가 신재생에너지 사업관계자인 ‘○○에너지개발 태양열발전소’의 A씨를 통해 H은행에서 56억 원, 중소기업청에서 20억 원을 부담보로 빌리고 이를 빼돌린 의혹을 사고 있다. 여기에 상군회가 연대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이씨 외에도 여러 명의 친노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번 경찰 압수수색을 두고 “야권의 특정 인사들을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찰은 표적수사 의혹에 대해 “정치권 인사는 사건수사의 본질과 무관하다”며 “상군회 수사는 수년 전부터 경찰이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보와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한 적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여러 수사에서 도출된 새로운 혐의를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군회 비리의 핵심으로 L씨가 지목되고 있다.

현재 L씨는 상군에서 주요보직을 맡고 있으며 ○○보훈병원뿐 아니라 전국 5개 보훈병원에 대해 환자복을 독점으로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군 내부규정에는 임직원은 수익사업은 물론 모든 이권사업이나 겸직을 금지하게 되어 있음에도 L씨는 핵심 사업을 맡아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